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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북한 에너지 해결책, 원조보다 부가가치 발굴에 초점을

김성우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필자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Asia Leadership Conference)’에서 ‘클린 에너지의 미래’ 세션의 좌장을 맡았다. 이번 행사에서 화제는 단연 북한이었다. 많은 글로벌 전문가가 북한의 에너지 접근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사실 최빈국의 에너지 접근성 문제는 이 분야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세계 70억 인구의 5분의 1이 여전히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 관련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에너지 관련 에너지 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북한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에 의하면 북한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2016년 비OECD 국가의 23% 수준이며 한국의 7%에도 못 미친다. 석탄과 수력 발전에 기반을 둔 북한의 에너지 수급 구조는 자연재해와 설비 노후화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자연재해로 주요 에너지원인 수력 발전 설비의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로 같은 인프라도 인프라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원 자체가 부족해 경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전문가들이 나눈 의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북한이 보유한 자원의 가치와 잠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프라 구축을 계획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북한을 ‘도와준다’는 원조 형태의 접근 방식보다 북한에 잠자고 있는 부가가치를 발굴해 서로 윈윈하는 투자와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폴 니드햄 심파네트웍스(Simpa Networks) CEO는 이 같은 윈윈 전략을 실천해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팔아 성공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는 전기로 더 오래, 편리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델은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휴대폰 선불 결제 시스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식으로 태양광 발전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최신 IT와 신재생에너지 기술, 기업과 주민 간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예다.

이 외에도 10조 원에 달하는 환경에너지펀드를 운용하는 녹색기후기금(GCF)의 투자, 개발도상국의 친환경에너지 보급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인프라 구축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도 신재생에너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재생에네르기법’을 신설하고 2044년까지 500만㎾ 신재생 전력 생산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아직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의 0.1% 미만에 머무르는 등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지난 10년간 중국산 태양광+조명 세트 160만 개가 설치되는 등 북한 내 에너지 인프라 상황을 고려할 때 신재생 에너지의 분산 공급을 위한 투자와 신규 사업 모색은 예상보다 좋은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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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 교수 / [email protected]


고려대와 미국 루이빌대에서 지구과학 및 수학을 전공하고, 듀크대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aSSIST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신사업개발실, 투자사업실 등을 거치며 기업의 실제 환경에너지 경영, 기후변화 관련 신사업 개발 및 신규 투자를 담당했으며 KPMG에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12개국의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성팀을 이끌며 기업 자문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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