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다시피 ‘MZ세대’라는 용어에서 알파벳 M은 새 천 년을 의미하는 ‘밀레니얼(Millennial)’에서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그렇게 MZ세대는 새로운 천 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 청년 세대를 둘러싼 담론은 ‘헬조선’ ‘흙수저’ ‘N포 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등 시종일관 암울하다. 청년은 그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청년이라는 거울에 비친 한국 사회의 미래는 지옥도가 따로 없어 보인다.
희망과 절망의 변곡점 다음에 온 세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헬조선’에서도 사랑이 꽃피고 새 생명이 태어난다. 마냥 청년일 줄로만 알았던 밀레니얼세대가 어느새 40대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10대에 돌입하고 있다. 이른바 알파세대의 출현이다. 알파세대란 용어를 처음 만든 호주의 인구학자 마크 맥크린들ii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은 2009년 세대 문제를 다룬 저서 『XYZ의 ABC』에서 처음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맥크린들은 책을 집필한 당시 아직 태어나기도 전인 세대를 정의한 셈이다.
닫기은 알파세대야말로 진정한 밀레니얼세대라고 주장한다. MZ세대는 일부만 2000년대에 태어났을 뿐 상당수가 1980∼1990년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알파세대는 전원이 새 천 년 이후 태어났다. 맥크린들은 전 세계가 여전히 테러리즘과 기후 위기의 공포 속에 있지만 알파세대가 결국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세대에 대한 작명은 해당 세대가 먼저 출현하고, 그 이후 이름과 특징을 부여하는 식이었다. ‘386세대’(1960년대생)와 ‘X세대’(1970년대생)는 성인이 된 이후인 1990년대가 돼서야 세대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알파세대는 태어나기도 전에 마치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구원할 메시아를 예언하듯 앞선 세대에 의해 명명됐다.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실제로 어떤 세대적 특징을 보일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세대가 MZ세대와 구분되는 몇 가지 지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MZ세대는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 문화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MZ세대 사이에 일고 있는 뉴트로(Newtro) 열풍이 그 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과거 문화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한다.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던 필름 카메라가 MZ세대 사이에서 다시금 인기를 끄는 것은 모든 결과물이 즉시 확인되는 빠른 세상에 대한 일종의 피로감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MZ세대가 겪어보지 않았거나 너무 어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날로그 시대에 관심 갖는 것은 직면한 현실이 어둡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호황기에 태어나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 큰 경제 위기를 겪었다. 베이비부머나 X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와 청년기 내내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고성장과 저성장, 20세기와 21세기,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MZ세대는 희망과 절망의 변곡점을 경험한 첫 세대다. MZ세대를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편견 없는 세대가 여는 가능성
그러나 알파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이미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뒤 태어났다. 저성장은 선진국의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영원한 성장이란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알파세대에게 저성장은 절망의 늪이 되지 못한다. 고성장의 시절을 살아본 적 없으니 저성장이 치명적 상흔을 남기지 않는다. 고성장을 한때나마 목격했던 MZ세대가 ‘소확행’같이 욕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저성장을 극복한다면 알파세대의 대응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