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는 언제든지 있다. 그러나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백락(伯樂)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이란 훌륭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천리마가 있게 된다.” 한나라 때 문장가 한유(韓愈)가 쓴 잡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하루는 백락이 태항산(太行山) 고개를 넘어갈 때 소금을 싣고 힘들게 걸어가는 말을 봤다. 백락이 그 말이 천리마임을 알아보고 얼른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었더니 그 말이 갑자기 큰소리를 내며 천리마의 위용을 갖췄다. 한유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명마라도 노예의 손에 이끌려 짐을 싣고 가는 일을 하면 평범한 말로 어느 이름 없는 곳에서 생을 마칠 것이며, 천리마란 칭호를 얻지 못할 것이다.” 백락이 있고 난 후에야 천리마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인재는 평범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남들의 주목을 받고 있진 못하지만 그가 가진 잠재력과 능력을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얼룩소의 새끼로 태어났더라도 붉고 뿔 달린 소라면 제사에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오로지 학벌과 출신 때문에 숨겨져 있는 ‘붉은 소’는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Vol.53 p.50 [얼룩소의 새끼가 붉은 소라면?]·박재희 철학박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