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불꽃은 무엇으로 타오르나?
연소(燃燒)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가연물(可燃物)과 지연물(支燃物), 점화원(點火原)이 그것이다. 나무, 휘발유, 프로페인가스처럼 불에 타는 물질, 연소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질 때 빛과 열, 불꽃을 뿜어낼 수 있다.
조직 내 혁신의 불꽃을 확산시키는 원리도 연소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혁신을 만들어내려면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가연물)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를 용인하고 창의성을 북돋워주는 문화나 제도(지연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들이 주도하는 변화의 물결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기 힘들다. 또한 그 변화가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리더가 제시하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점화원)에 부합해야 한다.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없다면 화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연소, 즉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조직 내 다양성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채 출신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여성 인력 채용 비율을 늘린다거나, 팀을 꾸릴 때 R&D, 생산, 영업 등 다양한 부서 사람들로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조직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메디치 효과>의 저자인 프란스 요한슨은 각기 다른 영역과 배경,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때 혁신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과학자, 상인 등을 한데 모아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처럼 이질적 역량이 융합되면 창조와 혁신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조직 내 다양성을 증진할 때는 최적의 비율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양성이 너무 없어도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지만 너무 많으면 되레 혼란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녹아 있는 가연성 가스에 불이 붙으려면 반드시 적정 폭발 범위 안에 있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한 예로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인 메탄이 폭발하려면 공기 중의 메탄 농도가 약 5∼15%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공기 중 메탄 농도가 5%(폭발하한) 밑으로 떨어져도 불이 붙지 않지만 15%(폭발상한)를 넘어가도 연소가 이뤄지지 않는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혁신의 불꽃(연소)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다양성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권장하는 문화,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류를 통해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은 변화라는 작은 불씨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에서 혁신과 창의성을 북돋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노력은 공기 중 산소의 함량을 끌어올려 가스의 폭발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가스의 폭발범위는 공기 중의 산소 농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 예로 공기 중에선 28%인 암모니아의 폭발상한이 산소 중에선 79%까지 수직 상승한다. 즉, 지금처럼 질소가 대부분인 공기 내 산소 비율이 100%로 늘어난다면 불붙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뜻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실수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조직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산소와 같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창의성을 관리할 수는 없지만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경영할 수는 있다”는 테레사 M. 아마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의 지적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들의 변화 노력이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역시 리더의 중요한 임무다. 변화를 바라는 모든 노력이 조직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무조건 기존 관행을 거부하고 반대하는 아이디어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용해서도 안 된다. 기존 역량에 더해 시너지를 일으켜 조직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선 먼저 명확한 전략 목표와 비전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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