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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사관리학회와 함께하는 위기 경영

美 관세엔 中 더 타격, 틈새시장 공략을
생산인구 감소는 로봇화로 돌파구 모색

이홍,정리=이규열 | 413호 (2025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론이 팽배하다. 그러나 위기감에 사로잡혀 새로운 기회 요인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제 환경에 대한 다면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중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 인구 감소, 정치적 불안은 분명 우리 경제에 적신호로 비춰진다. 그러나 중국을 타깃으로 한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고관세 전략은 우리 기업에 틈새시장을 열어줄 가능성도 있다. 자유진영의 오랜 우방 국가이자 다양한 첨단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미국이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로 꼽힐 수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매서운 추격 가운데 우리 기업이 ‘U 스마일 커브 산업’을 꾸준히 육성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류를 필두로 콘텐츠, 식품 산업 등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편집자주 | DBR이 ‘한국인사관리학회와 함께하는 위기 경영’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인적자원관리(HR), 조직행동, 노사관리, 조직이론부터 전략, 경영 환경 분석까지 관련 분야 국내 최고 석학들이 소개하는 인사이트가 위기의 시대, 우리 기업들에 유용한 인사이트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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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돌아보면 한국은 온통 망한다는 이야기뿐이다. 한국 경제는 정말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일까?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앞이 캄캄하다고만 생각하면 생각이 움츠러들어 미래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이 글의 목적은 한국이 처한 경제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지혜롭게 미래에 대처하기를 돕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둡지만 긍정 요인들도 커지고 있다.


1. 한국 경제 비관론의 근거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한국에 불리한 보호무역의 등장과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정치 불안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1)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단절

특히 한국 경제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는 보호무역 기조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로 보호무역은 수출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이후 노골적으로 미국의 경제와 안보 패권에 도전했다. 이에 불안을 느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찾은 답이 보호무역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시작해 첨단기술 차단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엉뚱하게도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재선된 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하면서다. 그러자 국가 간 거래가 얼어붙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해 주요국들은 2025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1 한국은행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2) 중국의 기술 굴기와 글로벌 시장 장악

중국의 기술 굴기와 가격을 무기로 한 무차별적 수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미래 첨단기술에서는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요국 과학 기술력 평가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82.6으로 81.5인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은 86.4로 분석됐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미국에 2.2년 뒤처진 반면 중국은 1.3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주항공 및 해양 기술에서는 한국이 11.8년, 중국이 5.8년 뒤처졌다. 양자역학에서는 한국이 4.2년, 중국은 0.8년 뒤처졌다. 첨단 바이오에서도 한국은 3.1년으로 2.6년인 중국에 비해 늦다. 차세대 통신은 한국이 1.4년, 중국은 0.6년 늦어 이 분야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이런 추세가 반도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공포감이 한국을 뒤덮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쫓기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터져 나왔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는 기술력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PC나 TV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인 DDR4와 같은 D램에서는 중국의 창신메모리가 양산에 성공해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기술력만이 아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모든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전 세계에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충분하다. 한국과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수출 품목이 겹치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는 38.0이었다. 2023년에는 38.2였고 2024년 9월에는 38.5로 늘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한국 기업의 상품 시장 품목과 경쟁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럴수록 중국의 저가 수출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3) 인구 감소

인구 감소 또한 염려된다. 2024년 9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2022년 기준 장래 인구 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4년 5200만 명을 정점으로 2072년에는 36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2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인력의 부족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비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다. GDP는 해외 소비(수출-수입), 기업 소비(설비투자 등), 정부 소비(인프라 구축 등), 국내 소비로 결정된다. 수출이 잘돼 해외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국내 소비가 축소되면 GDP 성장은 낮아진다. 이를 반영해 OECD는 한국의 장기 잠재 성장률을 다른 나라보다 낮게 전망했다. 2020년 2.22%던 성장률이 2044년에는 0.62%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3

