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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BAT의 AI 전략

글로벌 AI 기업을 지향하는 BAT, 제조·유통·서비스 등 기술 산업 재편에 도전

김병국 | 247호 (2018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및 음성인식기술 등을 토대로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텐센트는 위챗과 위챗페이를 활용해 새로운 AI 기반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AI 전략은 BAT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SQuAD(Stanford Question Answering Dataset) 문장 독해력 대회1 에서 알리바바가 만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s) 모델은 자연어 능력 처리 테스트에서 82.44점을 기록해 인간 참가자가 득점한 82.30점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2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AI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음성 인식, 컴퓨터 비전과 이미지 분야는 중국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해당 분야의 국제 과학기술 논문 발표 건수와 발명 특허권 수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3

중국 AI 기술의 중심에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연구소를 세우고 인재들을 채용한다. 관련 스타트업에도 거침없이 투자한다.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을 비교한 ‘2017년 중국 인공지능 백서’에 따르면 BAT는 각각 자율주행, 전자상거래, 금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었다. 2017년 7월 기준 중국 AI 관련 스타트업 수는 592개로 전 세계의 23%를, AI 관련 투자 누적액도 635억 위안으로 전 세계의 33.18%를 기록했다.

BAT는 AI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선점하고(바이두), 새로운 유통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며(알리바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결(텐센트)을 꿈꾼다. BAT의 성장전략과 AI 기술개발 전략을 비교·분석해 이들이 구성하는 미래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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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과 공존, BAT의 비슷한 듯 다른 AI 전략

바이두는 ‘All in AI(AI에 모든 것을 건다) 전략’, 텐센트는 ‘AI in All(모든 핵심 서비스에 AI를 접목한다) 전략’, 알리바바는 ‘Alibaba DAMO Academy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별 세부 전략을 살펴보자.

1. 바이두(Baidu) - ‘기술’ 생태계에 올인하다

“바이두는 더 이상 인터넷 기업이 아닙니다. AI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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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2017년 5월 열린 바이두 월드 콘퍼런스에서 ‘All in AI’를 선포했다. 바이두가 가장 주목한 것은 ‘기술 생태계’다. 바이두는 2016년 자체 보유 딥러닝 플랫폼 소스코드(PadlePadle, 생체인식, 데이터 분석, 딥닝 등에 사용)를 개방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다. 2017년 4월 출시한 아폴로(Apollo) 무인운전 플랫폼 등을 통해 자사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두는 AI 분야에 2013년 1월 ‘딥러닝연구원(Institute of Deep Learning)’을 설립하면서 본격 진출했다. 연구원 설립 후 리옌훙은 바이두가 주력하는 5대 AI 기술을 연구하는 실험실도 열었다. 딥러닝연구원 이외에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실험실’ ‘빅데이터 실험실’ ‘AR 실험실’ ‘딥러닝 기반 국가 응용 공정 실험실’이 연이어 설립됐다.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여러 차례 통합 과정을 거쳤고,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형성됐다.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와 ‘바이두 브레인’을 조합한 ‘바이두 AI 개방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 클라우드를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브레인을 통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바이두 공식 발표에 따르면 바이두 브레인은 현재 80개 이상의 핵심 AI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다. 바이두를 포함해 이 플랫폼에서 협력하는 파트너사들의 개발자 37만 명이 이 알고리즘을 하루 2억2000만 건 이상 활용하고 있다. 이 개방형 플랫폼 중 ‘DuerOS’와 ‘아폴로’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별로 보면 바이두가 개방형 플랫폼을 가져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DuerOS’는 대화형 기술 기반 AI 공개 플랫폼이다.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등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이 플랫폼은 10개의 주요 도메인과 100개 이상의 하위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 들어오는 업체들은 바이두가 개발한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앱이나 날씨 정보제공앱에 새로운 음성 인식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협력 파트너들은 새로 개발한 콘텐츠를 바이두의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냉장고, 에어컨, TV, 스피커 등 100개 이상의 가전제품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새로운 파트너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기술 역량을 키우고, 그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나 제품,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 스피커 레이븐 H(Raven H)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스피커로 바이두 플랫폼의 모든 앱에 접속할 수 있고, 5m 밖에서도 음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이 스피커는 스마트 하드웨어 기업 두야(渡鸦)를 인수한 뒤 선보인 하드웨어 제품이다.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했던 바이두가 하드웨어까지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애쓰고 있는 것이다. AI 스피커는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두야 창업자 뤼청(吕骋)은 “AI 스피커를 대표하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자율주행기술 관련 개방형 플랫폼인 아폴로의 설계는 크게 2가지 측면으로 구성돼 있다. 파트너사는 바이두의 공개 코드와 서비스, 각종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사의 데이터도 바이두에 제공하기 때문에 바이두는 힘을 들이지 않고도 협력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자원으로 획득할 수 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구글, 아마존 등이 오픈 소스(Open source) 전략을 구사하는 가장 큰 이유다.

