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DBR이 ‘리더십 고수’를 꿈꾸는 기업 중간관리자를 위해 ‘Leadership Espresso’ 코너를 연재합니다.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지식과 다양한 현장에서의 코칭 경험을 토대로 리더십 역량을 키워줄 짧지만 강력한 팁을 전합니다.
동시대인 1500명의 삶을 직업, 교육 수준, 결혼,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삶의 조건에 따라 80년간 추적 조사한 한 기념비적인 연구, 미 스탠퍼드대 ‘터먼프로젝트’에 따르면 오래 살기 위한 건강한 삶의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성실성이다. 사람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장수에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소통은 곧 생명이다.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성공요인이 대단한 경영기법이나 탁월한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이뤄는 커뮤니케이션인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다. 나쁜 소식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한 개인의 자아, 세상에 대한 인식, 대처방식, 관계적 욕구 등 내적 프로세스가 총체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소식은 조금만 달리 해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변화가 크다는 점이다. 변화에 대해 체감 효과가 큰 영역이다.
소통지수를 올리기 위한 기술로는 첫째, 협력관계 디자인(Design the alliance)이 있다. 리더와 구성원 간에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 어떻게 대해줄 때 생산성이 올라가는지 등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를 보는 것이다. “당신의 상사로서, 내가 당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내가 당신을 잘 리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 대한 당신의 기대는 무엇인가? 피드백을 하려면 어떤 방식이 좋겠는가?”
이렇게 물어오는 상사 앞에서 존중감과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을 직원이 있을까? 표현되지 않은 기대, 동의 받지 않은 기대, 정당화되지 않은 기대가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 관계를 죽이는 것은 이런 거친 기대들이다. 리더는 구성원에 대해, 구성원은 리더에 대해 일방적으로 기대치를 설정해 놓고 상대가 그렇게 안 해준다고 실망하거나 상대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번째 기술로는 새로움을 주는 질문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냥 질문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다. “왜 이것밖에 못했지? 문제가 도대체 뭐야? 왜 우린 경쟁사 같은 제품을 못 만드는 거지?” 등에는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를 질책하는 패러다임이 녹아 있다. 효과적 질문이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심판자적 질문이 아니라 배움을 확장시키는 학습자적 질문이다. 사실에 대한 질문보다는 상대의 생각이나 관점을 묻는 질문, 내 궁금증 해소를 위한 질문보다는 상대의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질문, 그 질문이 아니라면 갈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질문이다. “이것을 하는 게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관점에서는 어떤 것이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이미 아는 정보를 뒤지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줄 때 질문은 강력해진다.
“나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로 아마존 왕국을 일으킨 제프 베저스의 목적형 질문, “왜 컴퓨터를 중간 판매상을 통해 사야 하나?”라는 호기심으로 창업한 마이클 델의 질문, “평생 설탕물만 팔 것인가?”라며 펩시 부사장 존 스컬리를 설득해 스카우트한 스티브 잡스의 동기자극형 질문은 모두 질문의 강력함을 보여준 좋은 예이다.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email protected]한숙기 한스코칭 대표는 서울대 및 동 대학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 경제경영대학(HSE)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국제코치연맹(ICF) 인증 코치로서 대기업, 다국적기업 경영자 및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리더십 코칭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