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68호를 읽고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의 주제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How to Be Different)’였다. 포럼 기획자들 역시 주제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 처음 제시됐던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과의 차별화에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2011년에는 CSV의 개념을 소개하고 GE,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의 적용 사례를 주로 소개했다면 2014년에는 국내 적용 사례와 실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지난 몇 해간 한국 사회에서는 CSV에 대한 많은 논의와 진전이 있었다. KT, 아모레퍼시픽 등은 기업 내 CSV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반면 유독 한국에서만 CSV 실천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CSV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또 다른 모델로 생각하기보다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즉 기업이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사회 이슈와 연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차세대 비즈니스를 모색할 만한 사회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CSV 실행 방법은 국내 기업들이 CSV를 기획하는 데 구체적인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제품, 가치사슬, 지역 커뮤니티를 비롯한 환경의 재구상 및 발전을 동시에 활용해 공유가치를 만들어 낸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 사례가 매우 인상적이다. 인도의 농촌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저가의 약품을 개발하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세일즈팀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냈다. 제품, 가치사슬, 환경의 혁신은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특정 부서만의 주도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자산과 역량을 결집시키고 기업 내에서 유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공조를 할 때만 가능하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이슈 가운데 정부, 기업, 시민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래학자 정지훈 교수(경희사이버대)는 “미래에는 영리와 비영리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리의 영역은 소비자로부터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끊임없이 요구받을 것이고 비영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사회적 기업 및 소셜벤처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말처럼 미래에는 ‘얼마나 더 많이 팔 수 있는가’가 아닌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실제로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신지현
DBR 제8기 독자패널(한국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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