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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게 배우는 경영학

박재희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요즘 경영(經營)이 화두다.
자신을 경영하고, 가정을 경영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국가를 경영한다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경영은 개인과 조직의 생존을 높이는 데 중요한 항목이 돼버렸다. 경영자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정, 기업, 조직, 국가의 미래가 달라진다. 경영이란 단어는 동양고전 중에 <맹자(孟子)>에 자세히 나온다. 맹자는 <시경(詩經)>을 인용하여 경영을 이렇게 정의한다.
 
“문왕께서 영대라는 건물을 지을 계획을 세우셨다(經始靈臺). 계획하고 실행하셨는데(經之營之),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도왔다(庶民攻之). 그리하여 그 건물은 하루도 채 안돼서 완성됐다(不日成之). 계획을 세우실 때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했는데(經始勿), 서민들이 자식처럼 와서 도와주었다(庶民子來).”
 
맹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는 경영의 의미는 간단하다. 리더가 목표를 세우고(
, plan),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실행하는 것(, execution)이 경영인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실행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voluntary) 참여해 빠른 성과(effectiveness)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참으로 적확한 경영의 정의가 아닐 수 없다. 맹자의 정의를 간단히 요약하면 경영은 결국 ‘자발적 참여’와 높은 ‘성과 달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군림하고, 강요하고, 질책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하며, 이런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경영의 본질이다. 강요에 의해서 마음이 바뀌거나 복종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발적인 참여와 자율적인 복종이 있어야만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맹자가 백성들의 자발적 복종과 성과 달성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경영의 화두는 ‘민본(民本)’ 경영과 ‘여민(與民)’ 경영이다. 민본은 조직원의 행복을 기준으로 모든 판단과 실행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민은 성과를 조직원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민본 경영은 조직원을 끝까지 지켜야 하며(保民), 그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며(安民), 그들을 위한 경영을 하며(爲民), 그들의 불행을 구제해주는(濟民) 것을 말한다. 여민 경영은 조직원들과 함께 즐기는 행복경영(與民同樂), 조직원과 함께 지키는 인화경영(與民同守), 조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나눔경영(與民同食)이다.
 
경영자는 군림하기에 앞서서 섬기는 자이어야 한다. 강요하고 규제하는 자가 아니라 자율과 자발성을 만들어내는 자다. 서로 소통하고 꿈을 공유할 때 경영의 성과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송나라 때 대표적인 불교 서적인 <벽암록(碧巖錄)>에는 병아리가 어떻게 알을 깨고 나오는지에 대한 화두 하나가 실려 있다. 일명 ‘줄탁동기(啄同機)’라는 화두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려고 노력할 때(), 밖에 있는 어미 닭이 병아리의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 부리로 쪼아() 도와준다는 의미다.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병아리와 새 생명의 탄생을 밖에서 돕는 어미 닭의 노력이 합쳐져야(同機) 비로소 병아리는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경영자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나와 함께 하는 자들과 목표를 공유하는 일체감을 만들어내야 하며, 자발적인 참여와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맹자가 말하는 자율과 행복의 경영(經營), 이 시대에 경영을 책임진 사람들이 한 번쯤은 마음에 새기며 들어야 할 화두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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