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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본 트렌드: 『82년생 김지영』

늘 패배하는 자의 아이러니를 묻다

이경림 | 251호 (2018년 6월 Issue 2)

2016년 10월 출간 당시만 해도 유명하지 않았던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17년 출판계를 뒤흔들더니 2018년 6월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다. 현재 이 책의 누적 판매 부수는 70만 부. 근래 몇 년간 순수 문학 분야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초에 출간된 대만판 번역본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5월3일 출간된 대만판 『82년생 김지영』은 2주 만에 초판을 소진하고 중쇄에 들어갔으며, 대만 최대의 전자책 사이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린 30대 여성의 삶이 한국에서는 물론 동아시아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베스트셀러의 제조 공식은 출판사의 기획력과 유통 자본의 힘이다. 하지만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기존 공식과 무관하게 오롯이 사회적 맥락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케이스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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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베스트셀러 소설의 계보를 잇다
소설 속 김지영의 삶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페미니즘’이다. 인터넷에서 악플러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아이돌 가수 아이린을 비난하며 쓴 말도 다름 아닌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아이린이 악플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자 오히려 소설의 판매고가 뛰면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탈환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그만큼 소설 『82년생 김지영』 인기는 최근 한국 사회에 밀려든 페미니즘의 파도와 분리할 수 없다.

악플러 입장에서는 요 몇 년간 갑자기 ‘페미니즘’이라는 병이 창궐해 멀쩡한 한국인이 전염 당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이론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밀려왔다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이 페미니즘의 간조(干潮)였다면 이제 다시 만조(滿潮)로 바뀔 때가 왔을 뿐이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세계를 조직하는 소설의 파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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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림[email protected]

    서울대 국문과 박사

    필자는 서울대 국문과에서 현대소설을 공부했다. 신소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문화와 문학 연구가 만났을 때 의미가 뚜렷해지는 지점에서 한국 소설사를 읽는 새로운 계보를 구성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국민대, 홍익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주관 한국 근대문학 자료 실태 조사 연구, 국립한국문학관 자료 수집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 등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상아탑 너머에서 연구의 결실을 나누는 방식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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