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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반성과 타인배려, 論語의 황금률

박재희 | 16호 (2008년 9월 Issue 1)


2008 베이징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이었다. 개막식 행사를 총지휘한 중국 영화계의 대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중국 5000년 역사와 문화를 50분짜리 종합선물 세트로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펼쳐 보였다

개막식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중국 문화 아이콘은 공자(孔子)였다. 공자와 그의 제자로 분장한 3000명이 펼치는 개막식 공연은 중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2500년 전에 살다간 공자는 여전히 21세기 중국의 미래였다.


공자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논어(論語)를 읽어봐야 한다. 수많은 중국 고전 가운데 대인관계와 관련한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논어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국가와 백성, 친구와 친구,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등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간관계, 특히 기업과 고객 간의 관계에 필요한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인간관계의 시작이란 뜻이다. 내가 쓰고 싶지 않은 물건은 고객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라. 배려의 인간관계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라. 이보다 먼저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는지 근심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좋은 보석은 누구나 알아보게 마련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다. 알아줄 만한 실력과 인격을 갖추면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물건이 안 팔린다고 불평하지 마라. 모든 고객이 알아줄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 먼저 주력하라. 자기반성의 인간관계다.


잘못을 알았으면 고치는데 주저하지 마라.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過則勿憚改 過而不改 是謂過矣).’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인정하여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리콜하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는 데도 쉬쉬하며 문제를 덮으려 하다가는 결국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고칠수록 이익이 된다


자신과 다른 것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攻乎異端 斯害也已).’ 나와 다른 것에 대하여 무조건 비판하고 깎아내리면 결국 본인에게 해만 될 뿐이라는 경고다. 다른 제품도 인정하면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면 소비자들이 더욱 신뢰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군자는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지만 소인은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떳떳이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다. 기업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고객이 원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논어의 인간관계 이론을 기업과 고객 입장에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也).’ 좋은 기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빛이 난다. 어렵다고 변칙으로 조직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소중히 여기고, 가던 길을 묵묵히 가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기업은 어려울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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