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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농사 짓다, 훈련 받다… 부병제의 허상

임용한 | 85호 (2011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전쟁은 역사가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인간의 극한 능력과 지혜를 시험하며 조직과 기술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전쟁과 한국사를 연구해온 임용한 박사가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리더십과 조직 운영, 인사 관리, 전략 등과 관련한 생생한 역사의 지혜를 만나기 바랍니다.
 
미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건조비용이 4조5000억 원, 1년 유지비용이 3000억 원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2011년도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31억4000억 원이니 항공모함 6척을 건조해서 1년간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이다.
 
역사적으로 국방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않았던 나라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국방비였다. 군대를 키우고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제일 좋아했던 제도가 당나라의 부병제였다.
 
병농일치에 기반한 당나라 부병제
부병제의 이념은 소위 병농일치라는 것이다. 국가에서 균전법을 시행해 농민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한다. 토지를 받은 농민은 그 대가로 군역의 의무를 진다. 평소에는 농업에 종사하다가 농한기에는 훈련을 받고, 조를 짜서 교대로 군대에 복무하다가 전시에는 모두 전쟁에 동원된다. 국가에서 토지를 받았으니 장비와 이동비용, 군복무 기간의 생활비용은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한마디로 정부입장에서는 군사비가 들지 않는다.
 
군사비가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전투력도 최강이라고 믿었다. 병농일치의 농민병은 고향과 일가친척,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고용병, 즉 직업군인은 생계가 목적이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군인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들은 가능하면 전투를 피하려고 하고 싸우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주고 휴전하기를 원할 것이다. 사람이 체력적으로 건장한 때는 잘해야 20∼30대다. 그러나 장년의 군인을 퇴출시킬 수도 없으니 20대부터 정년인 60대까지 직장을 보존한다고 하면 절반 이상이 월급만 축내는 늙은 군인이 된다. 돈은 돈대로 들고 전투력은 더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형편없는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부르는 이상한 관습이 있지만 중국 역사상 당나라는 해외 원정에서 제일 빛나는 승리를 거둔 군대였다. 그 승리를 이룬 제도가 부병제다. 정작 부병제가 유지된 것은 7세기 약 100년 정도였지만 천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은 부병제를 찬양하고 아쉬워했다.
 
조선의 정치가와 학자들에게도 부병제는 군사제도 이상이었다. 정조도 실학자인 성호 이익도 세상의 군사제도 중에서 부병제가 최고라고 믿었다. 사실은 조선의 국가재정이 워낙 열악해서 돈 안 드는 군대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숨은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좌우간 부병제가 최고이자 최강이라는 믿음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꾸준히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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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한

    임용한[email protected]

    - (현)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의 역사』, 『조선전기 관리등용제도 연구』, 『조선전기 수령제와 지방통치』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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