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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자본주의

김남국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물극필반(物極必反). 동양적 우주관을 집약한 <주역>에 나오는 말로모든 것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극단에 가까워지면 어떤 특징이 극도로 발현되기 때문에 마치 그러한 특징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인상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극도로 어떤 특징이 고조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반대 방향의 트렌드가 생성돼서 점차 성장하는 게 우주의 이치입니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면 한없이 더워질 것 같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비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호황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가 불황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큰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요, 이는 물극필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남성성도 극에 달하면 그 반대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한 조승연 작가에 따르면 외모를 가꾸는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본격화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라고 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남성이 멋진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는군요. 실제 19세기 이전 귀족 남성 의복은 여성 복장의 화려함을 뛰어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여성이 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열악한 공장에서의 노동이 보편화되면서 꾸미고 치장하는 남성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물론 남녀차별도 전례 없이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남성성이 극에 달했던 산업사회가 저물고 지식 경제 시대가 열리면서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위버섹슈얼, 그루밍족 등의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소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꾸미고 치장하는 것을 중시하는 남성을 뜻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용어들입니다. 보수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도 남성 화장품 소비량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이 새로운 소비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의류, 화장품, 유통, 제조업 분야 등의 다양한 기업들이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게 될 유사한 트렌드를 먼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목격됩니다. 남성 전용 백화점이 등장했고, 다양한 남성 전용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여자력남자(여성성이 높은 남성)’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장기 불황 속에서도 남성 관련 제품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는 남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여성과는 다른 남성적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영학적 분석 외에도 사회학적, 심리학적, 역사학적 분석까지도 담았습니다.

 

산업화 사회에서 남성은 주로 생산을 담당했고 여성은 소비의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성들은 자신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한 달 월급을 몽땅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남성이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습니다. 구조적 저성장으로 인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이 시기에 남성이라는 새로운 성장 시장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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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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