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비즈니스의 성공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사업 부문의 매출 목표를 회사 전체 매출의 50% 이상으로 설정한 기업들도 많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진정으로 해외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과거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은 초기에 대부분 저가 상품 위주로 사업을 영위했다. 이 전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특히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현재와 미래에 해외 사업을 잘 영위하려면 회사의 핵심 전략과 연계된 글로벌 조직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글로벌 조직 역량을 구성하는 3가지 요인부터 알아보자.
첫째,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 방향으로 정렬된 글로벌 사업 비전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세계화를 외치지만 정작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왜 우리 회사가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부족할 때가 많다. 글로벌 사업 전략은 크게 3가지 전략(사업 미션, 공략 시장, 차별화 기반)과 이를 뒷받침하는 3가지 인프라(핵심 조직의 역량, 회사의 전략적 보유 자산, 독창적 업무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즉 우리 회사가 해당 해외 시장에서 이 3가지 전략 및 인프라를 제대로 보유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해답을 지녀야 한다.
둘째, 세계화에 맞는 글로벌 조직 구조 및 조직 운영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사업 환경 변화가 빠르지 않았으므로, 기능 및 판매 중심의 조직 구조로도 한정된 지역과 시간에 고객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지역과 시간대에,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실시간 전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국의 제품 및 서비스 생산 조직과 해외 조직을 매트릭스 형태로 운영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책임 소재의 불분명, 이중보고 체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때문에 자국 조직과 해외 조직 간의 명확한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하고, 두 조직의 협력 관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코디네이션 조직을 별도로 운영해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사업의 핵심 요소인 사람이다. Hard factor인 앞의 두 요인과 달리 사람은 대표적인 Soft Factor다. 해외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사업 전략 및 조직 구조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완성시키는 건 사람이다. 이 때문에 특히 해외 인사 전략이 중요하다. 해외 인사 전략은 인력계획, 채용, 배치, 평가, 육성, 보상 등 모든 면에서 국내 HR 전략과 달라야 한다. 해외 사업에 적합한 글로벌 HR 제도를 수립할 때는 본사 주재원과 현지인 운영의 적절한 배합, 인사 권한의 현지위임, 인력 운영 위험 관리,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 제도 운영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언급한 이 3요소를 빠른 시간 내에 완벽히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거나, 해외 사업의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 구축 속도가 회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난항을 겪을 때도 많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은 리더십의 힘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을 관장할 임원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을 배양하기 위한 사내 교육 체계, 효과적인 관리 및 동기부여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서는 많은 기업들이 과연 해외 사업에, 관리할 만한 즉,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을 지닌 임원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제 2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현석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선더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머서컨설팅 등을 거쳐 헤이그룹 코리아 공동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전략 실행, 리더십, 조직 개발, 변화 관리의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