4) 정치 불안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하는 데는 정치 불안도 한몫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정치 불안을 겪지만 최근 한국은 특히 극심한 불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튬(Legatum)이 발표하는 국가별 번영 지수가 이를 반영한다. 2023년 한국은 167개국 중 29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순위 상승을 방해한 주요 항목은 바로 ‘제도에 대한 신뢰’였다. 경찰(124위), 정치인(138위), 금융 시스템(121위), 사법 시스템(146위), 정부(146위), 군(146위)에 대한 신뢰가 바닥권이었다. 이들 항목은 정치 상황과 직접 연관돼 있다. 한국은 이념화된 정치 제도와 갈등 표출로 끊임없이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들로 대변되는 ‘제도 품질’이 한 단계씩 낮아지고 있다. 국가 제도 품질이 낮아지면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2.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

최근 경제 환경을 살펴보면 한국에 불리한 것들뿐인 것 같다. 이런 일들이 심화되면 제2의 외환위기 사태가 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요인들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트럼프의 중국 견제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보호무역은 한국에 불리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호재 요소도 있다. 이는 미국 보호무역의 주 타깃이 중국을 향해 있음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로 한국은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혹자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가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 속도를 촉진했다고 주장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기술 굴기를 국시로 내세우며 미국의 압박이 있기 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첨단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한국에 큰 의미가 있다.

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2025년에 들어서며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싹을 죽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들어갔다. 기존 글로벌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와 더불어 판매된 장비의 유지보수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는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비해 이미 엄청난 양의 장비를 사들였다. 하지만 유지보수가 막히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복잡한 첨단 장비일수록 그 효과는 엄청나다.

한편 최근의 첨단 반도체 기술개발 추세가 세계 일류 기업 간 협업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반도체가 그 예다. 이를 개발하려면 그래픽메모리장치(GPU) 설계 기업과 이를 생산하는 시스템 및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협력 관계를 중국 기업은 가지기 힘들다. 이는 중국이 독자 기술을 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경우 개발되는 기술은 글로벌 표준에서 멀어지며 갈라파고스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미국 시장에서 떨쳐내려는 미국의 전략은 결코 한국에 불리하지 않다. 지난 미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획득 방해 전략을 주로 썼다. 새로 들어선 트럼프 정부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바로 고관세 전략이다.

고관세는 두 가지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절대적 시각에서의 해석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은 한국에도 폭탄이다. 하지만 상대적 시각에서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불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많은 관세 정책은 사실상 중국을 향해 있다.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이들 나라가 중국산 펜타닐 마약과 중국 불법 이민자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관세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는 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인사들은 멕시코가 25% 관세를 피하려면 중국산에 고관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파나마운하와 관련한 미국의 파나마 정부에 대한 경고도 중국 때문이다. 미국은 파나마 정부가 운하의 실질적 통제권을 중국에 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놀라운 뉴스가 최근 터져 나왔다. 중국 선사 및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마다 최대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선박 용적 t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을 미국이 발표한 것이다. 국제 선사라고 해도 중국산 배로 미국 항에 접안 시 최대 150만 달러 수수료를 내야 한다. 미국 영토 내 항구를 여러 번 입항하면 입항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잔인한 방식이다. 중국 선사 또는 중국 배는 미국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다. 대미 무역에서 중국 선사는 물론이고 중국 배를 가지고 있는 국제 선사들의 고통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중국 조선 산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술 규제와 시장 봉쇄로 한국 기업은 숨돌릴 틈이 생겼다. 한국 반도체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 회사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제재 명단에서 빠져 있던 시기에 이 회사는 미국과 일본산 반도체 장비를 대량으로 수입했다. 이제는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장비업체로부터 유지보수도 받기 어려워졌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관세 25%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산의 미국으로의 우회 수출로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철강을 예로 보자.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수출은 미미하다. 이미 높은 철강 관세를 부과받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 수출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등을 통해 무관세 또는 저렴한 관세로 우회 수출하고 있었다. 철강 관세로 이들 나라가 타격받게 되면 중국도 철강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알루미늄과 구리에 매겨지는 관세도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의 이들 금속 생산량 역시 세계 최고다. 최근 미국은 한국의 알루미늄 케이블 등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 52.7%, 상계관세 33.44%를 부과했다. 중국이 이들 제품을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고 의심해서다.

