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정치적 갈등 때문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적 요인 때문이다. 진출 초기와 달리 중국 임금 상승, 현지 기업과의 경쟁 심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 악화,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제조업체들은 생산 거점을 베트남, 태국, 인도 등 대체 시장으로 이전하거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감안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한국 제조기업들도 정부 차원의 관세 협상을 계기로 중국 외부로의 생산지 분산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철수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인 제국데이터뱅크의 2024년 8월 발표에 따르면 당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수는 1만3034개사로 그 수가 가장 많았던 2012년 1만4394개사보다 약 10% 감소했다. 한편 올해 2월 일본 외무성은 ‘해외 재류 일본인(수) 조사 통계’를 통해 중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일본인이 2024년 10월 1일 기준 9만7538명으로 20년 만에 10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올해 2월에 발표한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 실태조사(중국 편)’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중 2024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 비율은 58.4%로 지난 2023년보다 1.9% 포인트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흑자 기업 비율이 70% 이상을 기록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매년 그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흑자 기업의 비율이 줄어든 만큼 적자 기업이 늘어나니 중국에서의 사업 매력도가 떨어지고 중국을 떠나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사업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하나의 이유에 불과하다. 일본 기업은 좀 더 복잡한 셈법 속에서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을 떠난 일본 기업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