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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novation - 지중해 이비자

365일 멈추지 않는 지중해의 ‘파티 아일랜드’

김민주 | 75호 (2011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페인 동쪽은 지중해다. 이곳에 스페인 영토인 발레아레스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 중에 이비자(Ibiza)라는 작은 섬이 있다. 이 섬은 1년 365일 24시간 열광적 파티와 클러빙(clubbing)이 계속되는 그야말로 환상의 섬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꼭 한 번은 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일년 중 300일 이상이 쾌적한 날씨를 보이는 이 섬은 겨울에 10℃, 여름에는 25℃ 전후의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휴양지에 아주 적합한 기후여서 세계 최대, 최고 규모의 클럽들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이비자에는 ‘연중무휴 파티 섬’, ‘해외 유명 스타들과 재벌들의 휴양지’, ‘세계 최대의 클럽 뮤직 섬’, ‘세계 클럽 마니아들의 섬’, ‘히피족, 게이, 누드족 등 독특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섬’, ‘크레이지 아일랜드’, ‘세계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는 섬’, ‘쾌락의 지상낙원’, ‘환상의 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관광대국 스페인의 보석, 이비자
스페인은 프랑스와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는 관광대국이다. 해마다 6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스페인을 방문한다. 스페인의 관광수입은 연간 500억 유로에 이른다. 스페인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이비자다. 이비자에 오는 관광객은 연 400만 명을 넘는다. 이비자가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영국 정부의 속박을 피해 이곳 이비자로 이주해온 히피들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클럽들이 들어서게 됐다. 이렇게 형성된 독특한 문화는 이후 스페인 정부의 관광정책과 연계돼 지금의 ‘축제의 섬, 이비자’가 형성됐다. 자연 환경과 따뜻한 해양성 기후, 풍부한 역사, 문화 유적자원을 가진 지중해의 아름다운 많은 섬들 가운데 하나였던 이 섬은 이제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되고 있다.
 
역사가 만든 문화적 다양성
이비자의 역사는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이 섬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리스인은 처음 이곳을 소나무로 덮인 섬이라 하여 ‘소나무 섬(Islas Pitiusas)’이라고 불렀다. 그 후에 들어온 카르타고인들은 이 섬에 이보심(Ibossi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말의 어원인 베스(bes)는 불과 축제를 담당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이집트 여신을 가리킨다. 이처럼 그리스인, 페니키아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아랍인으로 주인이 바뀔 때마다 섬 이름도 계속 달라졌다. 1235년부터 기독교도가 이 섬을 지배했고, 1479년 스페인 통일과 함께 지금의 ‘이비자(Ibiza)’라는 이름이 정착됐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섬에는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다.
 
이비자를 상징하는 유적지는 가파른 언덕 위에서 지중해를 응시하고 있는 문명과 역사 속에 그대로 젖어 있는 구시가지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해안절벽 위의 성채 내부에는 종교적 건축물을 중심으로 개성이 돋보이는 집과 가게, 군사시설과 각종 물품을 보관했던 창고 같은 유적지가 남아있다. 섬의 구시가지에 보존돼 있는 문화재는 저마다 강한 개성을 뽐낸다. 이비자는 고대에 전략적 요충지이자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중해의 상업교역 도시의 역할을 했다. 오늘의 이비자는 축복받은 쾌적한 기후조건과 문화유산 그리고 주변 관광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문화관광, 레저시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왕족들과 세계적인 아티스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 등 전세계 저명 인사들의 별장이 들어섰다. 일반 관광객들에게까지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지구촌 최고의 휴양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구 시가지의 오래된 건축물과 섬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해양생물에 힘입어 이비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선정됐다.
 
이비자 성공요인
열정, 낭만, 젊음, 파티로 열광의 도가니를 이루는 축제의 밤과 수려한 해변, 풍부한 일조량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은 언뜻 공존하기 어려운 평행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비자에는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여행객들이 낮에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만끽한다. 밤에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클럽으로 변한다. 이어지는 밤샘 파티로 섬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전세계 갑부, 할리우드 스타, 히피족, 동성연애자, 누드족 등이 몰려드는 이 섬에는 엄청난 규모의 클럽과 수준 높은 클럽DJ들이 있다. 덕분에 가장 뜨겁고 젊음이 가득한 열정의 섬이라는 명성을 갖게 됐다.
 
①클럽으로 지역 브랜딩
이비자는 유럽의 아름다운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들이 한데 모여 최고의 파티장소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비자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거리 여기저기에 즐비한 클럽광고에 놀란다. 보통 시의 메인 도로나 거리엔 기업 광고가 자리하고 있게 마련인데, 클럽천국 이비자에는 클럽광고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최고 인기클럽 암네시아(Amnesia)와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으로 알려진 프리빌리지(Privilege)가 타운과 샌안토니오의 중간지점 고속도로에 위치하고 있다. 암네시아는 한번에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곳의 각 클럽들은 저마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이벤트로 클러버들을 유혹하는데 그 중 암네시아는 파티분위기가 절정에 오를 무렵 여인들이 호스를 들고 나와 거품을 뿌리면서 시작되는 버블파티(bubble party)로 유명하다. 이곳은 동시에 1만 명 수용이 가능해 기네스북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으로 등록됐다.
 