2) 미국 관세 정책에서의 틈새 생존법과 미국 관세 정책의 한계

미국 관세 정책이 불안하지만 관세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틈새도 한국에 열리고 있다. 철강 제품이 그 예다.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올린다고 하자 미 철강 업체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열연강판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가격을 10% 올리면서 한국은 관세를 물고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기존의 상황에선 무관세 수출을 하는 대신 철강 수출 쿼터를 지켜야 했다. 이제는 관세로 인해 쿼터 없이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5%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자동차 관세의 주 타깃은 유럽이다. 유럽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는 2.5%, 미국 자동차의 유럽 수출 관세는 10%인 것이 원인이다. 이 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이 많다. 이를 해소하라는 메시지를 유럽에 보낸 것이 자동차 관세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도 피해를 입게 됐다. 하지만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 기업 GM, 포드, 스텔란티스도 울상이다. GM은 미국 전체 판매량 269만 대 중 71만 대(26%), 포드는 208만 대 중 36만 대(17%), 스텔란티스는 130만 대 중 31만 대(24%)를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가격을 올려야 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오른 자동차 가격만큼 관세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또 원가 혁신을 이룬다면 나머지 충격도 흡수할 수 있다.

25% 반도체 관세의 주 타깃은 대만의 TSMC다. TSMC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서 글로벌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후보 시절 TSMC가 미국 기술을 훔쳤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TSMC에 미 인텔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인수와 기술 이전을 요구했다. 반도체 관세 부과가 TSMC를 향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인텔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적으로 미국은 한국을 제외하면 메모리 반도체를 수급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한국이 협상력을 발휘할 틈이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관세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적대적 행동만을 할 수는 없다. 중국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만큼 파트너 국가도 필요하다. 파트너로 인식되는 정도에 따라 해당 국가와 우호적인 관세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긴밀한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의 오랜 우방인 동시에 자유 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능성이 이미 조선 산업에서 싹트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해군의 전투력 보강을 위해 한국 조선 기업들과 협력이 필수임을 지적했다. 만일 미국이 중국 선사와 선박에 대해 미국 입항 규제를 가하면 미국은 한국의 조선업을 더더욱 필요로 한다.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원전 시공에서 미국과 호흡을 맞출 나라로 한국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전투기 제조나 무기 생산에서의 협력도 가능하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설계 기술만 갖고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기는 쉽지 않다. 반드시 한국 기업과 메모리 반도체에서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관세 윽박지르기 정책도 한계가 있다. 2024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중 312명을 얻어 226명에 그친 민주당 해리스를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전국 득표수에서는 트럼프(49.8%)가 해리스(48.32%)를 1.4%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이 표차 때문에 트럼프는 모든 경합주를 석권하며 선거인단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배경에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가 있었다. 바이든 정부 시절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자 이들은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면 물가와 금리는 바이든 정부 때보다도 더 나빠진다. 2025년 2월에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CPI)는 미 연준 물가 목표인 2%를 훨씬 넘는 3%였다. 관세에 대비해 소비를 당겨서 했기 때문이다. 서민 물가는 지속적으로 살인적이다. 미국에서 맥도날드 빅맥 중간 크기 세트는 10달러 정도다. 여기에 20% 팁을 얹으면 12달러(약 1만7400원)다. 한국에서는 6900원 정도이니 2배가 넘는 셈이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면 최소 3000달러 이상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서민들에게 치명적이다.

관세 탓에 고물가가 지속되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이미 고금리로 미국인 절반 이상이 주택 구입을 포기한 상태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2020년 이후 50% 이상 급등해 집을 사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꿈같은 일이 됐다. 30년 주택 대출 금리는 6.88%(2024.2.26. 기준)로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임대주택 수요가 늘며 주택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평균 소득 대비 월세 지출비율(RTI)이 30%를 넘는다. 급여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야 한다. 임대료가 치솟자 노숙자도 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미국인 1만 명당 23명 정도가 노숙을 경험했다고 한다. 집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26년 하반기의 상하원 선거가 위험하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218석)과 민주당(215석) 의석 차이는 불과 3석이다. 상원도 공화당(53석)과 민주당·무소속(47) 차이가 6석에 불과하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흑인과 히스패닉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서면 2026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진다. 트럼프 정부는 바로 레임덕을 맞이하게 된다.

