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44호를 읽고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첨단 전자기기와 정보의 홍수는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첨단 전자기기는 대부분 복잡하고, 과도한 정보는 소비자가 따로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감도 함께 제공한다. 여기에 대한 반발 때문인지 2010년 이후 복고와 아날로그 감성 등에 대한 관심이 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화려하지만 딱딱한 전자기기 대신 지친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끌리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더욱 단순하고 익숙한 것에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복고와 아날로그 감성에 호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가 오랫동안 훈련시키고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아이돌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순수한 감성을 담아 작곡한 음악을 들려주는 아날로그형 가수들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스커 버스커’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버스커 버스커는 크게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TV tvN의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가 잇달아 인기를 끈 비결도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시리즈에서는 출연자들이 각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여행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갖가지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대처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인간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DBR 144호의 ‘Business & Emotion’은 이런 추세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주제다. 특히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인터뷰는 소비자 관점에서 감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은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무엇이든 ‘나 자신’이 주체가 돼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 했다.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원하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하며 어떤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애플, 구글 등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소비자에게 ‘경험을 파는 회사’로 성공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감성을 통한 접근법은 국내 기업들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기업PR광고를 제작한 이병민 오리콤 부장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두산의 광고는 감성적 접근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두산은 기업PR광고에서 군더더기 정보를 빼고 기업의 지향점, 가치 등 객관적인 사실만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광고에 여백까지 넣었다. 이런 접근법은 앞서 언급한 복고, 아날로그 감성 등과 일부분 맥이 닿아 있다. 같은 슬로건을 10년 가까이 사용해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진부한 방식으로 기업 이미지를 전달한 게 오히려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읽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공급자의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기능적인 만족감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감성적인 충족감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 감성적인 접근법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일 수도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위로가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분명 그들의 감성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제6기 DBR 독자패널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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