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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나라의 조건? 예전 뉴기니 사람들에게 답 있다

한근태 | 230호 (2017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할까. 일단은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 지역 국가보다 부유하다.
미국 CIA는 국가 실패 예측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오랫동안 연구한 국가존망의 변수 중 가장 큰 요인은 유아사망률이다. 한편 천연자원도 국가의 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긍정적 역할보다 부정적 역할이 많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자원의 편중성 때문에 내란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개인 간, 지역 간, 국가 간의 불평등, 환경자원의 남용 등은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연결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태어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태어날 곳을 스스로 택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대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가 있나? 내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관은 이렇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는 좁은데 이마저 반으로 쪼개져 있고, 국토의 70%는 산이라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뿐인 나라 등….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미국이나 호주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지하자원은 많고, 사람이 적어 경쟁이 적은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근데 과연 그게 합리적인 생각일까?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책이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나와 세계>에서 인류학자의 시각으로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왜 이런 경제적 격차를 갖게 됐는지 들여다본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흥미로운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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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가난함을 결정하는 기준

노르웨이와 최빈국 예멘의 소득은 400배나 차이가 난다. 저자는 네덜란드를 거쳐 잠비아에 간 적이 있다. 지리적 측면에선 잠비아가 네덜란드보다 확연히 가진 게 더 많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다. 수력 에너지가 무궁무진하고 구리도 많다. 날이 더워 농산물도 여러 번 수확할 수 있고 내란을 겪은 적도 없다. 평화롭고 안정된 국가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겨울이 엄청 길고 땅은 해수면보다 낮고 천연자원도 전혀 없다. 독일과 접경지역이라 침입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소득 면에서 100배나 차이가 난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위도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 국가보다 부유하다. 개별 국가 안에서도 그렇다. 미국의 북동부인 뉴욕과 오하이오주는 열대에 가까운 남동부 미시시피주 혹은 앨라배마주보다 훨씬 부유하다. 브라질도 그렇다. 적도에서 한참 떨어진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온대지역은 잘살고 적도 부근 도시들은 못산다.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하나는 낮은 농업생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열악한 공중보건이다. 우선 농업생산성을 놓고 보자. 열대 토양은 비옥하지 않고 박토이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 온대지역 농지는 심토이고 비옥한 편이다. 빙하가 넓은 지역을 반복해 오르내린 덕분이다. 수백만 년 동안 22번 정도를 왔다 갔다 했다. 빙하가 내려갔다 되돌아갈 때마다 바위를 부수며 새로운 흙을 만들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영양분이 더해졌다. 반면 열대지역은 얼음으로 뒤덮인 적이 없어 영양분이 풍부한 흙으로 재생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온대림에서 산책을 하면 나뭇가지와 낙엽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이 땅에 떨어져 천천히 썩어가며 토양에 오랫동안 유기물 같은 영양분을 방출한다. 열대는 그렇지 않다. 유기물이 높은 온도 때문에 신속하게 분해된다. 잦은 비 때문에 영양분이 토양에 스며들지 못하고 강으로 씻겨 내려간다. 열대지방은 동식물 종이 온대지방보다 훨씬 많다.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병원균과 벌레, 곰팡이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도 된다.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국을 보라.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와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모두 온대지역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열악한 공중보건 때문이다. 최고의 공중보건 대책은 추운 겨울이다. 매서운 추위가 기생충과 세균을 죽인다. 온대지방의 전염병은 주로 천연두와 홍역 등인데 이들은 한 번 걸리면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열대질병은 다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말라리아 같은 재발성 질병(recurrent disease)이다. 기생충병과 말라리아, 에이즈의 영향으로 잠비아의 기대수명은 41살이다. 기대수명이 짧다는 것은 숙련된 기술자나 행정가로서 생산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열대성 질병으로 사망률이 높고 유병률이 높다. 말라리아로 죽지는 않더라도 몸이 허약해져 상당 기간 일을 못 한다. 42세 이후 몸이 자주 아픈 까닭에 같은 연령의 한국 노동자보다 적게 일한다. 한편 자식은 많이 낳는다. 생산 가능 인구보다는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다. 여성들은 임신 중인 기간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대지역에서 최근 성장한 국가들은 한결같이 공중보건에 적극 투자한 국가들이다. 농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대만과 홍콩, 모리셔스 등이 그렇다.



보건, 자원, 제도… 국가 존망의 변수

미국 CIA는 국가 실패를 예측하는 데 관심이 높다. 국가가 망하면 이민을 떠나거나 테러리스트가 돼 세계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존망의 변수가 무언지 오랫동안 연구했다. 가장 큰 변수는 유아사망률이다.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여성이 항상 임신하거나 젖먹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소수의 생산 가능 성인이 다수의 비생산적인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 높은 유아사망률은 정부가 허약하고 비효율적이라 아동의 질병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기 경보이다. 공중보건의 투자 효과는 엄청나다. 열대국가는 높은 기온 때문에 산업장비가 빨리 녹슬고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 바다가 없는 것도 가난에 영향을 미친다. 볼리비아, 몰도바, 라오스와 아프가니스탄, 네팔과 우즈베키스탄은 전형적인 내륙국가이다. 내륙국가는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에 비해 운반 비용이 7배 정도 더 든다. 내륙뿐인 볼리비아는 남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국가이고 아프리카는 48개국 중 15개가 내륙국가다.

천연자원도 국가의 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긍정적 역할보다 부정적 역할이 많다. 천연자원은 축복보다는 저주의 요인이다. 왜 그럴까? 첫째, 자원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고 일부 지역에 매장돼 있다. 이런 차이가 내란과 독립운동으로 이어진다. 매장된 지역은 이런 부를 다른 지역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콩고의 동부지역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만성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다. 부패와 비리를 조장하기도 한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풍부한 국가들이 유난히 부패와 비리로 몸살을 앓는다.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되기 마련이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광물이 풍부한 콩고, 다이아몬드의 생산지 시에라리온, 은이 풍부한 볼리비아가 대표적이다. 환경 문제와 인구 과잉도 국가의 존망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린란드의 바이킹이 사라진 것은 토양의 파괴와 추위 때문이고, 마야의 멸망 역시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 인구 과잉 문제 때문이다. 세계화가 된 지금 한 나라의 가난은 그 나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민과 테러의 근원지가 되거나 다른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부룬디, 네팔, 아이티, 마다가스카르, 파키스탄 등…. 생태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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