이를 아는 트럼프는 교묘하게 관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관세 예고 후 상대국 태도를 보고 슬쩍 거둬드리는 방식이다. 미 유권자들에게는 선거 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상대국에서는 양보를 얻어내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2026년 하반기에 있을 선거에 대비하려면 2025년 내 관세 전략을 마무리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있는 시기에 원하는 것을 다 얻으려 하고 있다. 그가 취임 후 연일 관세로 세계를 위협하는 이유다. 이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3)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 태동

과거 40~50년 동안 한국은 철강, 저부가 선박 제조, 석유화학, 석유제품, LCD, 중저가 반도체 등을 핵심 산업 삼아 살아왔다. 중국의 기술 굴기로 인해 무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그간 한국 기업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차세대 산업을 태동시키고 있었다. 세계는 지금 과거와의 결별을 서두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정보화에서 AI, 인터넷에서 메타버스, 범용 선박에서 첨단 선박, 평화 시대에서 안보 시대, 화학 의약에서 바이오 의약, 인간 노동에서 로봇 노동, 원전 경시에서 원전 중시로 그 변화를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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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에 대처하려면 필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차전지, 시스템 반도체, 첨단 메모리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첨단 조선, 국방 기술, 첨단 바이오, 로봇,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이 있어야 한다. 놀랍게도 한국은 이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타의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기술 최강국인 독일과 일본도 이 기술들을 모두 갖지 못했다. 일본은 첨단 바이오나 로봇 기술이 강하나 이외 다른 기술은 한국에 뒤처져 있다. 독일은 국방 기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

이들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뿐이다. 좀 더 살펴보면 시스템 및 첨단 메모리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첨단 조선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높다. 국방 기술과 소형모듈원전(SMR)의 경우는 유사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이 중국산 사용을 꺼리고 있다. 이차전지, 로봇, 첨단 바이오의 경우는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존 산업과 다른 특징이 있다. 제품수명주기상 도입기나 성장기에 속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들은 포화기나 쇠퇴기 직전의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통한다. 이들 산업을 ‘역U 스마일 커브 산업’이라고 한다. 힘들게 가격 경쟁을 해야 해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울고 있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를 키우고(규모의 경제) 생산 운용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한국은 이 전략을 성공시켰다. 문제는 이 방식을 중국이 그대로 모방하며 한국을 따라잡았다. 다행히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첨단산업을 대부분 갖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 산업(역U 스마일 커브 산업)과 달리 도입기나 성장기에 속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들은 ‘U 스마일 커브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아 행복해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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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입기 산업이 갖는 시련도 경험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기술이 경합하게 된다. 그런 예가 이차전지 산업이다. 이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은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인산철(LFP) 방식이고 한국은 삼원계(니켈, 코발트, 망간 또는 알루미늄) 방식을 주로 내세운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삼원계는 반대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이차전지 경쟁력은 LFP가 삼원계보다 높다. 전기자동차 도입기 캐즘을 극복하는 데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가 유리해서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쏟고 있다. 늦었지만 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덕에 수성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들에 고무적인 일이 일어났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등장이다. 2024년 2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32년에는 6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견줄 만하다. 로봇이 장시간 작동하려면 고밀도 배터리가 필요하다. 시간당 2000~3000Wh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배터리가 요구된다. 이에 적합한 배터리가 삼원계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삼원계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용 4680 배터리(지름 46㎜, 높이 80㎜)를 개발했다. 여타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30% 높다. 미 테슬라가 채택할 예정이다. 로봇 화재에 대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로봇용 배터리에서 한국이 선두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첨단산업들과 더불어 한국의 미래를 밝혀줄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일명 ‘K-브랜드’ 산업이다. 한류를 기반으로 하는, 즉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산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 식품, 화장품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2분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약 54억6000만 달러다. 식품 산업의 수출도 폭발적이다. 라면에서 김까지 한국의 식품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2024년 99억8000만 달러의 수출이 이뤄졌다. 화장품 수출도 엄청나다. 2024년 102억 달러가 수출됐다. 이들 세 품목을 합치면 2024년 수출액은 31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액수는 2024년 한국 조선업계 총수출 256억3000만 달러보다 크다.

