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이라고 할 순 없지만 웬만한 병(病)보다 고치기 힘든 두 가지 중병(重病)이 있다. 하나는 ‘나 잘난’병(病)이고 또 하나는 ‘나 몰라’병(病)이다. ‘나 잘난’병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데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교만(驕慢)한 사람이 주로 걸린다. ‘나 몰라’병은 자신은 어떤 결점도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왜 자신의 결점을 지적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주로 걸리는 병이다. 조선의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나 잘난’병은 이명(耳鳴)에 비유하고 ‘나 몰라’병은 비한(鼻鼾)에 비유하고 있다.
이명은 귀울림병이다. 주변 사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자신에게만 소리가 들리는 일종의 정신적인 병이다. 일상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어도 심해지면 환청에 시달리거나 정신 공황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데 자신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증세와 비슷하다. 나만 인정하는 자신의 위대함에 빠져 노력은 하지 않고 평생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비한은 코골이병이다. 주변 사람은 모두 듣고 있는 코고는 소리를 자신은 안 들린다고 우기는 특징이 있다. 모두가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데 나는 모른다고 우기는 사람의 증세와 유사하다. 명약관화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아무 잘못 없어’라고 생각하며 평생 남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기업도 이 두 가지 병에 걸린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최고라고 자랑하며 고객에게 사라고 하지만 아무도 그 제품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이렇게 사회와 함께 이익을 나누고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를 몰라 주냐고 착각하고 있는 기업은 ‘나 잘난’병, 이명에 걸린 기업이다. 반면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고 이 정도 불법은 관례라고 주장하며 애써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고객과 사회를 속이고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며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은 ‘나 몰라’병, 비한에 걸린 병이다. 자신이 내는 코고는 소음을 애써 부정하며 인정하려 하지 않는 기업이다.
<논어(論語)>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이 알아주는 사람이 되기를 먼저 근심하라(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는 글귀가 있다. 이명에 걸린 기업은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한탄하지 말고 누구든 알아줄 만한 기업이 되기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코골이병, 비한을 고치는 방법은 <논어> 여러 곳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남이 나의 문제를 지적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데 두려워하지 말라(過則勿憚改)’ ‘내가 한 잘못은 나만 모르지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알고 있다(苟有過 人必知之)’ ‘잘못을 했는데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진짜 고질병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나 잘난’병 이명(耳鳴)과 ‘나 몰라’병 비한(鼻鼾)은 세상을 살면서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내가 최고라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기업은 결국 기울어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귀울림’과 ‘코골이’, 결코 우습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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