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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쿵푸

기회될 때마다 도움 베풀고 살았나, 그렇다면 당신은 설득의 천재다

김호 |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설득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신간 에서 6가지 원칙을 설명한다.

1) 상호성(reciprocity)의 원칙: 기회가 될 때마다 남에게 도움을 베풀어라.
2) 호감(liking)의 원칙: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직간접적으로 칭찬하라.
3)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의 원칙: 다수의 타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전달하라.
4) 권위(authority)의 원칙: 단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신뢰받는 권위를 형성하라.
5) 희귀성(scarcity)의 원칙: 행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이득보다 손실을 부각해 희귀성을 드러내라.
6) 일관성(consistency)의 원칙: 상대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일관성을 노려라.



편집자주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신선하고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무림의 고수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경영학자만은 아니며 때론 심리학자나 행정학자, 혹은 재즈 연주자나 코미디 배우 등 예술가일 때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대표가 10년째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숨어 있는 고수들을 직접 만나 그들만의 비기(秘技)가 무엇인지를 파헤쳤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배워 온 김호 대표의 통찰을 DBR을 통해 나눠봅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더도 말고 30%만 향상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건을 사거나 팔 때, 승진이나 연봉 협상을 할 때, 상사나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때, 직장을 옮기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마음에 드는 직원을 우리 회사에 오도록 설득할 때 등…. 우리는 매일 설득의 순간을 맞닥뜨리며 설득의 파워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설득에 대해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는 누구일까?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밀리언셀러로 잘 알려진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그중 한 명일 것이다. 은 그의 연구를 현대 비즈니스 어젠다를 꿰뚫는 리서치로 평가했으며 경영잡지인 <포천>은 그의 책을 ‘스마트한 비즈니스 저서 75권’ 중 하나로 꼽았다. 또한 그는 생존하는 사회심리학자 가운데 설득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2005년 가을 그가 대표로 있는 ‘INFLUENCE AT WORK’에서 실시하는 ‘설득의 원칙들(Principles of Persuasion)’이라는 워크숍에 참가해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ialdini Method Certified Trainer) 양성과정을 수료했고, 지금까지 한국 측 파트너로 교류해왔다. 그가 80년대에 쓴 <설득의 심리학(원제는 Influence)>은 판을 거듭하면서 30년째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30년 만에 단독 저서로는 두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 설득은 영어로 ‘persuasion’이다. 평생을 설득의 매커니즘을 연구한 이 학자는 왜 이 단어를 살짝 비틀어 ‘Pre-suasion’이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이 책 제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는 설득과학의 핵심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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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간의 제목에 담긴 비밀의 단초는 사실 30년 전에 그가 쓴 <설득의 심리학>의 한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과학 시간에 하던 단순한 실험으로 설득의 과학적 비밀을 설명한다. 세 개의 양동이가 있고, 양 끝에는 찬물과 뜨거운 물이, 가운데에는 상온의 물이 담겨 있다. 이제 양손을 찬물과 뜨거운 물에 집어넣었다가 30초쯤 흐른 후에 동시에 빼서는 가운데 상온의 물에 넣는다. 가운데 있는 물은 똑같은 온도임에도 양손은 정반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찬물에 있던 손은 실제 온도보다 뜨겁게 느껴지고, 뜨거운 물에 있던 손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자, 이제 감이 오는가? 가운데 양동이가 우리의 요청 즉, 설득 메시지다.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는 메시지든, 인원을 더 달라는 메시지든. 하지만 이 같은 요청이 상대방, 즉 설득 대상이 그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180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사례1

나는 박사 과정 공부를 위해 수년간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다. 가끔 학교 주변 중국집을 가보면 메뉴를 보고 살짝 놀란다. 학생과 교직원을 주 대상으로 하는 학교 바로 옆 중국집에 세트 메뉴를 보면 3만 원짜리와 5만 원짜리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10만 원짜리 메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아무도 그 비싼 메뉴를 주문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메뉴에 3만 원, 5만 원과 같이 두 가지 세트 메뉴만 있을 때와 3만 원, 5만 원, 10만 원과 같이 세 가지 메뉴가 있을 때를 상상해보자. 어느 쪽 메뉴판을 사용할 때 5만 원짜리 메뉴가 더 많이 팔릴까? 10만 원짜리 메뉴가 있을 때 5만 원짜리 메뉴가 더 잘 팔리기 마련이다. 즉, 5만 원짜리 메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이 메뉴의 맥락(context)을 미리(pre)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례2

이 사례는 얼마 전 치알디니 박사와 연락하면서 논의했던 것으로 필자에게는 아픈 사례지만 그는 ‘좋은’ 사례이자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자가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면서 한 최악의 협상은 공교롭게도 수녀원에서 회의를 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자원봉사 형식으로 당시 수녀님들의 고민을 듣고 있었다. 필자는 삶을 종교적 가치와 남을 위한 희생에 바친 수녀님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돈이나 명예를 좇는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있던 참이었다. 문제는 휴식 시간에 벌어졌다. 때마침 계약을 놓고 협상을 하던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수녀원에서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 고객은 매우 정중하게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서비스를 요청했다. 그 순간 필자는 어이없게도 “네, 그렇게 하시지요”라고 쿨 하게 답을 했다. 당시 잠시 동안이나마 수녀님들의 숭고한 이야기와 고민을 듣던 내 머릿속에서는 “그래 돈이 뭐 중요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금액의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은 것. 물론 수녀원을 나와서는 바로 찜찜하게 느꼈고, 오래지 않아 그때 그 결정을 후회했다. 당시 고객은 그야말로 운이 좋게도 필자가 협상을 위한 전화를 받기 전에(pre) 돈에 대한 욕심이 최저에 달했을 때 필자에게 전화로 가격을 제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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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email protected]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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