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영 현장에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수학·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과학은 첨단 알고리듬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영학 콘서트>의 저자인 장영재 교수가 경영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합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맡은 김주원 사장이 부하 직원에게 늘 질책하듯 내뱉던 말이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유행어가 된 이 말은 당시 직장인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상사의 농담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과연 정해진 목표 달성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최선일까? 단지 무조건 노력만 했다고 최선이라고 우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방안을 다 시도해 이게 최선이라고 증명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더구나 비교 분석이 가능한 단순한 업무가 아닌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전략적 결정의 경우 이러한 ‘최선’을 가늠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사슬망(supply chain)과 관련된 전략적 결정이 좋은 예다. 어디에 어떤 상품을 제공할지, 어떤 상품을 어느 지역에서 생산할지, 각 생산 기지에서 각 상품의 생산량을 어떻게 결정할지, 늘 변하는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공급사슬망 전략에서 이 ‘최선’을 판가름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정상을 향해 험하고 거친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정상이 어디인지 모른 채 산을 오르는 것이다. 단지 추상적인 경영 목표만을 바라보고, 혹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경영 목표를 향해 무조건 달리기만을 강요당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가의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공급사슬망의 전략적 결정에서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최선까지는 아니어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차선”이라며 자신 있게 해답을 찾은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선두주자인 BMW모터스다. BMW는 전 세계 생산망에서 어떤 생산 기지에서, 어떤 제품을, 얼마 동안, 얼마만큼 생산해야 최적인지를 과학적으로 산출해 공급사슬망의 전략적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BMW 공급사슬망의 전략적 계획에 관해 알아보자.
글로벌 공급 사슬망
1917년 비행기 엔진 제조업체로 시작한 독일의 BMW모터스는 BMW 브랜드와 함께 미니(Mini)와 롤스로이스(Rolls-Royce)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기업이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10년 기준으로 독일, 멕시코, 러시아,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남아프리카 등 7개국에 위치한 9개의 생산 기지에서 수십 종에 달하는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BMW 브랜드의 주 제품 라인은 소형 경량급 1 시리즈, 그리고 소형, 중형인 3과 5 시리즈, 스포티한 6시리즈와 8시리즈, 대형급 7시리즈, 크로스 오버 SUV인 X1, X3, X5, X6 모델, 그리고 스포츠카인 Z4 등 총 11개의 시리즈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각 시리즈별 엔진의 유형(디젤/가솔린)과 배기량, 본체 유형(세단/컨버터블/쿠페), 그리고 기타 사양에 따라 각 시리즈당 많게는 10개 이상의 모델을 이루고 있다. BMW 브랜드 하나만으로 100개가 넘는 제품 라인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미니와 롤스로이스의 다양한 제품을 더하면 제품 라인의 종류는 200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