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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이재형 | 153호 (2014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이재형 제7 DBR 독자패널(KT)

DBR 151호의시장/비시장 전략은 하나다의 내용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감했던 내용은 시장, 비시장 전략의 각개격파 활동을 개선해통합 전략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인사, 조직, 재무, 마케팅 등 기업 내부의 메커니즘과 시장 내 경쟁전략을 이해하면서도 정치, 법률, 미디어 등 시장 외부의 중요 요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대다수 기업들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며 기능 전략에서 이를 실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통합 전략부서라는 기능만 만들었다고 해서 통합 전략이 구현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Why What은 알겠는데 How에 대해 갈증이 생긴다. 필립모리스와 GE의 사례를 간략히 들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시장/비시장을 결합한 통합 전략을 잘 구현할 수 있는지조직구조실행측면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수준 높은 질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통해 답하도록 하겠다.

 

2000, 훌륭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다. 경쟁자들이 제기한 일련의 반독점 소송 때문에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의 계속되는 조사를 받고 있었고 1심에서는 회사의 분할 판결이 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시장 압력에 대응해 마이크로소프트는비시장 각성(nonmarket reckoning)’이라고 표현되는 각종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최고경영자인 빌 게이츠의 주도로경쟁 및 협력업체 담당 부사장을 임명해 반독점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하고 대외적으로 기존의 살벌한 경쟁적 태도를 유화적인 태도로 바꿨다. 정부에 대해서도 한층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워싱턴에 상주하는 인원을 늘리고, 유력 로비스트들을 고용해 의회에 대한 로비를 강화했다. 반독점소송이 시작된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정치기부금을 5배로 늘렸으며 정치기부금은 민주, 공화 양당에 고루 돌아가도록 했다. 또한 TV를 통해 제품광고가 아닌 회사광고를 시작했고 시민단체나 think tank를 지원하는 등 우군을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다. 다른 한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존경받는 기업임을 알리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선단체가 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2000년에 출범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시장/비시장 통합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데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시야가 좁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그래머들로 이뤄진 조직에서 위와 같은 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시장 전략의 통합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이 있었고 그동안 축적된 재무, 비재무적 자원들이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의 회사 분할 판결을 파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로 하여금 경쟁 방식에 몇 가지 제한만을 두도록 했다). 담당 부서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업체의 자문을 받아가면서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학습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통합 전략적 사고를 하도록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대외 접촉이 많은 부서들(특히 구매와 마케팅 담당)의 경우 특히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들에는 내부적인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와 같이 크나큰 외부적 도전이 필요할 수 있다. ‘위기는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A crisis is a terrible thing to waste)’이라는 표현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위기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통합 전략을 구현하고 또 한번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모범 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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