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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회계

KPI가 문제? 활용을 잘 못해서 문제!

김범석 | 290호 (2020년 2월 Issue 1)
나무종합회사는 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사내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매월 말, 한 달 동안 대여 건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책을 대여한 직원들을 선정해 포인트를 수여했는데 그 덕택인지 초기엔 사내 도서관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한 지 몇 개월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얇은 책이나 만화책 위주로 대여가 늘어나는가 하면 읽지도 않으면서 월말에는 대량으로 책을 대여했다가 반납하는 건수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직원들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해당 이슈를 옆에서 지켜보던 김 CFO는 관리부서장에게 복지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바꿔야 사내 도서관이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목표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1 가 도입된 이래 많은 회사가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영하고 있다. KPI는 조직 또는 개인의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선정하는 지표인데 KPI로 선정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측정 가능성’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익 추구’다. 따라서 대부분의 KPI는 ‘측정 가능성’이라는 조건과 맞물려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등 재무지표 위주로 선정되곤 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다양한 부서 및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무지표만으로는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비재무적지표’ 또한 중요한 KPI로 선정되곤 한다. 가령, 인적자원관리(HR) 부서의 경우에는 인력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3년간 이직률, 핵심 인력 유지율 등을 KPI로 선정하는데 이런 지표가 비재무지표의 단적인 예다.

문제는 부서나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KPI를 발굴하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데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히 대여한 책의 수량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에는 애초에 직원들이 책을 읽게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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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 때문에 회계에서는 올바른 KPI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① 측정 가능성 ② 업무 대표성 ③ 관리 가능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측정 가능성이란 말 그대로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직원의 행복지수’를 KPI로 선정할 경우에는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행복지수’를 객관화해 평가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에 측정 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KPI라고 볼 수는 없다. ‘도서관 출입 횟수’ 같은 지표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활용을 장려하는 보조적인 지표로는 활용될 수 있지만 도서관에 자주 방문한다고 해서 책을 빌리는 횟수가 직접적으로 늘어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업무 대표성(선정된 KPI를 통해 수행하는 업무가 목표 달성을 위해 갖고 있는 대표성) 측면에서 적절한 KPI 지표라고 보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관리 가능성이란 선정된 KPI가 내부적인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물가지수를 KPI로 선정하고 급여 인상을 물가지수에 연동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물가지수는 한 회사의 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관리하기 어려운 지표이므로 KPI로 선정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나무종합회사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대출 권수’로 측정되는 현재의 KPI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실제 직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책을 읽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간략한 ‘독서감상평’을 사내게시판 등에 등록한다든지, 아니면 책과 관련된 퀴즈를 풀게 하고 통과하는 경우에 한해 책을 읽었다고 인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단순 독서 장려가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독서를 장려하거나 인문학 등 특정 분야와 관련된 책 읽기를 장려하는 게 목적이라면 도서 유형별로 가중치를 둘 수도 있다. 또한 한 달간 가장 많은 책을 대여한 사람, 한 달간 독서감상평을 많이 제출한 사람, 전공 서적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등 복지 포인트를 다양한 기준으로 분산해 제공하는 것도 두루두루 독서를 장려하는 방법일 수 있다.

기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KPI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불만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때로는 KPI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기업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이 들려오기도 한다. 조직이 목표로의 몰입만을 강조하면 직원의 창의성을 저해하기도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목표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KPI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올바른 KPI를 발굴하지 못하고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DBR mini box: 회계 실무 TIP: BSC와 KPI

비행기를 운전하는 조종사를 생각해 보자. 비행기 계기판에는 수많은 계측기가 있고 이를 정밀하게 관리해야 비행기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재무지표도 충분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균형 잡힌 성과표(BSC, Balanced Scorecard)’다. 기업이 점점 대규모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 내부의 다양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재무적 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련된 성과평가지표 측정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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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C의 핵심 철학은 기업이 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및 학습과 성장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 극대화(재무적 관점)를 위해서는 고객 만족도와 고객 충성도(고객 관점)를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서비스를 강화(내부 프로세스 관점)하는 것은 물론 내부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종업원 만족도(학습 및 성장 관점)를 높여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KPI 지표를 도출하는 것이 BSC의 핵심이다. (그림 1)



필자소개 김범석 회계사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했다. 삼일회계법인 및 pwc컨설팅에서 십수 년 동안 외부 감사, 그룹재무전략, 연결경영관리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최고재무책임자(CFO) 어젠다 위주의 다양한 프로젝트성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기업의 재무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회계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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