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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글로벌 모빌리티 얼라이언스

완성차 업체들 어제의 적과 제휴 붐
스타트업 지원하며 생태계 구축해가야

차두원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업계 지형의 변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2015∼2017년) → 완성차 업체들 간의 얼라이언스(alliance) 구축(2018∼2019년)

완성차 업체 간 모빌리티 얼라이언스 결성 이유
공동 개발을 통한 투자 리스크 분산 및 자동차 소비 감소라는 당면 위기에 대한 대응

국내 업체에 대한 제언
연구개발(R&D) 투자의 절대 규모, R&D 집중도, 얼라이언스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은 해외 주요 경쟁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황. 보다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과 함께 기존 협력업체 및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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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산업의 캄브리아 대폭발기

요새 모빌리티 관련 세미나나 회의에 참석하면 “모빌리티 산업을 정의할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설명을 부탁드린다”는 질문을 반드시 던진다. 많은 기업이 모빌리티 사업부를 설치해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의외로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빌리티 산업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 워낙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으로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동의된 학문적 정의를 찾기 어려운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표적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차량 공유(car sharing), 승차 공유(ride sharing), 차량 호출(ride hailing) 등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모빌리티 업체라고 부르는 곳은 이외에도 많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공유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분야, 심지어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flying car)나 드론 업체들까지 다양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음식 배송과 물류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들도 스스로를 모빌리티 업체라고 정의한다. 이동을 위한 디바이스들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까지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면서 모빌리티 하드웨어의 서비스 상품화(servitization) 속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현재 모빌리티 산업의 범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흡사 5억4000만 년 전, 생물 진화에서 우주의 빅뱅에 필적할 만한 ‘캄브리아 대폭발기(The Cambrian Explosion)’와 같다. 당시 지구에는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해 현재 대부분의 동물문이 등장했을 정도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모빌리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서비스 모델과 디바이스를 개발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업계의 지형도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된 비즈니스 모델들을 기초로 모빌리티 산업에 대해 정의하자면 대략 ‘인간과 사물, 혹은 원하는 대상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디바이스, 서비스 알고리즘과 플랫폼 연구개발(R&D),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 설계, 운영 및 유지보수, 폐기 등의 전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0에서 도요타가 2021년 착공 예정인 우븐시티(Woven City) 콘셉트를 선보인 것에서도 드러나듯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능도 바로 모빌리티다. 모빌리티는 단순히 도시 구성요소를 넘어 시민들의 생활과 삶의 모습을 새롭게 진화시키고 있고, 기업들에는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모빌리티 캄브리아 대폭발기가 계속 진행 중인 이유다.

구글이 촉발한 자율주행기술 경쟁

최근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율주행기술 경쟁은 구글이 불을 지폈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6년 12월엔 지주회사 알파벳 산하의 12번째 사업부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전담하는 웨이모(Waymo)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웨이모는 공식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간 웨이모의 R&D와 시험 서비스 추이를 분석해 보면,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자동차를 구입해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완성차 업체 등에 자율주행 운영 체제를 라이선스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다. 이미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 600여 대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서 시험 운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6만200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SUV 전기차 아이-페이스(i-Pace) 2만 대도 주문해 보급형(크라이슬러)과 고급형(재규어)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췄다. 2019년 2월에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자율주행 협력을 체결했고, 올해 들어선 외부 투자(총 30억 달러)도 유치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구글이 웨이모를 앞세워 자율주행차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015년 이후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의 앞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를 2020년이나 2021년으로 내다봤고, 예상 목표 시점에 맞춰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승차 공유 및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2 개발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가령, GM은 승차 공유 업체 리프트에 투자를 단행하고, 라이다 업체인 스트로브와 현재 GM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M&A했다. 포드도 AI 업체인 아르고 AI, 니렌버그 뉴로사이언스와 오토믹, 라이다 업체인 벨로다인, 지도 업체인 시빌맵스, 대중교통 트랙킹 앱 개발 업체 트랜스록, (현재는 서비스를 종료한) 온디맨드 서비스 업체 채리엇 등에 투자하거나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만큼 기술개발 속도는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상용화 목표 시점은 점점 뒤로 밀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도 2018년을 기점으로 바뀌게 된다. 즉, 개별 회사 차원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획득하려던 접근에서 탈피해 직접적인 경쟁관계인 완성차 업체들끼리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오리진(Origin)이라는 6인승 전기 자율주행자동차를 발표한 GM크루즈는 미국의 GM, 일본 혼다와 소프트뱅크 얼라이언스의 결실이다. GM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는 GM크루즈는 2016년 3월 GM이 자율주행기술 개발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5억8100만 달러)하며 탄생했다. 이후 GM크루즈는 2018년 5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22억5000만 달러(GM크루즈 지분 19.6%), 같은 해 10월 혼다로부터는 7억5000만 달러(GM크루즈 지분 5.7%)를 투자받았다.3 GM크루즈 최고경영자(CEO)인 댄 암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이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 대신 오리진을 사용하면 연 5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4 현재까지 주행비용, 충전 인프라, 차량 유지 비용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GM 오리진은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온디맨드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웨이모는 기존 하드웨어보다 양산 가능성이 높고 보다 정밀한 센싱(sensing)이 가능한 5세대 하드웨어를 재규어 전기차 아이페이스에 탑재해 선보이며 ‘웨이모 비아(Waymo Via)’라는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계속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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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두원[email protected]

    『포스트 모빌리티』 저자

    필자는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 포티투닷,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등에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와 자율주행 연구 및 실무를 맡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R&D 정책 및 전략을 수립했다. 모빌리티혁신위원회,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 플랫폼운송사업심의위원회, 중장기전략위원회,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등에서 규제 및 정부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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