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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감정의 영역까지 침투한 로봇

김남국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과거에는 사람과 로봇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로봇이 안정적으로 이 작업을 수행하기까지 심각한 공학적 난제들이 존재했습니다. 외부 대상을 인식하고 대화하거나 교류하는 건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로봇에게는 극도로 난도가 높은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런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걷거나 뛰는 기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했으며 일본에서는 초밥용 밥인 샤리를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로봇이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이제 자연어로 소통하면서 고객 응대를 하고, 음악을 만들며, 그림을 그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CES에서는 옷을 개 주고 단추까지 채워주는 로봇 폴디메이트가 등장했습니다. 극도로 자동화가 어려운 가사노동 분야에서의 혁명도 이제 멀지 않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로봇과 인간의 감정적 교류입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팀은 직장에서 간식 등을 배달해주는 스낵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낵봇이 간식을 배달해주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칭찬해줬더니 옆에 앉아 있던 직원이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공룡 모양의 장난감 로봇 플레오는 사람이 쓰다듬어주면 목으로 손을 감싸 안는 등 실제 동물처럼 행동합니다. MIT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일정 시간 동안 플레오를 갖고 놀게 한 다음, 칼과 도끼를 주며 절단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몸으로 막아서며 플레오를 보호하려는 이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로봇과 생명체의 유사성이 높아질수록 감정적 교류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는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로봇의 영역이 특정 기능과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과 소통하며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는 또 다른 질적인 변화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구글이 매물로 내놓은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최근 인수한 것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다양한 매장에서 점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로봇 페퍼를 통해 로봇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페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약 200만 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대신 소프트웨어 등의 사용료 형태로 장기간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등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또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향후 비즈니스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신중하게 선택해 자동화하고 대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 로봇의 활용 영역이 확대될수록 역량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로봇 적용 이후 새로운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신중한 역량 계발 프로그램도 도입해야 합니다.

DBR은 전문가들과 함께 로봇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며 기업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로봇의 잠재력을 확인하시고 운영 효율성 개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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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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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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