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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뒤엎은 실패, 무엇이 원인일까?

제럴드 잘트먼([email protected]),린지 잘트먼(Lindsay Zaltman) | 16호 (2008년 9월 Issue 1)
제럴드 잘트먼, 린지 잘트먼
 
올해 29세인 드루 모블리는 그의 여름 양복 안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무더운 여름날 오후, 시계는 3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그의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타이벌 피셔는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쇼핑몰 입구에 서서 30분이 넘도록 CEO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검은색 승용차가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온 기자는 이미 위층 매장에 가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단단히 화가 나 있을 터였다. 모블리는 자신의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은색 링컨 승용차 한 대가 그의 앞에 섰다. 이윽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피셔가 함께 농담을 나누던 운전기사의 어깨를 토닥거리고는 휴대용 컴퓨터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가 차 문을 닫을 때, 모블리는 이 키가 크고 피부가 그을린 62세의 CEO가 다른 한 손에 넥타이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00만 달러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전적인 행복한 전사는 늘 새로운 사업을 갈망하지.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는 천상 사업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모블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보게, 모블리.” 피셔가 말했다.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까?” 모블리가 물었다. 그러자 피셔는 바지 주머니에서 그의 트레오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안경이 없으면 도통 보이지가 않아서 말이야.”
 
그는 모블리에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 주었다. 모블리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아직 아무런 전화나 메시지가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여 개의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을 재단장한 이후 한 달간의 매출 관련 데이터가 나오는 대로 CFO는 피셔에게 보고하기로 되어 있었다.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은 지난 2년간 부진한 매출을 보인 끝에 최근 새롭게 개편되어 다시 문을 열었다.
 
그동안 몇몇 무선전화 회사들과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장착한 휴대전화 모델 생산에 관해 논의해 왔다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피셔는 자기 말을 정정했다. “내가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 그러니까 우리 고객들이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장착한 휴대전화 말이야.” “회장님, 조급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좀 늦었습니다. 기자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셔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팔꿈치로 모블리를 툭 쳤다. 그는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많건 적건, 심지어 모블리처럼 그의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이렇게 했다. 모블리는 문을 열었다. 서늘한 실내 공기를 느끼며 그들은 쇼핑몰 안으로 들어섰다. 한 무리의 10대 소녀들이 재잘거리며 화장품 가게로 몰려갔고, 스피커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은 평소와 같이 한산했다. 테가 두꺼운 디자이너 브랜드 안경을 낀 30대의 매장 매니저가 명랑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기자분은 이쪽에 계세요.” 가구 코너로 안내하며 매니저가 말했다. “좀 늦으실 예정이니까 저쪽 마사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기자분은 괜찮아 보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블리는 곁눈으로 피셔만큼 건강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피셔 또래인 듯한 부부 한 쌍이 자기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쪽입니다.” 피셔에게 다가서며 모블리가 말했다. “넥타이 매는 것 잊지 마세요.” 피셔는 거울을 보지 않고 넥타이를 매느라 애를 썼다. “인터뷰 중에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 두시고요.” 모블리가 덧붙여 말했다.
 
노년의 부부가 지나갈 때 부인이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눈길을 던졌다. “에리카 그로스먼 기억나시죠? 2006년에 회장님에 대해 좋은 평을 쓴 기자입니다.” 그러면서 모블리는 피셔에게 그녀가 이번에는 매장을 처음 개점했을 때만큼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아마도 넥스트스테이지가 어째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 매장 이미지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블리가 관례를 깨고 본사 대신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한 이유였다. 매장에서 피셔는 그의 흡인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며, 컴퓨터 식사 테이블이나 쉽게 읽히는 이지 레드(EZ-Read) 시계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기자에게 직접 보여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기자에게 생생한 사실도 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여기, 이 메모를 지니 계십시오.” 모블리는 매장 개편 이전에 회사가 실시한 시장 조사에서 나온 수치들을 적은 종이를 CEO에게 건네며 말했다. “언론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회장님의 동물적인 마케팅 감각이 아직 건재한가 하는 것입니다.” 모블리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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