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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신하에 대한 이별의 예우

박재희 | 78호 (2011년 4월 Issue 1)


사람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헤어질 때 잘못되면 가슴에 깊은 상처가 남고, 이 상처가 증오가 돼 평생 원망과 회한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만남이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일상이라면 이별 역시 각오해야 할 삶의 과정이다. 정년이 돼 회사를 떠나든, 다른 곳에 좋은 자리가 있어 가든 조직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게 마련이다. 그 이별이 서로에게 증오와 원한으로 가득한 이별이라면 남는 조직과 떠나는 개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솥밥 먹던 직원들과 헤어질 때는 헤어짐의 마무리를 더욱 잘해야 한다.

<맹자(孟子)>는 군주가 자신이 부리던 신하를 떠나보낼 때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하던 신하에 대한 이별의 예우다.

첫째, 떠날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하가 어떤 이유든 내 곁을 떠나야 한다고 할 때 그 신하를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하가 이유가 있어 떠나야 한다고 하면(有故而去), 주군은 그를 조용히 국경까지 잘 인도해 보내야 한다(君使人導之出疆).’ 평소에 아끼던 직원이라면 그 직원의 새로운 선택과 앞날의 행복을 축복해 주어야 한다.

둘째는 새롭게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떠나보내는 신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야한다는 원칙이다. ‘떠나보내는 신하가 새롭게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신하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先於其所往).’ 이는 알아도 실행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요 인물이 사직 후 새로운 곳에 직장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강제가 있는 기업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는 새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라면 아끼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아량과 배포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떠나보내는 신하를 3년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하가 떠난 지 3년을 기다려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去三年不反然後), 그때 그에게 주었던 밭과 토지를 회수하라(收其田里).’ 회사를 나가는 즉시 책상을 치워버리는 요즘 세태에서는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얘기다. 하지만 평생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을 일정 기간 예우하고 보살펴 주는 게 인지상정의 당연한 도리다. 그런 예우는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이별에 대해 이런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떠나는 사람에게 은혜와 의리를 베풀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곳에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恩義廣施 人生何處不相逢). 떠나는 사람의 원수가 되진 말아야 한다. 나중에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讐怨莫結 路逢狹處難回避).’ 영원히 헤어질 것 같지만 결국 어디에선가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인연이다. 인간의 인연은 영원히 이어지는 복잡한 그물망과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현대사회에서는 만남보다 이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별이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로 연결돼 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가 조직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면, 떠나는 사람의 새로운 앞날을 축하하며 놓아줘야 하고, 새로 가는 곳에 그에 대한 칭찬과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게 유능한 신하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예우다. 사용 연한이 지나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잘 쓰던 인재도 바로 내쳐버리는 요즘, 한번쯤 돌이켜 봐야할 이별의 철학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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