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9일 영국 HSBC는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지분 51% 인수 협상이 무산됐다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그 배경을 둘러싸고 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세계 각국 은행들의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HSBC가 외환은행보다 해외 다른 은행을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거나, 세계적 유동성 위기로 외환은행 인수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배경이 어찌됐든 2007년 여름부터 이뤄진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은 무려 1년여의 시간을 끌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이후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라는 두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두 은행은 이미 2006년 초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대결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2006년 말 론스타가 인수 협상을 파기했다. 그 뒤 론스타는 HSBC와 인수 협상을 시작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새해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두 국내 은행이 과연 외환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확실치 않다. 론스타 역시 금융위기 이전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면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을 것이다. 양측 모두 상당한 기회 비용을 날린 셈이다. 어떤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최소한 금융위기가 끝나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론스타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전 정권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과 헐값 매각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하지 않았다. 법적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불법 로비를 벌이면서 뇌물을 제공했으며,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라 은행은 위험자산에 대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건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이 아닌 주체가 금융기관을 인수하려면 BIS 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만 인수할 수 있다.
때문에 헐값 매각과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문제 삼는 쪽에서는 외환은행이 회계 조작으로 일부러 BIS 비율을 낮춰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의 부실 정도를 실제보다 더 심하게 부풀려 실제 가치보다 훨씬 싼 값에 매각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고 이 문제는 곧 소송으로 번졌다.
1심 판결은 2008년 11월 25일 내려졌다. 법원은 론스타의 손을 들어주며 모든 기소 사항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즉각 상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지루한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다.
이 사건 관련자들은 이미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고, 2006년 말 그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감사원은 유희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외환은행을 매입하기 위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의 친구인 하종선 변호사에게 100만 달러 이상의 로비 자금을 지급했고, 하종선 변호사의 로비를 받은 변양호 국장이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 행장과 공모해 외환은행이 실제보다 더 부실한 것처럼 회계자료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