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소방본부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 소방관들은 일수 제한 없이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본부는 소방관들이 아프지 않은데도 핑계를 대면서 유급 병가를 남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새로 발표했다. 병가일수가 15일을 넘어가면 급여에서 그만큼 공제하겠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새 제도를 시행한 후 병가를 신청하는 소방관 수가 크게 증가했다. 크리스마스나 명절 전후 등 휴가를 붙이면 더 길게 쉴 수 있는 기간에는 병가 신청 수가 이전보다 10배나 많았다. 무제한 유급 병가 제도를 악용할까 싶어 시행된 개편은 오히려 병가 사용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대개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꿋꿋이 일하는 소방관이 많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제도는 이 같은 ‘사회규범’ 아래 있던 소방관들의 심리를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 ‘시장규범’ 아래로 이동하게 했다. 새 제도는 소방관들에게 15일까지는 자유롭게 휴가를 써도 괜찮다는 신호를 줬다. 아플 때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병가가 아니라 돈으로 계산되고 안 쓰면 손해인 휴가로 이해하게 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시장규범하에서는 당연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회사가 야근을 마치고 자정 이후 택시를 이용하면 비용으로 처리해주는 규정을 만들었다. 늦게 들어가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 직원이 밤 11시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이 직원은 자정 이전에 차가 끊기는 지역에 살고 있었다. 경영 지원 부서는 규정에 어긋난다며 이 직원의 택시비 보상을 거부했다. 마찰이 빚어졌다. 이 상황을 본 직원들은 일이 조금만 늦게 끝나면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자정까지 버티다가 자정이 넘으면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방식을 쓰기 시작했다. 택시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말았다.
규정을 정해놓으면 직원들이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생각은 직원들을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본다는 의미와 같다. 일탈행동을 보이는 직원은 극히 소수인데 이들을 막겠다고 전 직원을 규제하는 것은 모든 이를 잠재적 위반자로 간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지 않는데 직원이 회사를 믿고 따를 리 없다. 반발심에 사로잡힌 직원들은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계산도 어렵지만 분명 엄청난 손실이자 비용이다.
많은 CEO가 조직에 ‘좋은 변화’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변화의 목적이 무엇이든 관건은 구성원의 마음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어떤 변화도, 문화도 불가능하다. 결국 인간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 섬세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의도를 가진 조치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많은 CEO들이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안다고 착각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일사불란한 관리와 통제의 선호, 당근과 채찍이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는 희망, 직원들 간 내부 경쟁이 외부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 객관적인 평가를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적 관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에 대한 열망 등이 모두 인간의 심리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리더들이 착각하는 인간의 다양한 성향을 짚고 조직과 인사, 전략적 측면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꼼꼼히 분석한다.
한 기업이 닭 가슴살로 만든 햄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잠재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매 의향을 사전 조사했다. 소비자들은 맛이 기존 햄과 비슷하면서도 주재료가 닭 가슴살이라면 기꺼이 구매할 생각이 있다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이 출시됐을 때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건강에 좋은 신제품 햄 대신 빨간 색소가 들어간 기존 햄을 더 많이 구입했다. 애플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소비자의 진짜 속마음은 어떻게 간파할 수 있을까.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하거나 의도하는 대로 이끌어가기 위해 우리는 설득을 동원한다. 설명은 설득보다 쉽다. 설득보다 자주 사용된다.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매일 설명을 한다.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이나 아침 회의에 늦은 이유에서부터 오늘 아침에 난 신문 기사가 회사 주가에 끼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고 느낀 것을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저자는 설득보다 쉽고 부드럽지만 효과는 더 큰 방법이 설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설명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최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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