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42호를 읽고
프랑스의 인기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가운데 <뇌>라는 소설이 있다. 1954년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가 진행한 ‘중독의 생리적 메커니즘’ 실험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베르베르는 인간의 뇌가 간직한 최후 비밀이 다름 아닌 중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의 중독을 모티브로 흥미로운 소설을 썼다.
이번 142호 스페셜 리포트 주제가 바로 중독이다. 중독은 위험할 때가 많다. 한 가지 일이나 사안에 지나치게 빠지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몰입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중독되지 않으면서 몰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독과 몰입을 제대로 구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김성남 타워스왓슨 이사는 ‘한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워크홀릭, 몰입과 다른 중독임을 이해하자’에서 중독과 몰입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몰입과 성과의 상관관계까지 깊이 있게 다뤘다. 일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해법도 제시했다.
사람들이 게임에서 흥미를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업무의 게임화를 해보자는 제안은 매우 신선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게임화 설계를 통해서 업무에 대한 내적, 외적 동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올해로 10년째 상장회사의 임직원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김 교수의 글은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수준 높은 통찰력을 제공했다.
최근 인사조직 분야에서 성과주의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주제가 ‘일과 생활의 양립(work-life balance)’이다. 사실 성과주의와 일과 생활의 양립은 개념적으로는 대치된다. 그런데 이런 가치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사람들이 업무에서 성과를 내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몰입하면 성과주의와 일과 생활의 양립이라는 가치가 한곳에서 만날 수도 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게 재미를 기반으로 한 업무의 설계다. 재미를 느낄 때 인간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또 창의력도 가장 높게 나타난다. 직원들이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브랜드에 중독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쇼핑에 중독된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 이들은 그저 물건을 살 때 느끼는 쾌감만을 추구할 뿐이다. 중독 마케팅의 대안은 윤리적, 이성적 소비다. 전두엽을 통해 이뤄지는 이성적 소비는 만족도도 높고 지속력도 강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아니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의 뇌도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박윤진
DBR 제6기 독자패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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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다음 호(145호, 2014년 1월 15일자, 1월 셋째주 발행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 ‘관찰의 기술’ 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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