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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스마트 SCM과 비즈니스 모델

대량 맞춤형 생산의 핵심은 ‘수요’ 측면 혁신, 소비자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성공의 관건

송상화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마트 SCM이 지향하는 대량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

: 제조 프로세스 유연화에 초점을 두는 ‘공급’ 중심 전략에서 가치사슬 전체의 연결을 꾀하는 ‘수요’ 측면으로의 변화가 필요. 이는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DTC)’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구현 가능. DTC 모델은 제조사와 최종 소비자 간 직접 연결이 핵심. 즉, 유통/물류의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제조와 수요 부문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전체 가치사슬의 통합 실현. 물류창고의 기능 역시 과거 ‘보관 센터’ 중심에서 ‘유통 센터’로서의 역할을 넘어 ‘풀필먼트 센터(주문 후 이뤄지는 주문 이행 과정)’로의 진화가 필요.

 

스마트 SCM(Supply Chain Management)은 자동화·지능화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들을 포함한 기업 내·외부의 가치사슬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업 내·외부의 기능 통합 및 연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될 것인가? 이 문제는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데이터 공유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SCM 프로세스의 근본적 변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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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에서 수요로의 무게중심 이동

 
고객의 니즈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오늘날 많은 제조기업들이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을 넘어 대량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위해 제조공장 내부의 설비를 자동화·유연화하는 데 주력했다. 제조 프로세스 자체의 유연화를 통해 다양화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한 것이다. 한마디로 ‘공급’ 측면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SCM에서의 기능 통합 및 연결은 생산 부문의 혁신뿐만 아니라 원재료 공급과 제조 유통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체의 연결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결국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대량 맞춤형 생산 시스템에서 공급 외에 수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급 측면에만 초점을 두는 기존 대량 맞춤형 생산방식은 제품 다양성이 늘어나면 공급사슬 전반의 복잡도와 불확실성이 함께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고객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태에서 제품 다양성만 늘리게 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급과잉과 재고 부담으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공급 측면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SCM이 지향하는 대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존 대량 맞춤형 시스템이 개별 공장 및 물류 프로세스 내 기능 통합과 관리를 통한 ‘공급’ 측면의 연결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스마트 SCM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통해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공급사슬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무려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유니레버(Unilever)에 인수된 대표적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이 대표적 예다. 달러셰이브클럽은 매달 최소 1달러에 교체용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내세우며 2012년 창업했다. 기존 시장 선도 기업인 P&G의 질레트(Gillette) 면도기는 여러 개의 면도날을 포함해 한 번에 15∼20달러는 줘야 살 수 있는 제품이었다. 반면 달러셰이브클럽은 양질의 교체용 면도날을 고객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최신의 면도날을 저렴하게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면도기를 구매하던 프로세스를 온라인을 통한 정기배송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된 후 전체 면도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질레트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달러셰이브클럽은 온라인 시장의 선도 기업이 됐다.


달러셰이브클럽의 비즈니스 모델 중 특징적인 부분은 제조에서 유통, 서비스까지 모든 기능이 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종 소비자와의 접점이 확보돼 있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제조업은 유통 기능이 분업화돼 있어 제조기업 입장에서 최종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직접, 그것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소비자에 대해 알고 싶어도 유통업체가 수집한 정보 가운데 일부를 일정 시점이 지난 다음에 전달받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달러셰이브클럽은 최종 소비자의 피드백 및 구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공급망 및 신제품 개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더욱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게 됐고 고객별 취향 파악 및 맞춤형 서비스 개발 역시 가능하게 됐다.
 

