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성시대입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플랫폼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업체들이 나오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플랫폼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SK플래닛처럼 아예 회사 설립 목표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잡은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는 e베이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베이는 직접 물건을 사고팔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과 팔고 싶은 사람들이 e베이 사이트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e베이 플랫폼의 안정성, 투명성, 편의성, 검색 용이성, 신뢰성을 토대로 편리하게 거래합니다. 과거 쉽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e베이를 통해 연결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실제 e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는 희귀한 캔디통(페즈)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여자친구가 페즈를 구하기 너무 어렵다고 푸념하는 것을 듣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쉽게 만나게 해주겠다는 게 창업의 결정적 동기가 된 셈입니다.
이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대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장악하면 비약적 성장이 가능합니다. 유통, 부동산 중개, 신용카드, DVD 판매, 인터넷 검색 등 수많은 분야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절대적인 정보 및 협상력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아이슨만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100대 기업 가운데 60개 기업이 플랫폼으로 대부분의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통념과 달리 플랫폼 지배 기업들은 해당 분야의 개척자가 아니라 후발주자가 더 많습니다. 게지누스 히딩 로욜라대 교수 연구팀이 15개 플랫폼 산업을 분석해 보니 해당 산업의 개척자가 나중에 플랫폼 지배자가 된 사례는 하나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서점은 북 스택스(Book Stacks)가 1994년에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현재 플랫폼 지배자는 이보다 3년 뒤에 창업한 아마존입니다. PC는 애플이 시장 개척자지만 지금 1위 업체는 HP이며 검색 사이트는 웹크롤러가 시장을 열었지만 현재 구글이 1위 기업입니다. 조사대상 중 ERP 시장에서만 퍼스트 무버인 SAP가 현재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위험 감소, 선발업체 모방, 정당성 획득 등 ‘후발주자의 우위(late mover’s advantage)’를 가져오는 요인 외에도 플랫폼 장악에 성공한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명확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핵심 전략 중 하나는 ‘통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통합한 오피스로 플랫폼을 장악했고 애플이 휴대전화와 PDA, 컴퓨터 기능을 통합한 제품으로 시장을 평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선발주자로서 플랫폼 리더십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희귀한 사례인 SAP도 ERP 플랫폼에 회계, HR, 생산관리 등을 모두 통합했습니다. 기계적 통합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새로운 유기체처럼 화학적 결합을 모색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던 시장이나 제품군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플랫폼 장악의 핵심 성공 요인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카네기멜론대 제프리 윌리엄스 교수가 제안한 계단전략(staircase strategy)의 활용입니다. 과거 제품이나 서비스의 연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호환이 이뤄지게 하고 동시에 다른 플랫폼과의 연결도 이뤄지도록 하는 게 계단전략의 취지입니다. 단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계단을 연결하는 것처럼 매끄럽게 호환이 이뤄져야 고객과 제3의 파트너들이 쉽게 플랫폼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고객과 협력업체의 ‘Lock-in’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과거의 애플, 그리고 한국의 한 워드 소프트웨어 기업은 새 버전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 및 다른 제품과의 연동을 소홀히 해 고객들에게 외면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플랫폼의 개념과 전략, 비즈니스 모델, 전문가들의 지혜와 통찰을 담았습니다. 플랫폼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기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도 플랫폼적 사고를 통해 생태계의 중심축을 차지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 수립의 원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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