제안 성공 노하우 13
편집자주
제안·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인 쉬플리 한국 지사(www.shipleywins.co.kr)의 김용기 대표가 치열한 제안 전쟁에서 깨달은 실전 노하우를 연재합니다.
세일즈란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설득(Logically Persuasive)뿐 아니라 감성적 신뢰(Emotionally Credible)도 필요하다. 영업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 서비스, 제품을 고객이 수용하도록 말이나 글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은 설명과 다르다. 목적의식을 갖고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매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어떻게 구매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의외로 감정적으로 구매결정을 한 뒤 이를 논리적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대표의 역할은 비논리적인 고객에게 구매의 불합리성을 지적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감성적 설득’과 ‘논리적 동의’의 과정을 잘 만들어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람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 볼 수 있는 사례다.
필자는 처음 자동차 회사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필자가 있었던 영업소는 영업사원이 50명이 넘는 큰 지점이다. 당시 영업소에 근무했던 한 선배는 일반적인 세일즈맨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상도 시골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말이나 행동이 늘 거칠고 투박했다. 하지만 그는 늘 우리 지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세일즈맨이었다.
그는 찾아온 고객을 다짜고짜 쇼룸에 배치된 그랜저 운전석에 앉히고 문을 닫은 후 자신도 조수석으로 가서 앉았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은 처음 만났을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명함을 주면서 여러 질문들을 해댄다. 둘은 특별한 대화 없이 5분 정도 앉아만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천천히 고객이 물어보는 질문에 아주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몇 마디 오가지도 않은 짧은 시간에 계약은 가볍게 체결됐고 고객은 돌아갔다.
옆에서 의아하게 지켜보는 필자에게 그는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지점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이미 새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 우선 차에 고객을 태운 이유야. 그가 그랜저에 앉아서 화려한 계기판을 보면서 가죽 시트의 냄새를 맡는 순간, 그의 구매결정은 끝나는 거지. 그가 맡은 천연가죽의 향긋한 냄새는 내가 하는 백마디 말보다도 더 효과적이야. 고객들은 대부분 차가 ‘필요(need)’해서 사지만 사실은 좋은 차를 갖고 싶은 ‘욕망(Wants)’ 때문에 사는 것이지. 그 사실은 본인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아까 그 고객은 가죽 냄새를 맡으면서 구매결정을 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수십 가지 이유를 이미 찾았을 거야. 왜냐하면 집에 가서 와이프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지. 사실 와이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를 설득하는 거야. 자신은 그렇게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논리적 이유 때문에 차를 바꾸었다고.”
필자는 비로소 그가 왜 최고의 세일즈맨인지 알게 됐다. 그는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거칠었지만 고객이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구매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편승하고 있었다.
1. 고객의 이슈를 분석하라
‘고객의 이슈’는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과제이며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하나는 동기로 고객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스스로 창출한 이슈다. 또 다른 하나는 문제로 현재 비즈니스 수행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이다. 동기는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창출형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도전적이고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부의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경우다. 이에 반해서 문제란 현재 비즈니스 수행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말한다. 수주영업에서 고려해야 할 기업들의 이슈로는 이익 및 판매 증가, 비용 감소, 안전성 향상, 리스크 제거, 품질 및 생산성 향상 등이 있다.
또 고객의 이슈를 분석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이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슈 (Unstated Requirements)다. 예를 들면 개인적인 편견(Bias), 내부의사결정구조(Politics), 개인적 이슈(Personal Risk) 등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의 개인적 이슈이다.
2. 고객의 구매단계별로 성취해야 할 목표를 결정하라
고객들은 반복적인 사이클을 통해서 구매자가 된다. 고객의 주요 구매단계로는 니즈 분석 (Assessing Needs), 솔루션에 가치 부여(Valuing Solutions), 남은 이슈의 해결(Resolving remaining issues), 구매(Purchasing), 솔루션의 적용(Implementing the solution), 운영 (Operating) 등이 있다.
