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Planning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필자는 직장인들을 면접 볼 때 “당신의 5년 후 혹은 10년 후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직장생활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을 꼭 한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러한 질문에 직장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고 한다는 답변을 한다.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전문가란 무엇일까? 사실 그들도 직장생활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를까?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나 바둑기사들은 급수가 있거나 단증 또는 기록이 있어서 전문가인지 아마추어인지 금새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전문가라는 것을 구태여 홍보하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런 증표가 없는 경우엔 무엇으로 기준을 삼을까?
먼저,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있다면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자격증의 시대라 갖가지 자격증이 넘쳐나지만 보통 변호사나 의사, 약사 등 공신력 있는 협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취득한 경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또 남들이 나를 전문가라고 인정하는지도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즉, 내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이나 자문을 해줄 정도의 위치나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있는지 여부로 전문가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교수나 기업 고문 등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을 심사하는 협회는 없다. 자격증을 발행하는 기관도 없다. 내가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어느 직급 정도에는 올라야 한다는 자격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인들은 자신의 직무나 업계에서 어떻게 하면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필요한 지식
직장인에게 전문성이란 수직적, 수평적 두 가지 요소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직적 요소는 전문지식, 업무처리속도 등 테크니컬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전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지식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직무지식이다. 직무지식이란 업무 처리에 필요한 지식들을 말한다. 학력, 업무처리 노하우,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 외국어 등이 포함된다. 대학원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 등이 전문지식을 넓히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직무지식은 대학에서 그 분야를 전공했다고 해서, 회사에서 다년간 해당 업무를 했다고 해서 쌓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인의 노력으로 관련 지식들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축적의 개념이 아닌 이러한 지식들이 업무완성도와 속도를 올리는 데 유기적으로 사용돼야만 비로소 직무지식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자기가 속해 있는 산업 분야의 지식이다. 자신이 채용담당이든, 신규사업 담당자든, 재무담당이든 속해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가 고객과 밀착돼 있지 않거나 상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소 이러한 정보에 무관심하다. 또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지식만 늘리려 애쓰기 때문에 속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상식 정보의 지식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 살아남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이나 R&D파트에서도 시장동향에 민감해야 함은 물론이고 영업이나 경영관리 파트에서도 기술적 내용에 관해 상식 이상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지식 중 마지막 조건은 어떤 업종, 어떤 직무를 수행하든지 간에 마케팅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의미는 고객을 파악하고 고객의 니즈(needs)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최종 구매자나 소비자가 아닌 자신의 업무와 연관돼 있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어떤 비즈니스도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적 마케팅 감각은 직장인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사항 중 하나다.
또 전문가는 경험이 쌓일수록 업무처리 속도에 있어서 발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동일한 수준의 업무처리가 이전보다 빨라지면서 그만큼 추가적 업무까지도 소화 가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 하고 있는 업무가 점점 손에 익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지식도 쌓여간다. 때문에 자연스레 경험이 쌓여 숙련도가 높아지는 정도로 ‘아 나는 점점 전문가가 돼가고 있구나’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높은 기준에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나의 업무에 대한 평가의 차원을 높여서 조직 내 나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3명이 있을 때 내가 최고일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조직 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업무들이 있다. 내부적으로 경쟁자가 없기에 자연스레 성장하는 자신의 실력에 ‘내가 전문가이구나’ ‘내 실력이 점점 늘고 있구나’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러한 수준만으로는 상사나 경영진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얼마든지 더 잘하는 사람으로 교체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본인의 영역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항상 내부에 경쟁자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성과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외부에서 나의 경쟁상대를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나 경쟁사의 똑같은 직급이 아닌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스타 플레이어나 대가라고 소문난 사람들을 경쟁상대로 삼아야 한다. 물론 현재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지금 내 자리에서 내 업무를 처리한다면 어느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까 생각해보고 그 정도 수준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 만큼 내 실력이 글로벌 수준에 비춰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전문가가 되라
하지만 수직적인 전문성만 키운다고 전문가라고 불리기는 부족하다. 제약사에서 10년 넘게 신약을 개발해온 P연구원은 올해 초 인사이동에서 임원승진에 실패했다. 대학시절부터 현재까지 관련 분야 지식과 연구성과로만 따지면 P연구원을 능가할 사람은 기업 내는 물론이고 업계에서도 많지 않다. 그는 수직적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왜 임원이 못 됐을까? 바로 수직적인 부분에 비해 수평적 요소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해 진다. 기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치곤 한다. 예측 가능한 문제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업무지식이 많다고 해서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또 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 바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업계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업계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역량, 또 조직 내 협업을 통해 문제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수평적인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수평적 전문성을 높이려면 첫째, 조직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는 다양한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돌아간다. 얼핏 아무 상관이 없어 보여도 어떠한 형식으로도 연관돼 있지 않은 부서는 없다. 예를 들어 국내영업부서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영업부서의 특성만 알아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사부, 홍보부, 연구소 등의 역할은 무엇이고 영업부와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떠한 부분에서 협업이 있어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 조직에서 더 확장해서 기업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보통 지방사무소가 있는 회사에 다니는 본사직원들은 지방사무소에 별로 관심이 없다. 신입사원 시절은 물론이고 입사 이후 몇 년이 지나도 회사 내 역학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기업의 향후 비전이나 전략은 어떤지 자세히 알고 있는 직장인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본인이 속한 회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수평적 요소를 갖추는 데 필요한 노력이다. 사원시절부터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 전체를 내려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중요하다. 본인의 직무에만 몰입해서는 곤란하다. 심지어 업계 동향에 가장 민감해야 할 영업팀이나 마케팅팀에서도 외부의 정보에는 어두운 채 자사 제품에만 집중하는 근시안적 조직원들이 있다. 하지만 경쟁사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영업활동을 할 리 만무하다. 또 업계 동향을 잘 읽고 있다면 현재 직무가 무엇이든 조금 더 회사에, 혹은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업계의 정보수집과 동향에 민감한 촉수를 기르는 노력은 향후 진정한 전문가로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결국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좋은 우산이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우산은 우산대가 길고 튼튼해야 하며 우산살이 넓게 펼쳐 있어야 한다. 주변을 보면 소위 전문가라고 하지만 기형적 형태의 우산 같은 사람들이 있다. 가령 창은 넓은데 우산대가 짧거나 우산대는 길지만 우산살이 한 사람도 가리지 못할 정도의 우산들이다. 이러한 우산은 특이해 잠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면 곧 버림받게 될 것이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직적으로 본인의 업무에 관한 개발과 함께 수평적으로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노력이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란 꼭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몸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해당 분야 경험이 몇 십 년씩 돼야 전문가라고 불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상황에서 ‘동급 최강’인 경우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당신도 10년 후 목표가 전문가가 되는 것인가? 그보다는 현재의 위치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email protected]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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