현재까지 중국 내 50개 이상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이두는 자율주행기술 관련 코드, 서비스, 데이터 등을 모든 파트너에게 개방한다. 소수 업체들이 국가별로 과점 형태를 취하는 글로벌 경쟁 국가들과 달리 현재 중국시장에는 차량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s) 업체가 200개 이상이다. 중국 하드웨어 업체들은 대부분 질보다 양의 관점에서 성장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이 아폴로 플랫폼의 공개 코드를 활용하면 단기간에 적은 자본으로도 제한된 형태의 자율주행 차량 개발이 가능해진다. 바이두의 입장에서도 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바이두가 제공한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하면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바이두와 협력하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많을수록 중국 자율주행차에 대한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2015년 전후 바이두가 침체기를 겪을 것이란 평가가 대세였다. 몇 년간 인터넷 포털 사업에만 치중한 데 따른 기술 발전 정체, 내부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외부의 우려와 달리 바이두는 AI라는 핵심 기술개발에 집중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두는 지난 5∼6년간 대규모 AI 관련 투자를 지속해 ‘내부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한 외부 기술 확보’라는 양방향 전략에 집중하고 있었다. 관련 R&D 비용은 약 200억 위안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16년 바이두벤처스(Baidu Ventures)를 설립해 AI 관련 하이테크 혁신 프로젝트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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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자상거래의 ‘대확장’ 꿈꾸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향후 30년 내 ‘신유통’이라는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다. 온·오프라인 물류가 결합했을 때 진정한 신유통의 개념이 탄생할 것이다.”

마윈(马云)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2016년 중국 항저우 윈치대회(云栖大会)에서 전자상거래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알리바바의 글로벌 목표 총 거래액을 1조 달러로 끌어올리고, 2017년 기준 약 5억3000만 명에 달하는 활성 고객 수를 2036년 20억 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향한 ‘신유통’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이다. 신유통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를 통합하고 디지털화한 물류 시스템과 유통을 융합한 모델 구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무인 마트, 무인 배송, 무인 창고 등 스마트 물류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신유통을 시작으로 신제조, 신금융, 신기술, 신에너지까지 아우르는 ‘5신(新)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자체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AI 연구는 2014년 설립된 ‘데이터 과학 및 기술 연구원(iDST, Institute of Data Science & Technology)’에서 시작됐다.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 이곳에서 개발됐다. iDST 출신 팀원들은 앞서 소개한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SQuAD 문장 독해력 대회에서 괄목한 성과를 견인한 주역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이 머신러닝 기술을 타오바오(淘宝)의 알리샤오미(阿里小蜜)에도 적용했다. 실제로 고객이 상품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면 알리샤오미는 상품 스펙 정보를 직접 읽고 귀납적 추리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한다. 알리샤오미는 2017년 11월11일 ‘광군제’, 12월12일 ‘쌍십이절(双12)’ 같은 중국 대형 쇼핑 이벤트에 적용됐다.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AI 서비스에 맡기고, 복잡한 서비스 관련 문제점만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직접 해결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관련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알리샤오미 같은 서비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도의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서나 가능하다. 이 역할은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클라우드(AliCloud)’가 맡는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객 데이터와 내부 재고 처리 및 물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은 다 이곳으로 수집된다. 수집된 데이터로 다양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최적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이 알고리즘과 데이터는 알리바바 내부에서만 활용하지 않고 다른 업체들에도 제품으로 판매한다. 특히 IoT 부문은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내 대표 하드웨어 업체에 관련 데이터와 시스템 제공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15년 연간 12억7000만 위안에 불과하던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의 수익은 2016년 30억2000만 위안, 2017년 66억6000만 위안, 2018년 127억7000만 위안(추정치)으로 매년 2배가량 성장하고 있다. 미주, 유럽, 두바이, 호주,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지역에 거점을 확보하며 해외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제 AI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말 알리바바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기관인 다모아카데미(DAMO Academy)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에서 특히 집중하는 AI 원천기술은 딥러닝, 안면 인식, 센서, 자율주행 등이다. 알리바바는 Face++, 센스타임(Sensetime) 같은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 기술들은 알리바바 신유통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에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을 추가했다. 안면 인식 시스템은 알리바바가 최근 선보인 무인 편의점 타오카페(Tao café)의 전자 결제 등에도 활용된다. 타오카페 매장 안에 배치된 기계를 통해 사람의 얼굴을 식별한 후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를 대형 마켓, 교통 서비스 등에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향후 알리페이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안면 인식 결제를 지원하는 가맹업체들이 늘어나면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함께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위챗페이보다 한발 앞선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 선도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는 물류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경험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정확한 재고 예측과 효과적 상품 제안, 효율적인 배송을 가능케 하는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알라바바는 로봇을 활용해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이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알리바바의 물류 혁신 조직 차이니아오(Cainiao, 菜鸟)는 ‘Xiao G(Little G)’라는 배송 로봇을 개발 중이다. 아직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이 로봇을 통해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품을 최종 소비자까지 배송하는 후반부 과정) 배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 행동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고 개인별 관심사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재배치하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고객이 거울 앞에 서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얼굴과 신체를 인식해 고객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주고 다양한 옷을 입은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가상 피팅룸 ‘매직미러(Magic Mirror)’도 개발했다. 고객들이 여러 옷을 가상으로 입어본 뒤 온라인 사이트에서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알리바바가 개발하고 있는 AI 기술은 공공 서비스에도 활용된다. 알리바바는 ‘Alibaba Cloud ET City Brain’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교통 상황과 차량 이동 정보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토대로 도시 교통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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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위협하는 TMD
많은 중국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 TMD(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메이퇀디엔핑(美团点评), 디디추싱(滴滴出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새 BAT의 뒤를 이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TMD의 공통점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업은 PC 기반의 
1세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모바일 중심의 2세대를 넘어 AI를 활용한 3세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2년 사업을 시작한 진르터우탸오는 5년 만에 BAT의 뉴스 앱을 모두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6월 기준 7억 명이 진르터우탸오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중국 내 뉴스앱 중 일일 앱 사용자 수, 사용시간에서도 압도적이다. 매일 7800만 명이 76분이나 이 앱에 머무른다. 뉴스 시장 지배력이 가장 큰 바이두와 비교해도 크게 앞선다.