달콤한 빨간 체리가 심벌인 파차(Pacha)는 전 세계에 지점을 갖고 있는 클럽으로 섬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클럽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클럽이 밀집한 이곳을 가리켜 사람들은 크레이지 섬(Crazy Island)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레이브(rave) 파티의 발상지인 Ministry of Sound클럽도 바로 이비자에 있다. 클럽마니아들과 클러빙에 중독된 이들, 일렉트로닉 뮤직과 댄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과 이들을 동경하는 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②1960년대 히피문화 포용
이비자가 클럽천국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1960년대 유럽의 예술가와 히피들이 정부의 속박을 피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비자는 이들이 비밀스럽게 찾던 파티장소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히피와 게이, 누드족 등 개성이 독특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섬에는 독특한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음악만큼은 사랑을 받았다. 이어 자유분방하면서도 사연이 담긴 노래를 듣기 위해 영국 젊은이들이 이비자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 영국의 유명한 클럽주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상업적인 클럽 나이트 파티를 이비자에 도입했다. 이후 영국 등 유럽의 젊은이들이 이 섬에 몰려들고 할리우드의 젊은 스타들까지 가세하면서 이비자는 축제의 섬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휴가를 위해 몇 달 동안 돈을 모은 학생들, 매년 기념일처럼 이곳 방문을 챙기는 클럽 마니아, 세계적인 재력가들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은밀히 여름을 즐기는 최고의 휴양지로 떠오른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한 해양성기후, 풍부한 역사·문화 유적자원을 보유한 지중해의 섬, 이비자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이방인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유럽인들, 특히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페스티벌 파라다이스로 변화했다.
 
③부정적 브랜드 이미지 제거
이비자는 세계 최고의 DJ와 클럽 마니아들이 모이는 차별화된 환상적인 휴양섬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화려한 섬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밤낮으로 광란의 파티가 지속되다 보니 마약과 술로 인한 환락의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약물 남용과 사고도 이어졌다.
 
지방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클럽 운영시간을 제한하고 클럽문화 외에 해변 등의 자연경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화촬영지 등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④중앙정부의 측면지원
차별화된 휴양 섬 이비자의 유명세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관광대국으로서 선진관광정책을 펴고 있는 스페인 정부의 노력이다.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약 40개국을 관광홍보 전략국가를 설정하고,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주도 하에 시장별로 차별화된 홍보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지어를 활용한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홍보 카탈로그를 마련하고 대상국의 관광관련 전시회에 적극 참여해 관광상품 홍보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케팅 대상도 서부 유럽 중심의 마케팅 일변도에서 미국, 아시아, 태평양, 중부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이에 덧붙여 이방인의 문화를 기꺼이 수용하는 이비자 주민들의 친절함과 관용, 그들의 삶의 방식이 녹아 든 독특한 문화로 만들어진 지역축제, 지역 유적지를 호텔로 만드는 등 그들의 선진적인 관광 행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동북아시아에 클럽 섬을 만들자
스페인은 세계에서 축제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비비르 라 피에스타(Vivir la fiesta)’, 즉 ‘축제 속에 산다’라는 스페인 사람들의 삶의 원칙만 봐도 스페인에서 축제가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도 단연 최고의 파티 열기를 가진 곳이 바로 이비자다. 이비자는 정부의 구속을 피해 몰려든 히피들의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한편, 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로 세계 최고의 축제의 섬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런 독특한 히피 문화는 스페인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 정책과 결합돼 이비자를 ‘세계 젊은이들의 파라다이스’로 거듭나게 했다.
 
한국에도 수없이 많은 섬이 있다. 전남 신안군만 하더라도 섬이 1004개나 있다. 이들 섬들 가운데 생태 섬, 정원 섬, 염전 섬은 있지만 이비자처럼 ‘클럽 섬’은 없다. 홍대의 클럽문화를 수용할 만한 섬이 과연 우리에게 없을까? 외국인을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수용할 만한 그런 섬은 왜 없을까. 발상을 전환해 우리나라 섬을 다시 바라보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비자 섬이 유럽 지중해에 있다면, 동북아에는 우리의 클럽 섬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자 비즈니스 사례 사이트인 이마스(emars.co.kr)의 대표 운영자다. 서울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은행과 SK에너지에서 근무했고 건국대 겸임 교수를 지냈다. <로하스 경제학>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하인리히 법칙> 등의 저서와 <깨진 유리창 법칙> 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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