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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현명한 승리를 말하다

박재희 | 41호 (2009년 9월 Issue 2)
병가(兵家)는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상에 고정된 원칙이란 없다. 오직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때 생존의 능력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병법의 원칙이다. 특히 불확실한 전장에서는 상황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현장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의 5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CASE 1 高陵勿向
적이 높은 언덕 위에 있다면 적을 향해 공격하지 말라
상대방이 나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대들다가는 큰 피해를 입는다. 전쟁은 이기려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승리를 확인하려고 들어가는 작업이다. 아무런 준비와 명분도 없이 감정으로 사업을 벌이거나 상대방을 대한다면 지혜로운 승리를 할 수 없다. 상대방이 나보다 우위에 있을 때는 충분히 준비한 뒤에 공격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전환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감정만 갖고 덤비면 백전백패다.
 
CASE 2 佯北勿從
패배한 척 도망가는 군대를 쫓지 말라
양(佯)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다. 배(北)는 패배다. 따라서 ‘양배(佯北)’는 패배한 척하고 달아나는 군대를 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머리를 숙이고 복종을 한다면 나의 허점을 노리는 전술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적을 유인하고 싸워라. 주도권은 결국 싸움의 룰을 정하는 사람에게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패배하는 적을 따라 상대방이 원하는 장소로 끌려가면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이때 감정을 최대한 억제해 상대방에게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미끼를 준비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CASE 3 銳卒勿攻
정예 부대는 공격하지 말라
‘예졸(銳卒)’은 사기가 충천한 정예 부대다. 깃발이 정정(正正)하게 휘날리고 전열이 당당(堂堂)한 부대와는 무리하게 붙어 싸워서는 안 된다. 무리하게 상대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시간을 벌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부족한 힘이 다시 충전되고 상황이 유리해졌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
 
CASE 4 歸師勿遏
고향으로 귀환하는 부대는 막지 말라
‘귀사(歸師)’는 집으로 돌아가는 군대다. 이러한 군대를 막으면 적은 죽기 살기로 싸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대는 평소와 다른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오랜 전쟁에 지쳐 전군의 목표가 오직 집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사표 쓰고 나가는 직원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직을 나가는 사람은 자극을 받으면 감정을 폭발시킨다. 조직의 파멸은 외부에서만 오지 않는다. 내부에서 떨어져나간 사람에게서도 시작된다. 헤어질 때는 모든 갈등과 구원(舊怨)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만날 때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CASE 5 圍師必闕
포위된 군대는 반드시 길을 터줘라
‘위사(圍師)’는 포위된 군대다. ‘궐(闕)’은 길을 터주는 것이다. 퇴로가 완전히 막힌 적은 죽기 살기로 대든다. 이미 패배한 군대라도 길 하나는 터줘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후퇴하는 길을 하나 열어줌으로써 상대방의 반격 의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상대방이 가진 10개 모두를 가지려 해서는 안 된다. 몇 개는 남겨주는 지혜가 현명한 승리로 이어진다. 세상에 완벽한 승리란 없다. 내가 10개 모두 가지려 하면 반드시 후회가 따를 것이다.
 
인생은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투와도 같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급박한 상황과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병법은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다가온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라. 지혜로운 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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