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unting & Finance보도가치 높은 루머, 기사 정확성은 낮아Based on “Rumor Has It: Sensationalism in Financial Media”, by Kenneth R. Ahern and Denis Sosyura in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2015), 28, pp. 2050-2093.
무엇을, 왜 연구했나?당신은 신문기사를 참고해 주식에 투자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기사를 신뢰하는가? 언론은 자본시장에서 정보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독자들을 두고 서로 능동적으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할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언론이 보도의 정확성을 희생하면서라도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한다면 투자자의 행동과 주식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남가주대와 미시간대 공동 연구팀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루머와 관련된 언론기사의 정확성에 대해 연구했다. 다양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M&A 관련 기사에는 대중의 관심이 쏟아진다. M&A는 피인수기업의 주주들에게 평균적으로 15∼20%의 초과수익(통상적인 이익률을 웃도는 이익)을 안겨줄 뿐 아니라 근로자 고객 및 경쟁사에는 각각 해고, 제품 공급의 중단, 경쟁시장 등의 변화를 야기한다.
<시애틀타임스(The Seattle Times)>의 1993년 9월2일 1면 기사는 ‘열독률’과 ‘보도의 정확성’ 사이의 상충관계를 잘 보여준다. ‘Could GE Buy Boeing? It's Speculation Now, But Not Entirely Far-Fetched(GE가 보잉을 사들일 수 있을까?(추측이지만 그렇다고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GE의 경영자인 잭 웰치가 보잉을 탐내고 있으며 보잉에 대한 인수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추측성 보도였다. 이 기사로 인해 당일 <시애틀타임스>는 불티 난 듯 팔려나가 ‘완판(완전판매)’됐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보잉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해당 기사는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디자인 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모든 독자들이 기사의 내용을 믿은 것은 아니지만 신문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루머는 결코 현실화되지 않았다. 즉, 보도 후 GE는 보잉에 그 어떤 M&A 제의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발견했나?연구자들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501개의 M&A 루머에 대한 2142건의 기사를 분석했다. 연구의 첫 번째 질문은 ‘피인수기업으로 인용된 기업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기사화된 M&A 루머의 피인수기업들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큰(실제 성사된 M&A의 피인수기업들에 비해) 상장기업이었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홍보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기업들과 소비재 판매 기업들이 M&A 루머에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규모가 큰 상장기업일수록 고용 인력이 많으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일으키기 쉽다. 또 홍보비용과 소비재 판매 비율이 높은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소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루머에 소개되는 기업들은 ‘보도가치(newsworthiness)’가 높은 기업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보도된 기사의 특성과 정확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기사의 정확성은 보도 후 1년 이내에 기사에 언급된 피인수기업에 공식적인 M&A 제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루머의 현실화 여부로 판단했다. 기사의 특성으로는 기사의 보도가치, 기자, 기사 내용 및 매체의 특성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보도가치가 높은 루머일수록 기사의 정확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의 경우 M&A 루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61% 낮았으며 기업 규모가 표준편차만큼 커지면 루머의 현실화 가능성은 43%나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의 개인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연령이 높거나,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거나, 뉴욕시에 근거지를 둔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고 관련된 교육을 받은 기자일수록 경험이 풍부하고 믿을 만한 정보원이 다양해 ‘거짓 루머’를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뉴욕시에 근거지를 두면 투자은행과 펀드매니저 등 M&A 루머에 대한 정보원을 많이 접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 지역 기자의 보도가 정확성이 뛰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현업에 남아 있거나 뉴욕시에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반면 기자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 평균 점수와 ‘우수 기자상’ 수상 여부는 기사의 정확성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의 특성(판매부수, 역사 및 소유구조)도 기사의 정확도와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단, 구체적인 인수가격과 예상 입찰기업들이 기사 내용에 포함되면 해당 루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연구 결과는 언론 매체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대중에게 익숙한, 한마디로 보도가치가 큰 기업들에 대한 M&A 루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도가치가 큰 대형 기업들에 대한 M&A 기사가 그저 루머에 그칠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자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가 더 정확했다.
선행연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공시와 재무분석가의 리포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사에 근거해 주식에 투자하는 성향이 높다는 점에 의문을 던졌다. 본 연구는 언론 매체들이 독자층을 두고 서로 능동적으로 경쟁하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이 신문기사에 의존하는 이유를 일부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M&A 루머에 대한 언론보도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추가분석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M&A 중 51%가 합병계약서에서 기사에 보도된 루머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들 중 63%는 언론에 루머가 보도되기 전 시점의 주식가격으로 인수가격을 계산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M&A의 주체들이 언론에 M&A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는 데 따른 주가 변동을 인지하고 있으며 인수가격 결정 시 이를 충분히 감안한다는 얘기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mail protected]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IFRS 17(新보험회계기준) 적용지원 TF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보험회계 및 조세회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