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끔은 패널들의 발언보다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하는 사회자의 솜씨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객관성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토론자의 소통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DBR 152호의 스페셜 리포트는 ‘퍼실리테이션 스킬(Facilitation Skills)’을 다뤘다. 퍼실리테이션 (Facilitation) 은 일반적으로 회의 진행자가 참가자의 참여를 북돋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서 조직에서 의사소통을 돕는 활동이다. 기업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임직원의 회의, 경영진의 의사결정, 부서 간 의견 조율, 신규 전략 수립, 조직문화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요소를 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할 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또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을 현재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 내부에 존재하느냐다. CEO가 꾹 참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았더니 아이디어가 쏟아졌다는 한국마즈의 사례는 소통에서 신뢰,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 흔히 토론에서 첫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물꼬가 트여야 의미 있는 의견이 모이고 집단지성을 끌어낼 수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검증된 방법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서 소통에 기여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해결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만들고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이끄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제시된 의사결정 원칙과 소통기법, 기업의 효과적 적용 사례 등은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유용했다.
리더만 주목하는 것과는 달리 2인자의 존재를 통해 읽는 역사도 신선했다. ‘모사’ ‘책사’ 이미지의 하륜을 통해 본 2인자의 경영학은 마치 한편의 사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정도전 이후 조선의 국가 설계를 맡았던 재상 하륜은 핏줄까지도 예외 없었던 태종의 칼날을 비켜갔다. 상사를 잘 관리하고 보좌하기 위해서는 하륜처럼 무엇보다 상사의 특성과 업무 스타일,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과 상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협력 방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나의 상사뿐만 아니라 고객과 동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깊이 고민하는 것은 상생의 시작이다. 상생은 이미 숱하게 들어서 식상한 얘기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귀를 열고 끊임 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지 않을까.
양나래
DBR 제7기 독자패널(엑센츄어)
What’s Next?
DBR 다음 호(155호, 2014년 6월 15일자, 6월 둘째주 발행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 ‘Exploring Foreign Market(ASEAN)’ 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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