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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비즈니스 우먼의 유리천장 극복기

| 78호 (2011년 4월 Issue 1)
 
슬론 캠퍼스에는 매일 1시간 남짓한 점심 시간마다 비즈니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수많은 리더들이 캠퍼스를 방문한다. 비즈니스와 인생에 대한 솔직하고도 가감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깊이 있는 감동과 통찰로 가득 차 있어 종종 한 학기 분량의 수업보다 더 큰 교훈과 깨달음을 준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2명의 강연자들은 글로벌 비즈니스계의 슈퍼 파워 우먼들이다. 컨설팅 업계의 아이콘인 오릿 가디시(Orit Gadiesh) 베인 앤드 컴퍼니 회장, 엘린 맥콜건(Ellyn McColgan) 전 모건 스탠리 최고 운영책임자(COO)다. 그들은 도처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또한 그들이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당부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가디시 : True North(眞北)를 발견하라
‘부인과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변화가 미덕이자 당위인 세상에 산다. 하지만 가디시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바꿔서는 안될 것’ ‘오래도록 유지해야 할 것’까지 훼손하거나 아예 내다버리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변화의 홍수 속에서도 바꾸지 않고 지켜내야 하는 게 바로 True North(진북, 眞北)다.
 
일반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자북, 滋北)은 자기장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자이로(gyro) 나침반은 언제 어디서나 진북 방향만 가리킨다. 장기적 관점에서 위대한 성공을 갈망하는 개인 및 조직이라면 자신만의True North, 즉 정체성, 존재 이유, 비전, 사명, 핵심가치 등을 확립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가디시 회장은 말한다.
 
“True North를 단지 ‘액자 속 멋진 말’이 아닌 ‘조직 내에 살아있는 정신’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리더가 모든 언행과 의사결정을 True North에 맞춰서 하는 겁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은 해당 조직이 보유한 True North를 시공간적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솔선수범하는 일입니다. 또 구성원에게도 이를 체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True North가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CEO들은 눈앞의 실적에 연연한 나머지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디시 회장은 특히 불황일수록 True North를 지키는 일이 더욱 어렵고 힘들다고 지적한다. ‘당장 다 죽게 생겼는데 이번 한 번만 예외를…’ 등 상황논리에 의해 핵심가치에 반하는 행동과 의사결정이 정당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해당 조직의 True North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서 앤더슨은 고객가치 최우선, 투명하고 철저한 감사, 최고 인력 확보 및 육성, 탁월한 수익성 창출이라는 4대 핵심가치를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최고 회계법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익 창출만이 유일한 가치 기준이 됐습니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다 한다’는 마인드가 회사를 어떤 상황에 몰아넣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여러분, 최신 경영 지식으로 무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훨씬 중요한 건 여러분 인생의 True North를 확립하는 일입니다.
 
맥콜건: 실패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라
맥콜건은 피델리티를 미국 최대 자산운용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세계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세 가지 –실행 과정상의 실수, 정치적 실수, 개인의 성격 및 가치관에 기반한 실수—로 분류하고 각각의 의미 및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실행(execution) 실수:많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실수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업무 초기 단계에 누구나 범하기 마련인 ‘시행착오’를 포함한 이 실수는 때론 불가피할 때도 많다. 또 사전계획 단계에선 예측하기 힘들었던 문제들이 이 타입의 실수를 통해 표면화됨으로써 수정 및 보완의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좋은 배움의 계기이기도 하다.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는 ‘유리천장 극복’의 핵심 요인
 
Minority라는 약점을 ‘희소가치 발휘 기회’로 전환하라:아직 대부분의 조직에서 여성은 마이너리티 그룹이다. 이 때문에 여러 차별을 받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잘 살펴보면 이게 기회일 때도 많다. 회의 때마다 나의 보스는 항상 그 방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나의 의견을 묻곤 했다. 남자들은 선뜻 얻기 힘든 발언 기회를 거저 얻은 셈이다. 나는 언제나 탁월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자연히 보스의 신임과 인정도 얻었다.
 
남성 동료들의 호의와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라: 직장 여성이 범하는 실수에 대해 남성 동료들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주위엔 여성인 나를 도와줄 준비가 돼있는 남성 동료도 항상 존재했다. 남성 동료에게 의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당신이 여성이기에 얻는 혜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라는 뜻이다.
 
육감과 모성애의 위력을 활용하라:여성들의 육감과 모성애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냉철한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남성 리더들에게서는 따뜻한 감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원들의 마음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모성애 가득한 터치일 때가 많다.
 
“제대로 된 직관을 얻으려면 현장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봐야 합니다. 리더가 묻지 않는데 먼저 얘기하는 부하는 거의 없습니다. 먼저, 끊임없이 물어보십시오. 만일 그들이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면 앞장서 해결하십시오. ‘내가 옳은 얘기를 하면 리더가 움직인다’는 신뢰가 쌓여야 그들도 당신에게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정치적 실수:‘내가 의도하는 바를 조직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교제, 소통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는 센스가 부족하거나, 센서가 오작동 했을 때 발생하는 실수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실수를 자주 범한다. 주 이유는 이들이 사내 정치(internal politics)를 무조건 부정적이고 나쁘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콜건은 이렇게 말한다.
 
“일하기도 바쁜데 내부 정치에도 신경 써야 하냐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리더에게 정치적 감각이 필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부당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통해 부당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제압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정당하고 바람직한 계획들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정치적 역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울러 그녀는 커리어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내 정치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신이 회사 성과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인재라는 확고한 개인 브랜드부터 만드세요. 객관적 실적과 역량에 기반한 명성을 쌓으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는 자연스레 주어집니다.”
 
성격 및 가치관의 실수:개인의 부도덕성 및 그릇된 가치관에 기반한 거짓말, 사기, 위조, 횡령, 타인 아이디어 도용, 직원 대상 가혹 행위 등을 말한다. 이런 실수는 적어도 미국 기업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즉시 해고는 물론이고 법적 처벌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극단적 사례 외에도 맥콜건은 리더가 성격 및 가치관의 이유로 제대로 된 리더십이나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하는 실수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유형의 실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리더나 동료가 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내 성격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십시오. 저는 다음 4개의 문장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왔습니다. 바로 ‘미안합니다. 내가 틀렸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잘 모릅니다.(I’m sorry. I was wrong. I need help. I don’t know.)’입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게 되더라도 항상 자신의 부족과 잘못을 인정하고, 혼자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음을 아는 겸손함을 갖기 바랍니다.”
 
한국 비즈니스 리더들의 특징을 ‘게가 자신은 옆으로 가면서 남에겐 바로 가라고 한다’는 속담을 인용해 묘사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두 명의 여성 리더가 슬론 MBA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큰 감동을 준 이유도 이 속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옳은 말, 듣기 좋은 말을 얘기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실천해 온 사항을 솔직하게 전했기에 감동이 컸다.
 
두 사람의 강연에서는 “비즈니스 현장뿐 아니라 일상의 삶과 언행에서부터 자신이 정의한 핵심 가치를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단순히 지식의 양을 늘려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분명한 이유와 목표를 확립한 후, 그간 배운 지식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아닐까.
 
신우석 MIT Sloan 경영대학원 Class of 2011 [email protected]
 
신우석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회사 올리버와이먼에서 금융, 하이테크, 통신 분야의 컨설팅을 수행했다.
 
슬론 MBA스쿨은1914년 GM의 CEO였던 앨프리드 슬론이 설립했다. 수리 및 계량적 접근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학풍을 지녔으며 혁신, 창업, 계량 분석, 정보 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MBA스쿨로 꼽힌다. 매년 39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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