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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전략적 사고와 다양한 실험 미디어그룹, 양 날개로 날아야

김지웅 | 219호 (2017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전략적 사고와 다양한 실험으로 위기를 넘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작년 가을 처음으로 ‘기존 미디어사 내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 in Incumbent Media Companies)’이란 수업이 개설됐다. 이 수업의 핵심 주제는 바로 ‘존재론적 위기(Existential Threat)’였다. 100여 년이 넘게 각종 위기를 겪으며 성장해 온 미국의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오늘날 디지털 파고 앞에서 전례 없이 생존의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 모색이 논의됐다.

수업은 독특하게 진행됐다. 현재 타임워너의 마케팅과 대외 관계를 총괄하는 핵심 임원과 월스트리트 출신의 미디어 기업 창업가가 공동으로 가르치는 형식이었다. 여기에 HBO 회장, CNN 회장, 타임 Inc. 회장, 코스모폴리탄紙 CEO, 플레이보이紙 CEO, 메이저리그(MLB) 부총재 등 기라성 같은 초대 강사들이 현장 경험에서 오는 통찰을 더해주었다.

이 수업에서 강조한 첫 번째는 ‘전략적 사고’다.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서만 줄곧 일해왔던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이러한 ‘전략적 사고’의 기반 위에서 내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장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기업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행동한다는 기업경영의 기본 중 기본인 전략적 사고는 아쉽게도 국내 미디어 기업에서는 반드시 지켜지는 경영원칙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영진이 임명되고, 또 주어진 임기가 매우 짧고, 외부적으로는 각종 규제와 정치권의 개입이 잦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방송사, 신문사 등의 다수의 미디어 기업들은 정작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면 경영진의 임기가 훨씬 길고, 정치권의 규제나 개입이 상대적으로 덜한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달랐다. 시종일관 전략적 사고를 강조했고, 그 누구보다 이에 통달해 있었다. 일례로 타임워너사는 전략적 선택에 따라 그룹의 모태인 잡지 부문은 분사시키고 케이블 사업을 매각하는 등 굵직한 의사결정들을 지속적으로 내려왔다. 그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전략적 프레임이 있었다고 한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1) 보유 핵심 자산 파악 (2) 전략적 목표 설정 (3) 핵심 사업을 수성할 것인지, 현금화에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 (4) 앞선 결정에 따라 제품, 사업부, 투자 등의 결정을 일련화 (5) 마지막으로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조치다.

수업에서 일례로 다룬 전략 수립의 프레임워크는 <그림1>과 같다. 즉, 자사의 핵심 자산을 정의하고 방향성을 잡은 후 기업의 핵심 자산을 보호할 것인지, 최대한 현금화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더 성장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에 걸맞게 제품, 조직, 투자를 갖춰간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를 전략에 맞게끔 고쳐나갈지, 아니면 새롭게 대체해 나갈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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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미디어 기업은 우선적으로 자사가 보유한 핵심자산(Key assets)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가령 방송사는 스스로를 콘텐츠 기업이라고 부른다. 즉, 제조업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방송사는 제조업이 아니라 유통업이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외주 제작사가 제작하고 방송사는 자사의 채널에 편성할 뿐이다. 방송되는 대다수의 콘텐츠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만든다. 방송은 마트나 백화점처럼 사람을 모으고 물건을 진열하는 셈이다. (PB상품 같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있긴 하지만 제한적이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 후단의 전략수립 과정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자사의 핵심 자산 파악하기의 예로 수업의 공동 교수 중 한 사람이 설립한 기업인 타운스퀘어(Townsquare)를 살펴보자. 프라이빗 에퀴티(PE) 펀드 출신인 그는 미디어 산업에 진출하기로 생각하고 진출 가능한 모든 시장(TV, 영화, 신문, 출판, 인터넷 등)을 분석한 후 라디오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본을 확충한 후 소규모의 라디오 방송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라디오는 디지털 서비스로 청취율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사양 산업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는 저렴한 가격에 지역 방송국들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역 라디오 방송사들이 보유한 매우 소중한 자산을 봤다. 그건 의외로 콘텐츠도 아니었고, 방송허가 면허도 아니었다. 바로 각 지역별로 라디오의 영업인력이 갖고 있는 지역 기업들과의 관계와 지역 주민들과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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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스퀘어는 뉴욕의 지역라디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중부 지역의 타 라디오 방송사들을 더 인수했고, 미국의 중부 및 동부 지방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타운스퀘어는 자사가 보유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지역 이벤트, 축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중소도시를 순회하며 놀이동산 및 공연을 운영하는 기업을 인수해 성업 중이다. 그야말로 지역 라디오의 화려한 변신이다. 타운스퀘어는 현재 약 310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 66개 권역에 진출해 있다.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해 있는 상장사이기도 하다. 만약 타운스퀘어가 라디오 사업이 지닌 영업력이라는 핵심 자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변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업에서 강조한 두 번째는 ‘다양한 실험’이었다. 존재론적 위기에 맞서서 미디어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한국과 대조되는 가장 큰 분야는 단연 투자다. 한국의 미디어산업은 각종 규제와 기업들의 소극적인 접근 때문에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심지어 정부의 합병승인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다양하고 굵직한 인수합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미국의 미디어 산업지형은 수시로 바뀐다. 최근에만 해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크게 성공한 신생 매체 바이스(VICE)가 케이블 방송을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건 바이스가 전통 미디어 기업인 21세기폭스, 디즈니인터랙티브(인터넷 서비스 자회사), A&E 텔레비전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성장산업의 주주가 될 수 있었고, 스타트업인 바이스는 덕분에 케이블 채널을 신규로 론칭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활발한 투자가 있었기에 신선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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