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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퍼-로베르토 베르간티-김태영 교수 토론

거창한 돈 들인 신중한 혁신보다 작은 실험이라도 제때 해야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네이선 퍼(Nathan Furr),김태영 | 216호 (2017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을 위한 실험의 숫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라. 많은 돈을 들여 실험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실험이라도 빨리 제때제때 하는 게 중요하다.
- 급진적이고 급속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어떤 기업이 얼마나 빨리 학습하고 기회를 포착하느냐가 경쟁 우위를 만든다. 혁신의 시작 단계에서 경쟁 우위를 논하지 말라. 일단 성공하면 그것이 경쟁 우위로 이어진다.
- 한국 기업의 수직적, 하향적 조직문화는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상사를 설득하는 일은 어렵다. 문제는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와 겸손한 태도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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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2016년 동아비즈니스포럼 첫째 날의 마지막 세션이다. 질문을 하나 하자면 오늘 발표 주제인 ‘소비자의 역할’이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접근 방식에 있어서 네이선 퍼 교수님과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님의 의견이 좀 다른 것 같다. 차이를 설명해주겠는가?

네이선 퍼 베르간티 교수와 내가 말한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내가 첫 번째 쓴 책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꿈의 구장’이라는 영화가 있다. 코스트너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거대한 야구장을 만들고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밑도 끝도 없는 꿈인데 결국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옥수수밭에 와서 야구 경기를 본다. 아주 흥미롭다. 베르간티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실패한다. 그중 소수만 성공하는데 어떤 사람이 성공하느냐, 바로 열정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다. 조직 내에서 혁신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혁신을 위한 비전, 둘째,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마이크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드레스 대여 회사 렌트더런어웨이(Rent the Runaway)를 창업한 제니퍼 하이만은 이 둘을 다 갖추고 있다.

로베르토 베르간티 맞다. 혁신을 위해서는 일단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비전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다음 정말 비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 남이 반대하는 것, 실험과 시도를 통해 배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수차례 실험을 한다 해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결과도 없이 끝이 나고 만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죽거나 의기소침하지 마라. 비전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비판해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비전이 있으면 실패해도 또 일어난다. 비전이 있으면 계속 갈 수 있다. 여러분 스스로가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또 다른 실험을 계속해라. 비전은 여러분의 내면에서 나오니까.

‘소비자’를 말했는데 유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결국 솔루션 레벨로 발전해야 한다. 좋은 비전을 가진 많은 회사들이 솔루션 레벨에서 실패했다. 이런 회사의 공통점은 디테일에 약했다는 것이다. 기존 제품을 향상시키려면 유저의 관점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김태영 조직 내에서 비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어떤 때는 조직 내 한 사람이 비전을 제시하고, 다른 경우에는 집단적인 노력에 의해 비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둘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베르간티 급진적 모임(radical circle)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다. 불과 4∼5명의 인원이 조직 전체를 바꿔나갈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서클(creative circle)>이라는 책을 보면 예술과학의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몰고 온 혁명이 소규모 예술가 몇 명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잘 드러나 있다. 큰 혁명이 작은 집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상주의 화풍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이 화풍을 보자. 붓을 가지고 작은 점을 찍는 것처럼 그림을 그린다. 처음 이런 기법을 시도한 모네나 르누아르와 같은 화가들이 전시회에 그림을 출품하려고 하자 기성 화가들이 엄청나게 반발했고 결국 이들은 그림을 내지 못했다. “그게 그림이냐. 실력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았다. 그런데 옆에 있는 동료 두세 명이 “아니다. 신선한 기법이다. 훌륭하다.” 이러면서 힘을 모았고 서로를 격려하고 경쟁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끊임없이 세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인상주의 화풍이 전 세계를 점령했다.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신의 집단 안에서 서로 많이 싸웠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는 가운데 경쟁하고 비판하는 것은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방향을 다르게 잡아서 말하겠다. 혁신은 여러 의미가 있다. 베르간티 교수가 말하고 있는 혁신은 ‘무엇인가 차별되고 급진적인 것’을 만들 때 매우 유용하다. 또 베르간티 교수는 “왜(why)?”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기능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라’고 설명하고 싶다. 즉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적, 사회적 기능까지 더해야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맥박을 재고 혈액 흐름을 측정할 수 있는 많은 의료기기가 있다. 여기에 어떻게 감성적, 사회적 기능을 더할 수 있을까? 많은 영유아들이 집에서 잠을 자다가 돌연사한다. 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이라는 병인데 부모의 마음이 찢어진다. 즉, 이때 부모에게 필요한 기능은 무선으로 영아들의 맥박을 계속 측정하며 동시에 이 과정을 대화하듯 부모에게 상세히 알려주는 기계다. 만약 병원의 의사나 행정가에게 맥박 측정기기를 얘기한다면 그들은 측정이 잘되고 데이터가 잘 쌓이는 제품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건 완전히 다른 기능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항상 안전하기를 바라고 그 과정을 끊임없이 전달받고 싶어 한다. 그 감성적 측면을 잘 봐야 한다.

이런 무선기기를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모든 게 다 괜찮아(It’s all right)’라는 작은 심벌을 붙여놓으면 어떨까? 아무 것도 아닌 이 한마디에 부모가 얼마나 안도하는지 아는가? 부모는 아이의 맥박 숫자가 얼마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를 원한다. 이 심벌은 부모에게 기능이나 데이터를 주지 않는다. 줄 필요도 없다. 부모가 원하는 건 ‘데이터’가 아니라 자식의 안전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는 ‘감성적’ 욕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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