달러셰이브클럽같이 다단계의 유통-물류 프로세스를 건너뛰고 최종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DTC)’ 모델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제조사에 직접 주문을 의뢰하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 혹은 판매하는 것으로 제조 부문뿐 아니라 수요 부문까지 통합 연계된 서비스다. 스마트 SCM에서 지향하는 가치사슬의 전체 연결을 통해 수요-공급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 중에 DTC 모델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미국 내 최고 인기 쿠키 브랜드로 꼽히는 오레오(Oreo) 생산 업체 몬델리즈(Mondelez)가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직접 자신만의 오레오 쿠키 레서피를 만들면 이를 맞춤형으로 생산해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DTC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몬델리즈는 오는 2020년
까지 DTC를 통한 오레오 쿠키 매출을 1조 원 이상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나이키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아마존을 통해 D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아마존 웹사이트 내 나이키 브랜드숍을 통해 나이키에 직접 주문을 넣으면 나이키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가 시작된 것이다. 만약 나이키가 자사 DTC 모델에 아디다스(Adidas)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같은 고객 맞춤형 스마트 팩토리를 결합한다면 보다 빠르고 비용 효과적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대량 맞춤 시스템에 더해 DTC 같은 스마트 SCM,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까지 더해진다면 고객의 취향 및 수요를 보다 손쉽게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저비용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DTC 모델 구축뿐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오프라인 중심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의 유니클로(Uniqlo)는 과거 철저한 기획에 기반해 저비용 국가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원가’ 중심의 SCM 전략을 실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도쿄 고토구 아리아케로 사옥을 옮기며 전체 SCM 전략을 ‘고객 수요’ 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아리아케 프로젝트’다. 과거 제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평균 1년 6개월이 걸렸던 시스템을 스피드 중심의 스마트 SCM 체계로 전환해 고객이 선택한 사이즈와 색상, 디자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한 후 불과 10일 이내에 배송까지 끝내는 고객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유니클로는 의류 제조업에서 정보제조 소매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정보제조 소매업은 제조에서 유통까지 통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빠르게 지원하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미 유통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제조-유통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고 있던 유니클로이기에 최종 소비자와의 직접적 연결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수요 맞춤형 시스템 구축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류 및 공급사슬 네트워크 구조의 변화

 

IDC는 2020년이 되면 제조업의 과반수가 유통-물류 단계를 최소화하고 최종 소비자와 직접 연결돼 제품을 공급하는 역량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물류 및 공급망 네트워크 구조의 혁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은 팰릿/박스 중심의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대량 생산, 대규모 운송 및 보관에 초점을 맞춰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스마트 SCM 체계하에서는 분산된 지역에서 소규모 주문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유통이 버퍼 역할을 하면서 재고를 통해 수요-공급 간 불균형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스마트 SCM 시스템에서는 최종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기업이 고객 만족을 위한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복잡하게 구성된 기존 다단계 유통-물류 네트워크를 플랫폼 중심의 단순화된 네트워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라스트마일 배송(Last-mile Delivery)과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로 요약할 수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마지막 부분에서 서비스 혁신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제품이 제조되는 단계에서는 정해진 계획에 따라 대규모의 생산 및 물류 활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 단계를 퍼스트마일 물류(First-mile Logistics)라고 얘기한다. 반면 최종 소비자에게 가까이 갈수록 소규모의 주문이 자주 발생한다. 이렇게 파편화된 주문에 제조업체가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따라 물류 및 유통업체들이 이런 공백을 채워왔다. 하지만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스마트 SCM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라스트마일 방향으로 지속적인 혁신이 일고 있다.
 

코카콜라는 과거 대규모 주문을 통해 도매 유통 기업에 제품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소매점들은 코카콜라가 아니라 도매 유통 기업들을 통해 제품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최근 코카콜라는 브링(Bringg)이라는 라스트마일 배송 전문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도매 유통 기업을 건너뛰고 직접 소매점들의 소규모 주문에 온디맨드(on-demand)로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미국의 대표적 식품 기업인 켈로그(Kellogg) 역시 다단계로 복잡하게 구성된 기존 물류 네트워크를 재정비해 배송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최종 소비자의 소규모 주문에 직접 대응하는 물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당일 배송, 1시간 내 배송과 같은 라스트마일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포스트메이트(Postmates), 딜리브(Deliv)와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공유경제형 운송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는 우버(Uber) 역시 우버 러시(Uber Rush)를 선보이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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