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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원초적 본능 촉각 그 엄청난 힘이 마케팅 자산이다

고영건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20세기가 시청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촉각(터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는 21세기에는 촉감(Touch)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맥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촉각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의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물론, 지금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기업가들에게도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촉각은 생물학적인 지각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이 글에서는 주로 터치의 심리학적 의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1. 촉각은 감각의 어머니

 

샌프란시스코에는 촉각의 진수를 체험해 볼 수 있는촉각의 집(touch dome)’이 있다. 이 특이한 체험과학 박물관에서는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걷고 오르고 기고 미끄러질 수 있도록 3차원의 미로를 구성해 놓았다. 이 집을 방문한 사람은 순수한 촉각만의 짧은 여행을 통해 촉각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촉각은 피부의 변형에 의해 발생된 감각을 말한다. 우리가 사물을 만지거나 사물에 접촉할 때 피부는 약간 변형되는데 그 과정에서 촉감이 발생한다.

 

사람들이 촉각에 대해서 간과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촉각의 신체기관인 피부가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림 1>은 해부학자 후안 발베르데 드 아무스코(Juan Valverde de Amusco)가 그린인체의 해부(Anatomia del corpo humano)’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피부와 촉각의 중요성에 관해 재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촉각은 진화상으로 가장 먼저 발달한 감각으로감각의 어머니라 부른다. 사실상 촉각은 모든 동물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계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수정된 후 2개월이 채 안 된 시점이라서 태아의 크기가 2.5㎝에 불과할 때도 피부는 이미 상당한 발달적 진전을 보인다.

 

아마도 촉각의 중요성을 실감나게 이해하는 데는 촉각 기능을 잃어버린 환자의 행동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1982년에 다른 감각은 정상인데 피부감각만을 상실한 환자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다. 그는 36세의 농장 관리인으로서다트던지기챔피언 기록 보유자였다. 그가 다리와 발 부위에서 처음으로 이상 감각을 느낀 것은 독감과 유사한 병을 앓고 난 직후부터였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2주가 지난 시점부터는 저린 느낌이 손과 팔까지로 확장됐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 진행될수록 점차 손목과 무릎까지 마비가 일어나 나중에 가서는 사실상 걷기도 어려워졌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손작업 영역에서는 점차 기능 수준이 감퇴됐다. 그래서 한때 챔피언이었던 그의 다트 실력도 점차 약화되더니 나중에는 다트 경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나중에 가서는 혼자서 옷의 단추를 잠그는 것도 어려워졌고 또 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소변을 볼 때도 소변이 나오는 것 자체를 지각할 수 없었다. 발기는 가능했지만 사정은 불가능했다.

 

1981년에 다양한 의학적 검사를 시행했을 때 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며 청력, 시력, 운동능력과 말하는 능력은 정상이었다. 단지 눈에 띄는 의학적 소견은 감각신경 마비뿐이었다. 그는 촉감 능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이처럼 감각신경이 파괴될 경우 걸음걸이 같은 기본 동작에서부터 글쓰기 같은 정교한 동작에 이르는, 사실상 모든 활동이 타격을 받게 된다. 걸을 때 우리는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관절의 위치 등을 자동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동감각기능이 마비되면 걸음걸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또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각 손가락에 적당한 힘을 배분할 수 없기 때문에 글씨를 쓰거나 다트를 던지는 것과 같은 정교한 신체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신체 한 부위에서의 촉각 정보는 신체의 다른 부위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촉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마비된 채 세상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터치의 비즈니스 응용사례 1 - 촉각 활용의 모범사례, 뉴발란스와 리복

 

감각신경 마비 환자 사례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걸을 때 발바닥 부위의 촉각 정보, 즉 발뒤꿈치, 발 외측,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등 지면과의 마찰 부분에서 전달되는 압력 정보와 근육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생리학적 원리를 반영해 개발된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뉴발란스(New Balance) 990 시리즈다.

 

뉴발란스는 스티브 잡스, 오바마, 클린턴 등의 신발로 불리며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1982년 첫 출시된 뉴발란스 990은 최초의 모션 컨트롤 러닝화에 해당된다. 모션 컨트롤은 달릴 때 발의 움직임에 지지대 역할을 해줘 내전 현상(pronation)을 억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내전현상이란 발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발목꺾임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 전량 해외생산하고 있는 다른 신발제조 회사들과는 달리 뉴발란스 990은 회사의 상징적 작품이기 때문에 미국 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발바닥 부위의 촉각 정보와 다리 근육 움직임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는 생리학적 원리를 뉴발란스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활용한 기능성 제품이 있다. 바로 리복(Reebok)의 이지톤(Easytone)이다. 이지톤은 운동화 밑창에 부착된 두개의 밸런스 패드가 마치 짐볼 위에서 걷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사람은 걸을 때 특정한 리듬과 패턴을 나타낸다. 사람이 걷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각종 근육군들이 함께 움직여 일정한 동작을 반복한다. 리복의 이지톤은 이러한 리듬과 패턴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됐다. 리복의 이지톤을 처음 신으면 신체가 신발을 변경함으로써 발생된 초기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운동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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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건

    고영건[email protected]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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