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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Strategy

따뜻한 봄날 같은 중국 진출은 없다 ‘마당쓸기’ 전략, 들어는 봤나?

이병우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중국이 생각하는합작의 의미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자신들도 살아남기 힘든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덥석 손을 잡겠다는 것은서로 협력해 함께 발전하겠다라기보다는상대방이 대는 자금을 받겠다는 의미와 같다. 정글과도 같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면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성공이 아닌 생존의 개념으로 접근하라. 둘째,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재투자한다고 생각하라. 셋째, 외국기업을 불러들여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겠다는 소위마당 쓸기 전략에 말려들지 말라.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다 되는 회사가 왜 그랬을까?

 

작년 어느 날 기가 막힌 소식 한 통이 날아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주재원이 근무하던 기업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불행한 소식이었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다 되는 회사가 왜 그랬을까? 초기에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흑자 기업으로 성공을 이뤄낸 기업이 아닌 밤의 홍두깨식으로 덜컥 문을 닫았다니 이게 될 말인가? 얼마 지나서 대충의 소식을 들어보니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합작 상대인 중국 측이 말 그대로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은 사건이었다. 내막은 이랬다. 한국 회사는 10여 년 전에 중국에 진출하기로 하고 중국 지방정부에서 추천해준 기업과 합작을 체결한 후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진행하면서 보니 중방(중국 측 합작회사)은 투자 여유 자본이 별로 없는 기업이었다. 조금 보태 말하면 빈털터리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공장이 완성된 후에도 영업을 담당한 중방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약속한 거래선의 영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한국 측에서 조르고 달래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합작 파트너를 소개해 놓고 다른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서 거래선을 잠시 막아버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렇게 아예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은 인내를 갖고 다른 거래선을 뚫으며 매달 불어나는 적자와 치열하게 씨름을 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 상태는 엉망이 되고 있었다. 중방의 수수방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급기야 한국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을 주재원으로 파견해서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하게 했고 새로 부임한 사람은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구조조정, 그리고 중방을 확실하게 다그치는 전략을 구사해 가까스로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직원들은 감격했고 본사의 오너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방도 적자 탈출 과정에서 아주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합작 기업은 순풍에 돛을 달고 거침없이 전진하는 일만 남은 듯했다.

 

죽도록 고생한 한국 주재원은 본사로 금의환향했다. 새로운 주재원이 부임했다. 회사는 새 주재원의 임무를보다 높은 품질 관리라고 정의했다. 경영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품질만 제대로 유지하거나 끌어올린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 전문 엔지니어였다.

 

중국인을 모르고 중국 문화도 몰랐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새로 부임한 주재원은 중국을 몰랐다. 중국인을 모르고 중국 문화도 몰랐다. 단순히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몰라도 너무 몰랐던수준이었다. 중국 측 대표는 오랫동안 구상했던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주재원 부인에게 법인카드를 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주재원의 영업활동비 또한 아주 풍족하게 지급했다. 그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은 중방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아래 일사불란하게 해결됐다.

 

남들은 주재원 생활의 애로를 이야기하는데 이 주재원 부인은 그런 고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 측에서 이렇게 친절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는데 왜 저렇게 불만이 많을까? 중국 생활은 편하고 좋았다. 중국 측 대표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중국인이 던지는 그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상대 먹잇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

 

순진한 주재원은 이 그물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재무팀이 매월 올리는 공장의 재무 상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방심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본사 역시 긴장의 끈을 풀고 중국 사업이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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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우[email protected]

    KOTRA 수출전문 위원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지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재 후베이성 상양에 위치한 국신광전실업유한공사 CEO로 재직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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