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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관리 커뮤니케이션

2.9:1, 긍정 셋에 부정 하나쯤은 있어야…

이승윤 | 61호 (2010년 7월 Issue 2)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이나 기분을 느낀다. 아침 출근 길에 어떤 날은 왠지 우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분 좋고 즐겁기도 하다. 직장에서도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아 괴로울 때도 있고, 동료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뿌듯해질 때도 있다. 이처럼 감정이나 기분은 우리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직원의 감정이나 기분에 대한 연구가 경영학 분야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동안 경영학에서 직원의 감성에 대한 연구가 도외시된 이유는 기업조직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운영돼야 하고,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이 개입되면 경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경영학 내에서 지배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또 사실 기업 조직이 직원의 감정과 기분을 어떻게 다루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 사람의 감정과 기분은 기업조직 맥락에서 봤을 때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과 기분은 동료 팀원이나 상사와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미침은 물론 고객관계, 의사결정 과정, 창의성 등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 및 기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는 능력을 ‘감성지능(EI·Emotion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감성지능은 개인은 물론 기업조직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직원들의 감정과 기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때로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직원들의 창의성을 증진시키거나 보다 치밀한 의사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팀 차원 및 기업 조직 차원에서의 감성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그 방법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팀 리더의 감성관리 커뮤니케이션
팀 리더의 감정과 기분은 팀원들에게 쉽게 전이된다. 나아가 팀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팀 리더는 팀원들에 비해 기쁨이나 분노 등의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팀원들은 팀 리더의 감정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팀 리더의 감정과 기분에 팀원들이 영향을 받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사이와 동료 교수들은 실험을 통해, 팀 리더의 감정과 기분이 팀원들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팀원 간 상호작용 패턴과 과업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1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팀 리더가 긍정적인 감정(예: 즐겁고 활기찬 감정)을 표출했을 때 팀원들도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했다. 반면 팀 리더가 부정적인 감정(예: 불쾌하고 기분 나쁜 감정)을 표출했을 때는 팀원들이 과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팀 리더가 표출한 부정적인 감정은 팀의 현 상황에 대한 팀 리더의 불만족을 표현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팀 리더는 스스로 표출하는 감정이나 기분이 팀 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감정 표현을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팀원들의 반응을 전략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팀원 간 감성관리 커뮤니케이션
팀원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도 팀 내에 감정이나 기분이 공유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팀이 다른 팀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성과를 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팀원들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감정은 팀원 개개인의 생각과 태도, 행동을 변화시키고 감정이 팀원들 간에 공유됐을 때는 팀원들 간의 상호작용, 과업수행 방식 등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필자는 72개 팀을 대상으로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팀원들이 공유했을 때, 팀원들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방식과 팀의 창의성 및 의사결정의 정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했다.2  연구에 참여한 각 팀은 ‘달에서 생존하기(Moon Survival)’라는 과업을 수행했다. 팀이 탑승하고 있던 우주탐사선이 모선으로부터 320km 떨어진 달 위의 한 지점에 불시착하게 된 상황을 가정하고, 팀의 생존전략을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이 과업의 주된 내용이다. 팀이 이용할 수 있는 열 가지 도구로 산소탱크, 밧줄, 구명보트, 권총, 주사바늘 등을 제시하고, 이 도구들을 중요도 순서에 따라 열거하고(‘팀 의사결정의 정확도’ 측면), 각각의 도구들을 창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나열하라는(‘팀의 창의성’ 측면) 구체적인 과업을 부여했다.
 
필자는 72개 팀의 과업수행 과정과 결과를 관찰,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기쁘고 즐거운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한 팀 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서 두 가지 상호작용 패턴이 자주 나타났다. 그 하나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더 확대 및 발전시키려는 노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행동이었다. 한 팀원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다른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보다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킨 예는 다음과 같다.
 
팀원 A: “달에서 총을 발사하면 사람들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겠죠?”
 
팀원 B: “밧줄도 중요할 것 같아요. 팀원들이 모두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밧줄로 묶으면 좋겠어요.”
 
팀원 C: “팀원들을 모두 밧줄로 묶고 총을 발사하면 모두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한 팀 내에서는 또 한 팀원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해 다른 팀원이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라고 반응하는 등 적극적인 격려와 지원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둘째,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공유한 팀 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상호작용 패턴들은 팀의 창의성도 증진시킴을 볼 수 있었다. 팀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통합하고 해석함으로써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했다. 팀원들 간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의 표현 역시 팀의 창의성과 학습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즉 건설적인 피드백과 서로에 대한 지지와 격려, 신뢰가 있고 개방적인 조직환경 내에서 팀의 창의성이 촉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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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email protected]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행동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경영학회 조직행동 분과에서 수여하는 '최고박사학위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UC-irvine 방문교수 등을 거쳐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직 내 에너지와 활력, 정서 및 감정, 긍정조직학, 사회적 네트워크의 효과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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