복잡한 솔루션 판매일수록 단계별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설득이 필요하다. 고객을 설득하기 전에는 ‘고객이 이번 단계에서 하고자 하는 비전, 목적, 목표가 무엇인가’ ‘이 단계에서 우리가 이뤄야 할 현실적 목표는?’ ‘각 단계에서 고객이 관심을 보일 고객의 효용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준비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영업대표들이 일반적으로 범하는 실수는 고객의 구매단계보다 앞서 나가면서 고객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고객으로부터 멀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경험 많은 영업대표들이 활용하는 효과적인 영업 방법은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않을 경우의 기회비용을 고객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3. 세일즈 전 프로세스에서 고객과 협력하라
정보 습득, 공감대 및 친밀감(rapport) 형성, 가정의 검증, 단계별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서 고객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협력은 결과적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4. 높은 신뢰도(Credibility)를 유지하라
영업대표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은 자신을 편안한 친구처럼 포지셔닝하거나 그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방법은 초기에는 친구처럼 접근했다가 관계가 형성되면 전문가로서 질문에 대답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주장을 구체화하면서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다음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의 근거 순서이다.
①고객 자신이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
②고객의 유사 조직과 그 구성원이 하는 말
③제3의 독립적인 정보
④판매자가 하는 말
⑤다른 판매자(경쟁자)가 하는 말
설득력과 신뢰도를 높이려면 ①, ②, ③의 정보를 많이 제공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영업대표들은 ④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자료는 세일즈맨이 제시하는 자료이다. 반면 그들이 가장 신뢰감을 갖는 자료는 고객의 동종 업계로부터 나온 정보다. 이것은 자신의 조직에서 생산된 정보만큼이나 신뢰한다.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단체에서 생산한 자료들도 고객들이 선호한다. 쉬플리의 제안컨설팅에 대해서 고객들이 신뢰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우연히 만난 우리 회사의 경쟁사인 S사 직원에게서 자신들이 쉬플리 컨설팅을 통해서 T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②미국제안전문가협회(APMP)에서 매년 제안성공률을 발표하는데 쉬플리는 82%로 10년째 1위를 하고 있다.
③쉬플리 내부 자료에 따르면 쉬플리는 매년 400조 원 규모로 제안성공률 82%의 성과를 내고 있다.
5.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라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할수록 고객은 오래 기억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결(Association)은 상품의 특징을 이미 고객이 좋아하고 있는 것과 연관시키는 것을 말한다. 고객 요구사항을 제목, 헤드라인, 프레젠테이션 등에 반영하는 ‘직접 결합’과 특정 고객에 맞춘 그림, 언어선택 등을 하는 ‘간접 결합’이 있다. 결합(Composition)은 구매자를 설득하는 중요한 판매기법이다.
필자는 지난번 아파트를 구매할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동일한 평수와 구조를 가진 아파트 두 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첫 번째 아파트는 걸어 다니기가 어려울 만큼 지저분하게 아기 물건들이 널려 있을 뿐 아니라 베란다나 부엌 쪽에서는 정체 불명의 악취가 났다. 맞벌이 부부가 사는 곳인데 연로한 할머니가 육아부터 살림까지 모두 책임지다 보니 청소나 관리까지는 어려웠다. 반면 같은 동에 있는 다른 집은 신혼부부의 집으로 청결도 청결이지만 간결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향기로운 냄새가 나를 사로잡았다. 구매는 단순한 논리적 판단과 이성적 계약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구매프로세스에는 항상 구매조직의 담당자들이 있고 그들은 오감을 통해 정보와 감각을 입수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선택(Selection)은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 혹은 생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항상 고객의 시간은 한정돼 있으므로 어떤 메시지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방향 조정(Redirection)은 다른 포인트로 논점을 바꾸는 기술이다. 가장 전형적인 예는 고객이 생각하는 솔루션의 취약점을 다른 장점을 들어서 상쇄하는 방법이다. 취약점 공략(Ghosting)은 취약한 이슈의 중요성, 자사와의 차이점, 다른 대안과 솔루션 소개 등의 방법으로 잠재적 경쟁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6. 구매 프로세스에서 니즈와 커뮤니케이션에 맞춘 설득 기술을 활용하라
개인의 선호도 차이를 존중해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이를 흡수하는 방식이 다르다. 시각적 학습자는 시각자료나 그림으로 정보를 흡수하고, 청각적 학습자는 강의와 토의 등을 선호하고 목소리 톤과 말의 속도에 민감하다. 경험적 학습자는 활동과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평가위원회를 설득해야 하는 복합적 대형 세일즈에서 제안서 제출이나 제안 프레젠테이션 시 이런 개인의 선호도 차이를 일일이 고려해서 접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객을 논리적, 이성적, 감성적인 신뢰에 기초해서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산업교육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에서 리더십 및 경영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7년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4월에 제안·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인 쉬플리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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