이들 산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다른 나라가 이 산업을 뺏을 수 없다. 한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식품의 경우 라면은 중견기업인 농심과 삼양이 주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주도하는 품목도 많다. 김 등 수산식품이 예다. 이 식품의 수출이 2024년 30억3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힘을 합쳐 이런 수출을 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화장품도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이 앞서 나가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도 가세했다. K-브랜드 산업의 수출 규모는 반도체나 자동차에 비하면 아직 작다. 하지만 이 산업이 태동기에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 식품, 화장품에서의 2024년의 수출(310억 달러 이상)은 2024년 자동차 수출액 708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5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K-브랜드 산업이 한국의 기둥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중국 대체 시장 등장

그동안 한국의 젖줄이었던 중국 시장이 저무는 것은 한국에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전체 수출의 26.8%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2024년 기준으로는 19.5%로 줄어들었다. 무역수지는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2013년의 628억 달러 흑자가 2023년에는 180억 달러 적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체 시장이 등장했다. 우선 미국 시장이 확장됐다. 이 시장은 2020년 기준 한국 전체 수출의 14.5%였는데 2024년 8월에는 18.8%로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대폭 늘었다. 2013년 205억 달러였던 흑자가 2023년에는 445억 달러로 늘었다.

아세안 시장도 성장했다. 2020년에는 전체 수출에서 9.3%를 차지했던 시장이 2024년 8월에는 15.4%로 크게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287억 달러 흑자는 2023년 312억 달러로 늘었다. 이런 흐름은 매우 희망적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주로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했다. 한국의 부품이나 소재가 중국에서 가공돼 다른 나라로 수출된 것이다. 이 시장을 아세안이 대신하고 있다. 인도로의 수출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9년 인도로의 수출 비중은 2.7%였다. 2023년에도 유사한 2.8%다. 하지만 무역흑자는 큰 폭 늘었다. 2013년 52억 달러의 흑자는 2023년 112억 달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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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 시장 역시 불안한 측면이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수록 미국 관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협상해볼 만한 여지가 많다. 과거와 달리 한국의 대미 흑자는 TV나 세탁기와 같은 완제품 수출 때문만은 아니다. 소재 부품과 같은 중간재 수출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조 생태계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고관세만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 소비자들을 희생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편 인도와 베트남 시장도 미국의 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나라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3%지만 인도는 모든 나라에 대해 평균 17%, 베트남은 평균 9.4%를 매기고 있다. 만일 베트남이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되면 반도체 패키징 공장 등을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대표적 미 수출 우회로가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의 인텔도 2010년부터 누적 약 15억 달러를 베트남 반도체에 투자해 미국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인도의 경우 미국에 버티는 힘이 강해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

5) 로봇 활용과 거주 외국인 증가

한국의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인구 감소다. 불행히도 이를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문제를 완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수단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화 확대와 외국인 거주자 증가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 현장의 로봇화가 가장 빠른 나라다. 국제로봇연맹(IFR)의 ‘2024 세계 로봇공학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로봇 밀도 지수(노동자 1만 명당 투입된 로봇 대수)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 세계 평균은 162대다. 유럽연합 평균은 219대이고 미국은 197대다. 아시아는 182대다. 그런데 한국은 1012대로 압도적으로 높다. 세계 2위인 싱가포르는 770대 정도다. 한국의 로봇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산업에서 한국의 로봇 밀도 지수는 2867대다. 독일이 1500대, 미국이 1457대, 일본이 1422대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서비스업에서도 로봇의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서빙 로봇 보급 대수는 누적 1만9000대에 이른다.

인구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두 번째 요인으로 외국인 거주자 증가를 들 수 있다. 내국인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외국인 거주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1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5.2%에 해당한다. 2020년에는 203만6000명, 2022년에는 224만6000명이 거주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는 2020년 5182만9000명, 2022년 5143만9000명, 2024년 5121만7000명으로 변동이 미미하다. OECD는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규정한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문제를 완화할 대안이 그나마 있는 셈이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시기에 머무르고 있다. 당장은 세상이 어두워만 보인다. 하지만 긍정 신호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고 기업의 미래 전략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의 어려움에만 매몰돼 겁먹으면 미래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어둠의 시기를 지혜롭게 견디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한국 기업에 주어진 숙제다.
  • 이홍[email protected]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조직 창의성 연구를 통해 기업 리더들의 생각을 넓혀주기 위해 노력한 경영 전문가다. 광운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 포스코, 한국전력, CJ그룹 등의 자문 교수로 활동했다.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학회 활동 또한 활발히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실패하는 비즈니스에는 이유가 있다』 『생각의 한계를 부수는 생각의 비밀 언박싱』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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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규열[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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