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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부진 원인

새 거래 창출해야 ‘결제서비스’가 산다 진통제 역할이든, 새 습관 형성이든…

이경전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 언론과 소비자들의 큰 기대감 속에 시장에 등장한 애플의 애플페이. 2년이 지난 지금, ‘애플페이 혁신’은 기대한 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 ‘결제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려면 반드시 새로운 거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애플페이는 기존의 거래에서 불편한 점 한두 가지와 사소한 보안 문제를 해결했을 뿐 새로운 거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즉, 예외적 효용이나 예외적 가치를 창조하는 ‘제대로 된 혁신’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시대의 혁신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는 성공해야 한다. 첫째, 고통을 없애주는 가치를 찾는 것이다. 둘째, 습관성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혁신은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옛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 어려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4년 9월, 애플은 iPhone 6와 동시에 애플페이(Apple Pay)를 발표했다. 애플은 NFC칩을 iPhone 6부터는 내장했고 애플페이는 아이폰이 일종의 신용카드가 되도록 만들었다. 즉 아이폰을 상점의 POS단말기에 가까이 가져가면 아이폰에 담겨 있는 신용카드 정보가 ‘1회용 암호’로 암호화되고, POS단말기로 이동해 결제되는 일종의 근접 결제(Proximity Payment) 방식이다.

당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애플페이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필자는 “애플페이는 꽤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1 2016년 현재, 애플페이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2 적어도 현재까지는 필자의 예측이 맞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필자의 예측이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예측했는가다.


가치혁신 측면에서 바라본 애플페이

1)가치혁신이란?

필자가 애플페이의 고전을 예측한 근저에는 ‘가치혁신’이라는 개념이 있다.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공저해 2005년에 출간한 <블루오션 전략>은 그 책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매우 ‘섹시’하게 지어졌지만 학문적으로 제목을 다시 짓는다면 ‘가치혁신이론과 응용방법론’쯤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치혁신’을, ‘가치를 일으키는 혁신’으로 정의하면서 가치 없는 혁신과 혁신 없는 가치라는 실수 또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치를 일으키는 혁신에 집중해야 하고 그래야만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혁신 없는 가치(Value without Innovation)는 부분적이고 소규모의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가치를 향상시키기는 하지만 시장 공간에서 독보적 존재로 서게 하는 데 충분치 않다. 한편, 가치 없는 혁신(Innovation without Value)은 기술 위주이거나 미래지향적이기만 한 혁신으로 구매자들이 그 상품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그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많은 경우에 해당한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혁신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why innovation is so hard?)는 혁신활동이 혁신 없는 가치가 되거나 가치 없는 혁신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가치혁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의 혁신이 고객에게 정말 ‘예외적 효용’, 즉 ‘예외적 가치를 주는가’라는 것이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당신의 새 기술이, 당신의 새 제품이, 당신의 새 서비스가 정말 고객에게 예외적 가치를 주는가?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2005년 명저 <블루오션 전략>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2)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블루오션 전략 이론을 통해 얻은 이 질문을 애플페이에 묻기로 하자. 애플페이는 고객에게 예외적 가치를 주는가? 그것은 판단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우선 필자의 최근 연구 논문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필자는 박아름 박사와 같이 ‘결제서비스에서의 예외적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를 연구했다.3 사례연구방법론을 활용해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성공 요인을 연구했는데 연구 결과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거래를 창출해야 한다고 결론이 나왔다. 즉 새로운 결제 서비스는 보안의 수준을 높이거나 사용의 편리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새로운 거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사례는 신용카드, 휴대폰 소액 결제, Square였다. 신용카드는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상당히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결제 서비스였다. 이 결제 서비스는 새로운 거래를 창출했다. 결제 서비스의 진정한 고객인 사업자들은 환호했다. 결제 서비스의 사용자들인 소비자들은 현금이 없어도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요식업자, 소매사업자 등은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더 많은 매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라는 새로운 결제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2000년 초중반에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휴대폰 소액결제는 신용카드가 없는 청소년, 젊은 층들이 온라인에서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하고,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사고, 전자상거래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신용카드 결제가 귀찮아서 전자상거래를 안 하다가 휴대폰 소액결제가 나타나자 전자상거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소액결제는 이렇게 새로운 거래를 창출했고 그래서 성공했다. 2012년에 여러 공저자와 같이 발표한 필자의 논문4 에는 휴대폰 소액 결제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실었다. 사용자들의 24%가 휴대폰 소액결제가 없으면 아예 온라인에서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24%가 어떤 의미일까? 연구진은 당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B2C 시장 규모의 24%가 모빌리언스와 다날 등 휴대폰 소액결제 기업들의 시가총액의 합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결국 결제 서비스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새롭게 가능하게 하는 거래의 규모와 같다라는 가설을 만들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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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애플페이는 새로운 거래를 일으켰는가?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필자는 애플페이가 2014년에 선보였을 때 애플페이가 과연 새로운 거래를 일으키는가에 주목했다. 안타깝게도 애플페이에는 새로운 거래를 일으키는 요소가 많지 않았다. 지갑에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일회용 암호화 덕분에 상점에 제 신용카드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정도의 가치는 있었으나 애플페이가 새로운 거래를 일으키는 부분은 적어 보였다는 뜻이다. 2014년 당시 애플페이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였다. 같은 이유로 애플페이보다 몇 년 전에 나왔던 구글 월렛 역시 실패했고, 애플페이 이후에 나온 삼성페이 역시 고전하고 있다. 훌륭한 기업들인 구글, 애플, 삼성전자 모두 결제 서비스 혁신에서 고전하고 있다. 왜? 그것이 가치 없는 혁신이기 때문이다. 결제 서비스 성공을 위한 핵심 가치는 새로운 거래의 창출인데 그 정도의 가치를 이 세 기업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으며 예외적 효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페이가 NFC 방식이므로 실패할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5 구글 월렛도 비슷한 이유로 실패했기 때문에 이 견해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NFC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마그네틱 단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루프페이를 인수해 선보인 삼성페이도 아직은 부진하다. 이 역시 삼성페이가 새로운 거래를 창출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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