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 리더를 키우는 기업과 리더를 죽이는 기업-2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DBR 118호 칼럼에서는 리더를 키우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3가지를 이야기했다. (DBR 118호 ‘기술이 없어 망한다고? 인재가 없어 망한다!’ 참조.) 인재육성 하면 단순히 교육을 떠올리는 CEO와 기업이 많이 있지만 리더를 잘 키우는 기업들은 교육뿐 아니라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을 조기에 선발해 핵심인재풀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상사들의 다양한 코칭을 바탕으로 이들의 성장을 지원해주는 인재육성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칼럼이 나간 후 많은 독자들이 포괄적인 인재육성 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겠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가까운 미래에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의 순위에 포함됐으면 하는 게 필자의 소망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재사관학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 몇 가지를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 칼럼에서는 부하들의 성장을 위해 리더로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해 이야기 나누자.
인재사관학교의 특징 넷
CEO를 포함한 인재를 외부에서 발탁하려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키워 미래의 CEO로 육성하려는 내부승진 위주의 인사시스템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월드클래스 기업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가 이 기업들이 유명한 CEO를 영입하는 것을 내부승진보다 더 중요시 여길 것이란 생각이다. 직장을 옮기는 게 비교적 자유롭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헤드헌팅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언론에서 어느 기업이 슈퍼 스타급 CEO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요란하게 떠들어대면 ‘아! 서구 기업들은 대부분 CEO를 이렇게 외부에서 영입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게 사실이 아니란 결론을 금방 내릴 수 있다. <포춘(Foutune)>이 선정한 인재육성기업 톱 25에서 2위를 차지한 미국의 대표적 먹거리 회사인 제너럴밀스(General Mills)라는 회사는 회사 승진의 무려 90% 이상이 내부승진일 만큼 가급적이면 외부채용을 지양하고 직원들의 역량과 리더십을 키워 필요한 인재를 조달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한 P&G는 심지어 1837년 창립 이래 무려 175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모든 CEO가 P&G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정도로 CEO의 내부승진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믿고 실천하고 있다.1 200년 가까이 된 기업에서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CEO가 P&G 출신이란 사실이 놀라우면서 동시에 부럽기도 하다.
CEO를 포함한 리더들의 내부선발이 외부선발과 비교해 반드시 더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내부선발은 조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다양한 경험을 했고, 따라서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급격한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을 때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반대로 외부선발은 기존의 업무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어 변화를 추진하는 데 적합하지만 조직이 속한 업의 특성이나 조직과 경영환경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대안은 CEO를 포함한 조직의 중요한 포지션에 내부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이들이 최대한 외부인의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핵심 비즈니스에서 살짝 비켜난, 그렇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Inside-outsiders (외부인과 같은 내부인)’ 접근방식이라 부른다.2 CEO로 발탁하기 전에 기업의 본사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총괄하는 역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CEO를 선발하는 방식도 여기에 해당된다. P&G의 CEO였던 래플리 회장은 회사의 핵심사업인 세제(예: P&G의 세탁 세제 브랜드 ‘타이드(Tide)’) 사업 부문을 본사에서 총괄하다 CEO가 된 게 아니라 수년간 중국 법인을 총괄하며 일을 하다 CEO로 발탁됐다. P&G에서 평생을 보낸 내부인사지만 몇 년 동안 본사와 떨어진 중국 법인을 총괄하면서 외부인의 시각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능력을 길렀던 것이다. 래플리가 가지고 있던 외부인의 시각은 CEO가 된 후 회사에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시에 그는 P&G에서 컸기 때문에 회사와 구성원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내부인의 입장에서 이들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그가 추진한 변화가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필자는 Inside-outsiders 방식이 인사시즌을 맞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좋은 대안을 줄 수 있어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사관학교의 특징 다섯
단순히 좋은 인재를 키우려 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전략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는 전략과 인재육성의 통합
인재를 잘 육성하는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통해 무슨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가를 인재육성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한다. 단순히 ‘좋은 인재를 뽑아 열심히 키우다 보면 잘 활용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는 좋은 인재를 잘 키우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회사가 추진하는 전략을 고려하면 어떤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먼저 고민해 조직의 전략과 인재육성의 전략을 통합화(alignment & integration)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GE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 1) 기술 리더십(technological leadership) 2) 서비스 역량 강화(service acceleration) 3)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enduring customer relationships) 4) 우선순위에 입각한 효율적 자원 분배(resource allocation) 5)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다섯 개의 전략적 방향(five strategic pillars)을 설정해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제프리 이멜트를 비롯한 GE의 리더들은 이 다섯 개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전략을 실천하기 위한 상세한 계획이 아니라 어떤 인재를 선발하고 계발할 것인가라는 인재육성 시스템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3 따라서 회사의 전략과 인재육성이 별개의 활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긴밀하게 통합돼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게끔 운영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쟁기업보다 진보된 기술을 확보해 이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한다는 전략(technological leadership)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려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GE의 전략과 인재계발의 통합 모델에서는 기술적인 역량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게 되면 기술적 진보를 통한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더 중요시된다. 따라서 기술적 역량이 자연스럽게 가장 필수적인 역량(key development requirement)으로 등장하게 되고 임직원들의 선발, 평가, 승진 등과 같은 인사시스템(GE에서는 이를 ‘세션 C(Session C)’라고 부른다)에서 엔지니어링 역량이 뛰어난 직원을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다. 그래서 이들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GE와 같이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은 전략이 인재육성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지 인재육성이 별개의 활동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서는 조직의 전략과 전혀 상관없이 인재육성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반적인 인재상(예를 들면 창의, 솔선수범, 실행력, 배려 등), 혹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인재육성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과연 인재육성이 조직의 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더 많다. 당연히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도 이런 교육이 과연 내가 핵심인재가 되고 성공하는 데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교육에 집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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