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는 길괘가 있으면 흉괘도 있다. 다행히 주역은 흉괘를 극복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우선, 주역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잘못된 방향을 설정하거나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약에 흉괘가 나왔을 때는 다시 지괘를 뽑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암시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차에 관한 모든 비법을 스스로 익혀 다성의 반열에 오른 육우, 유배지에서 이룬 학문적 성취를 인정받게 된 다산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과 겸손으로 정진한다면 험난한 운명을 뒤집을 수 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도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해 일상이 멈췄던 지난 몇 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 와중에 더러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일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주역 64괘 가운데도 좋은 조짐을 암시하는 길(吉)괘가 있는 반면 나쁜 상황을 암시하는 흉(凶)괘도 있다. 엎친 데 덮친 상황을 암시하는 중수감(坎)괘, 벌레가 생겨 속이 썩어들어가는 상황을 암시하는 산풍고(蠱)괘, 험한 산을 만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상황을 암시하는 수산건(蹇)괘, 마실 물조차 없어진 곤궁한 상황을 암시하는 택수곤(困)괘 등이 대표적인 흉괘이다.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