다른 앱과의 강력한 차별점은 맞춤형 편집 기능이다. 진르터우탸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큐레이션’한다. 나이, 지역, 직업 등의 기본 정보와 과거 구독한 뉴스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유저를 분석해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나 뉴스를 제공한다. 기존 포털 서비스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포털 검색의 1인자인 바이두는 콘텐츠를 검색창에 노출하는 방법으로, 위챗 등 SNS를 보유한 텐센트는 언론사와 제휴해 진르터우탸오의 공격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메이퇀디엔핑(메이퇀)은 중국 시장 내 1위 배달 서비스 앱이다. 우리나라의 ‘배달의민족’과 유사한 서비스다. 2016년 총 거래액(GMV)은 350억 달러, 총 주문 건수는 34억 건, 평균 주문 가격은 10.3달러, 사용자 연평균 소비 횟수는 14회에 달한다. 메이퇀은 중국 28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점 업체 수는 301만 개이며 2017년 7월 기준으로 일평균 주문량은 2000만 건이다.

메이퇀의 데이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이 플랫폼에서 매일 15PB(1페타바이트=1024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되며, 현재 200PB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메이퇀은 고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시간 물류조달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주문 기록, 퀵서비스 동선, 상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밀리 초 내에 가장 효율적인 배달 동선을 산출한다. 2017년 AI 인력 채용을 강화해 드론, 무인자동차 연구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구 밀집지역의 배송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디디추싱은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대 모바일 교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우버의 서비스를 모방한 중국 내 차량 공유서비스 양대 산맥인 콰이디다처(快的打车)와 디디다처((嘀嘀打车)가 2015년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투자를 주도했다. 합병 후 두 회사는 함께 디디추싱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호출형 택시, 카풀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 등 운송과 관련한 서비스 대부분을 제공한다. 디디추싱의 경쟁력도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 디디다처는 4500TB의 교통 데이터, 매일 2000만 건의 콜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산하 디디연구원은 딥러닝, 맨-머신(Man-Machine) 인터랙션, 컴퓨터 비전, 스마트 운전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1분기에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해외 연구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AI 2.0 시대를 준비하는 디디’라는 포럼을 열고 AI랩을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디디추싱은 AI 전문 인력을 2020년까지 1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 수익성 확보, 서비스 확장 방안으로 AI 활용하는 텐센트

