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는 데 시나리오 분석은 필수적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5도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료믹스(fuel mix), 기술 발전, 탄소 가격 등이 넷제로 달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의 비중이 20%로 줄어들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고, 전기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은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행들도 대출 자산의 금융 배출량 감축 계획을 시기, 업종,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데 벤치마크 시나리오를 참조해야 한다.
시나리오 분석은 불확실한 미래의 상황 전개에 대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기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요인 이외에도 복잡다단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다. 그에 따른 영향도 중장기적으로 발생하고 그 시기와 규모가 매우 불확실하다. 그래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prediction)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성 있는 가정을 토대로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추정(projection)하고, 특정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현돼야 할 시나리오를 설계(design)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TCFD의 권고 사항 1 1TCFD는 ‘기후변화 재무공시 협의체(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를 말하며 G20의 요청에 따라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기후변화 관련 정보의 공개를 위해 2015년에 설립한 글로벌 협의체이다. TCFD는 2017년 4개 주요 항목의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재무정보 공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양한 기후 관련 시나리오가 기업의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에 미치는 영향의 분석, 즉 기후 시나리오 분석(climate scenario analysis)을 특히 중요한 사항으로 권고했다. TCFD의 권고 사항에 대해서는 DBR 317호(2021년 3월 2호)에 실린 ‘기후 리스크 건전성 감독에 대비하라’ 참조.
닫기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 2 2현재 전 세계 78개국 약 2000여 개 이상의 기관이 TCFD와 권고 사항에 대해 지지 선언을 했으며 국내에서는 환경부 등 44개 기관이 선언에 동참했다. 2021년 5월에는 금융감독 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금융 유관 기관(12개)이 TCFD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닫기를 얻으면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은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 전략의 강건성을 테스트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TCFD의 권고 이후 국제적 기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시나리오 설계 및 분석 방법론을 잇달아 제시했다. 이런 기후 시나리오의 종류와 그 기초를 이루는 가정들을 이해하면 기후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위원회가 10월 말까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본 글에서는 주요 국제기관에서 제시하는 기후 시나리오와 글로벌 은행의 대응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시나리오별로 본 기후변화
기후 시나리오 분석에 관한 가장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방법론은 전 세계 중앙은행 및 감독 당국의 협의체인 NGFS 3 3‘녹색금융 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말하며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의 기후변화•환경 리스크 대응과 녹색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7년 12월 설립된 자발적 논의체이다. 2021년 6월 현재 70개국의 95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가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2019년 11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2021년 5월)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NGFS는 2020년 6월에 ‘기후 시나리오 분석 가이드’ 및 ‘기술부속서’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6월 이를 업데이트한 ‘기술부속서 2.2’를 발표했다.
닫기가 제시했다. NGFS는 기후 시나리오를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44기후변화 자체에 의한 물적 손해
닫기와 이행 리스크(transition risk)55급격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금융 손실
닫기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3개 범주 6개 종류로 구분했다. 첫째 범주인 ‘질서 있는 전환(orderly transition)’은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파리협약에 부합하도록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다. 이행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가 모두 낮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2100년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①)’와 ‘2도 이하 시나리오(②)’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넷제로는 2070년에 달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은행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서 27년을 재직하며 보험감독국·기획조정국·금융상황분석실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워싱턴사무소장, 거시건전성감독국장을 지냈다. 저서로 『바젤3와 글로벌 금융 규제의 개혁(2011년)』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과 그 이후(2018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