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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페이스가 협상에 좋다고? 호감 떨어뜨려 성과 낮출수도…

안도현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Psychology

 

Based on “That “Poker Face” Just Might Lose You the Game! The Impact of Expressive Suppression and Mimicry on Sensitivity to Facial Expressions of Emotion” by Kristin G. Schneider, Roelie J. Hempel and Thomas R. Lynch (In press, Emotion).

 

왜 연구했나?

포커와 같은 카드게임에서 참가자는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숨기면서 경쟁자의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게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패는 숨기고 경쟁자의 패는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포커페이스는 카드게임에서 참가자가 전략적으로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을 뜻한다. 포커페이스는 카드게임뿐 아니라 일상에서 종종 적용되기도 한다.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은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런데 포커페이스 전략은 의도하지 않게 협상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포커페이스 전략을 구사하는 것, 즉 협상에서 무표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사회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표현을 이해하는 과정은 복잡하지만 핵심요소는 얼굴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식이나 무의식적으로 얼굴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해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와 의도를 알아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인지부하다. 얼굴표정을 의도적으로 무표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 즉 표정을 억제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표정이 어떠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둘째, 표정을 억제하는 것이 공감작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 공감(empathy)은 말 그대로 타인의 감정을 함께 경험하는 정신작용이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일군의 거울신경세포가 정신적인 모의체험(simulation)을 수행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즉 다른 사람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 관찰자도 고통과 관련된 일군의 신경세포 연결망이 활성화한다. 이때 관찰자 얼굴의 미세한 근육은 역시 고통스럽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런 일련의 신체적 반응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고통상태를 보다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얼굴표정의 모방을 의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감정 이해과정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감정의 표현 억제는 타인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자신도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듀크대와 영국 사우스햄튼대 공동연구진은 얼굴표정 억제가 감정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참가자 96명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세 개 집단(억제, 모방, 중립)으로 나눠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맞추는 과제를 수행했다. 표정억제집단에게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느낌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무표정한 상태를 유지하라고 했다. 모방집단에게는 제시된 얼굴의 감정표현을 가능한 비슷하게 따라 하도록 했다. 중립집단에게는 얼굴표정에 대해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에게는 기쁨과 슬픔, 공포, 분노, 역겨움, 놀람 등 6개 감정 표현을 몰핑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무표정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특정 감정 표현으로 바뀌는 2분가량의 동영상이었다. 참가자들은 이 감정 몰핑 동영상을 보면서 가급적 빨리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참가자들이 지시를 따라 자신들의 감정표현을 억제했는지, 혹은 모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얼굴표정을 비디오로 기록했다. 또한 근전도를 이용해 얼굴근육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전반적으로 감정표현을 모방한 집단이 감정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했다. 감정표현을 억제한 집단이 가장 서툴렀다. 분노, 역겨움, 놀람 등의 표정은 중립조건과 모방조건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반면 기쁨, 슬픔, 공포 등의 표정은 표정을 모방한 사람들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컸다. 여성은 역겨움의 감정인지가 남성에 비해 월등했다. 이 밖에도 슬픔과 공포의 인지도 더 정확하고 빨랐다. 반면 분노는 남성이 여성보다 점수가 높았다. 기쁨과 놀람은 남녀의 차이가 없었다. 감정별로는 공포에 대한 인지가 기쁨에 대한 인지보다 서투른 편이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인간은 복잡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상호 조율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감정표현과 감정이해가 바로 그 능력의 핵심이다. 감정을 통해 서로의 의도와 상태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감정의 3대 기능에는 동기와 정보, 소통의 기능이 있다. 감정에서 소통의 중심에는 얼굴표정이 있다. 인간생활에서 다른 부분은 가려도 얼굴만은 가급적 내놓고 다니는 것은 바로 감정 소통기능의 중심이 얼굴표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굴표정은 자신의 감정을 타인이 이해하도록 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기능도 있다. 인간은 세상을 인지할 때 몸의 상태와 작용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얼굴의 미세근육이 관찰대상의 감정에 맞춰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통해 관찰대상의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인관계에서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사람에 대해 호감이 떨어지고 만성적으로 얼굴표정을 억제할 경우 사회적 친밀감 형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일상적으로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아존중감도 낮고 덜 낙관적이며 부정적인 감정경험이 긍정적인 감정경험보다 많다는 연구도 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공존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이익과 손해를 나 혼자만 감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함께 나눌 때 개별적으로 돌아가는 이익은 더 커지고 손해는 줄게 된다. 감정도 예외는 아니다. 고통과 기쁨은 감추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추는 행위는 모두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본인은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를 적절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사회관계가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 연구는 협상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얼굴표정을 무표정하게 유지할 경우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자신도 협상 상대의 감정상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감정파악 능력만 떨어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얼굴표정을 억제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얼굴표정 억제가 공감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공감작용은 의도파악의 핵심 기제다. 즉 감정의 이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의도파악 능력도 함께 나빠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연구에 따르면 협상에서 자신의 감정표현을 억제하면 협상상대의 의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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