2017년 11월8일 열린 텐센트 글로벌 파트너 콘퍼런스에서 마화텅(马化腾) 회장은 ‘기초 연구 –응용분야 구축’ AI 오픈소스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AI 전략을 발표했다. 마화텅은 콘퍼런스에서 기초 연구는 음성 식별, 자연언어 처리, 머신비전, 머신러닝 등 4대 영역에 집중할 것이며, SNS, 콘텐츠, 게임, 의료, 유통, 금융, 보안, 통역 등 8대 응용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기초 기술 강화를 위해 텐센트는 ‘Youtu AI Lab(优图实验室)’ ‘Tencent AI Lab’ ‘WHAT AI Lab’ 등 실험실을 만들었다. 이 실험실에선 이미지 처리, 패턴 인식,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텐센트는 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모바일 플랫폼인 위챗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콘텐츠 생산자와 의료 서비스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텐센트는 2017년 한국의 카카오플러스와 유사한 미니 프로그램 ‘샤오청쉬(小程序)’를 통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지 않고 위챗 채팅창을 통해 검색과 QR코드 스캔, 앱 구동이 가능하게 했다.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배달앱, 공유경제 서비스 앱은 물론이고 각종 게임과도 연동된다. 온·오프라인 상점과도 연결되며 모바일 홈쇼핑처럼 실시간 모바일 방송을 통한 제품 판매도 가능하다. 고객들은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 콘텐츠나 상품을 위쳇페이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사용하는 앱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앱 관리에 애를 먹던 중국 고객들은 미니 프로그렘에 열광했다. 미니 프로그램으로 가입한 애플리케이션, 오프라인 상점 등은 300만 개에 달할 정도다. 이 미니 프로그램은 텐센트가 구상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미니 프로그램은 직관적이고 실용성이 높은 모바일 채널을 원하는 중국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텐센트는 이 플랫폼 안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하고 가공해서 위챗 유저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텐센트는 의료 부문에도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위챗의 화상 및 음성 서비스 등을 이용해 원격 의료, 건강진단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텐센트의 의료 플랫폼인 텅아이이성(腾爱医生)은 중국 내 가장 큰 의료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환자들이 영상 채팅을 통해 의사와 진료상담을 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처방약을 주문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텐센트는 위닥터그룹(WeDoctor Group)이라는 채팅 기반 스타트업과 온라인 처방약 및 의료기기 판매 업체인 하이란즈지아(海澜之家) 등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원격 진료의 고도화를 위해 ‘Robotics X’라는 연구소에서 AI 기반 의료 로봇 개발도 시작했다. 텐센트는 2017년 33개 의료 관련 업체에 약 200억 위안을 투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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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의 데이터 관리 조직
AI 기술과 빅데이터는 불가분의 관계다.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모두 이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 두 기업의 조직구조를 보면 이런 전략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텐센트는 다음 7개 주요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 CDG(Corporate Development Group), IEG(Interactive Entertainment Group), OMG(Online Media Group), MIG(Mobile Internet Group), SNG(Social Network Group), WXG(Weixin Group), TEG(Technology & Engineering Group)

전체 매출의 40%를 점유하는 게임은 IEG의 주력 상품이다. PC 기반 인스턴트 메신저 QQ는 SNG,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WXG가 관할한다. 사업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TEG라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관리된다. TEG 산하에 빅데이터와 AI를 컨트롤하는 연구센터(Lab)를 설립해 관련 데이터를 바로 AI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사업부마다 각각 설치했던 AI 랩도 TEG로 통합했다. SNG 산하에 조직되었던 ‘Youtu AI Lab’,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 관리하는 WXG의 ‘WHAT AI Lab’이 TEG 산하 ‘Tencent AI Lab’으로 통합됐다. PC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유입되는 게임 및 e커머스 고객 정보를 TEG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들을 위한 제언

AI 기술은 의료, 금융, 보안, 교통 등 여러 산업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의료나 금융 등 대량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분야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활용되면서 서비스 고도화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분야에서 중국은 BAT를 중심으로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크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데이터 생성과 축적, 연산 처리 기술력 및 인재 확보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뒤처져 있다. 한국은 초고속 통신망이나 5G 등 하드웨어 인프라 고도화에만 매달리는 느낌이다. 데이터 생성과 축적, 빅데이터로 연계되는 연산 처리 기술 및 관련 인재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AI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IT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칩 체조 업체 엔비디아, 반도체 업체 ARM홀딩스를 포함해 약 30개의 AI 관련 글로벌 혁신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손정의 회장은 앞으로도 100개 이상의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목전에 다가온 특이점(Singularity)4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과 글로벌 비전이 필요하다.  

김병국 9K리서치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대신경제연구소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IT,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자동차 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11년 자동차 부문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AWSJ)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2위에 선정된 바 있다. 이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2015년 12월 중/한 투자 전문 리서치회사인 9Kresearch(北京九棵树睿智商务咨询有限公司, www.9K-research.com)를 설립했다. 현재 현대차,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홍타이기금(洪泰基金) 등 양국 기업 및 투자자들에게 아웃소싱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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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국

    김병국

    -(전)대신경제연구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중/한 리서치 회사인 9K research(www.9k-researchrz.com)를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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