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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novation - 솔뱅

덴마크보다 더 덴마크스러운 미국, 솔뱅

김민주 | 85호 (2011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군 단위의 혁신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더 작은 마을 단위의 혁신과 변신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농촌체험 마을 등이 만들어지고, 외부의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지역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다. 관광산업의 가능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나 자연환경을 관광사업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을 단위 혁신이 서로 비슷비슷해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어느 지역이 잘한다고 하면 지역이 보유한 자원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성공 모델을 따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마을마다 독특한 콘셉트가 없다 보니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관광객 유치 등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앞서 소규모 지역 커뮤니티 육성과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선진국 마을들은 어떨까.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고 있는 미국 서부 해안의 마을인 ‘솔뱅(Solvang)’은 ‘미국 속의 덴마크’로 차별화에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차별의 설움이 만든 덴마크 마을
솔뱅은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카운티에 속한 인구 50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산타바버라시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솔뱅은 ‘햇살이 잘 드는 곳(Sunny Fields)’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빛고을’인 셈이다. 1911년 덴마크 스타일의 교육을 원하던 덴마크 교육자들이 이곳에 학교를 건설하면서 생겨났다. 미국 중서부 지역과 덴마크에서 농민, 교육자, 목수, 상인, 예술가 등의 직업을 가진 덴마크 이민자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됐다. 모국의 전통과 유산을 소중히 생각하는 덴마크 이민 후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이곳을 들른 방문객들에게 작은 덴마크를 경험하게 해준다. 많은 주민들은 지금도 실생활에서 덴마크어를 사용한다. 덴마크 양식의 주택과 풍차, 덴마크식 팬케이크와 소시지 굽는 냄새를 솔솔 풍기는 유럽풍 레스토랑들이 방문객들을 덴마크 어딘가에 있는 작은 마을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1936년에는 솔뱅 건설 25주년을 맞이해 덴마크의 왕과 왕비가 방문하기도 했다.
그림 같은 마을인 솔뱅의 건설 배경에는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솔뱅은 민족 차별에서 시작됐다. 1911년 덴마크 출신 두 가정의 어린아이가 전통적인 앵글로색슨 출신의 두 가정의 어린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학교에서 다툰 일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덴마크 출신의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다.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앵글로색슨 출신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 사건을 겪은 덴마크계 두 가정의 학부모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지금의 롬폭(Lompoc) 골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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