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은 ‘근원적 질문’의 제기에서 시작된다. 월마트가 공급망 관리 시스템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건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근원적 질문 덕분이었다. “당신들의 사업이 무엇이냐”고 했던 드러커의 질문에 월마트 경영자들은 “소매업”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드러커가 고개를 저으며 “상품의 이동”이라고 알려주면서 월마트 경영진은 자신들 업의 본질에 대해 재고하게 됐다. 물론 중요한 시기마다 드러커식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으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기업들에도 이와 같은 근원적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장기불황 시대에 매출 증대, 수익 강화를 위해서 영업력을 강화해야 하는가?” 대부분 “그렇다”고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드러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마련해뒀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다. 그는 “마케팅이란 영업이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양에서는 삼성에 밀렸고, 질에서는 삼성을 이기고 있는 애플을 보자. 애플이 물건을 사달라고 강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혹은 밀어내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최고의 사업이란 고객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지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을 찾아가는 것은 비용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팔아 달라고, 사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고객이 줄을 서서 애플 스마트폰을 사러 온다. 이것이 마케팅 기능의 본질이다. 반면에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인정받는 한국의 삼성, LG, 현대자동차는 어떤가? 그들은 자사의 상품을 팔아달라고 부탁하거나 때로는 여러 이해관계의 힘을 동원해서 강요하기까지 한다. 마케팅의 큰 틀을 짜지 않고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기업 가치를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한다. 영업력에 중점을 두고 영업을 더욱 강화하는 기업은 위험해 질 것이다. 고객을 찾아가는 일에 기업의 자원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비용증가의 원인이다. 상품이 매력이 있다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간다. 매력이 없는 상품일수록 고객에게 다가가서 팔려고 애를 쓴다. 장기 불황 시대일수록 이런 전법은 먹히지 않는다.
그러면 마케팅의 기능은 무엇인가? 마케팅은 고객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찾아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밀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즉 고객과의 정신적 물리적 거리를 0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질수록 지속 생존과 성장을 원하는 기업은 영업 강화에 힘을 쏟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활동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의 출발이다. 그 대신 모든 영업을 강화할 자원과 인력을 큰 틀에서의 마케팅 인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제 ‘전 구성원의 마케팅 전력화’라는 화두를 받아 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품의 기획부터, 개발, 공급망 관리, 재무, 회계 부서까지 모두 다 마케팅의 세분화된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은 고객과 기업 사이의 정보교류, 상품과 서비스 공급에 가장 편리하고 빠른 인프라 구축에 전사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 목표는 고객과의 거리를 0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전기공학 이론을 적용한다면 기업과 고객이 한 몸이라는 것은 둘 사이의 저항이 거의 0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말은 효율과 효과가 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활동의 유토피아는 기업 자신이 고객이고, 고객 자신이 기업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영업 활동이 필요하겠는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지도상에 있는 국경선은 이미 사라졌다. 2014년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드러커가 말한 대로 ‘폐기를 통해 혁신’해야 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 폐기는 영업자원의 폐기가 될 수도 있다. 드러커는 기업의 내부는 비용이고 외부에 이익이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영업은 비용이고 마케팅이 이익인 시대’로 진입해 있다. 늦기 전에 지금 실행하라.
조영덕 나노리퀴드디바이시스코리아 대표
조영덕 나노리퀴드디바이시스코리아 대표는 삼성전자와 퀄컴 등 IT기업에서 근무하고 ATI 등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 사장을 지냈다. 한국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이사로 대외협력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피터 드러커의 선물-자기경영의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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